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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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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 (8) - 중앙정부 30% 축소와 행정 현대화

과제3. 중앙정부 30% 축소와 행정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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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정부를 축소하려다 7만 명이나 늘렸다. ‘자르고 붙이기’라는 단세포적 발상 때문이었다. 이를 비웃으면서도 우리는 지금 똑같은 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책사업과 국가건설 계획들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의 집권화 ․ 집행의 분권화’(centralized decision making - decentralized management)가 이루어져야 한다.

‘계장 - 과장 - 국장 - 차관보 - 장관’이라는 다단계 계선은 ‘팀장 - 장관’으로 단순해져야 한다. 장관은 현장중심의 일선 사령관이어야 한다. 행정 현대화와 자원 활용의 효율성 증진은 일선 창의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러한 식의 접근을 한다면 공무원 수는 93만에서 30만 이하로 축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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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가경영의 엔진’이다. 따라서 규모를 축소하고 경영능력을 현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적 힘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에서 나온다. YS는 과학을 외면했기 때문에 ‘언치(言治)’
라는 코미디를 남겼다. 정부를 축소하려다 오히려 7만 명씩이나 늘렸다. 우리는 지금 이를 비웃으면서도 ‘자르고 붙이기’라는 YS식 조직개혁 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경원은 자르고, 환경부는 키우고’. 이런 발상으로는 ‘축소’도 ‘현대화’도 기할 수 없다.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정리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정부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정부조직의 문제점

  ①우리나라 정부부처는 200만 기업을 ‘땅빼앗기’ 식으로 나눠 갖는 토호들이다. 자기 부처가 관장하는 기업 수가 많아야 이권이 많이 생긴다.

  ②부처 내의 조직들은 기능단위로 쪼개진 ‘조각조직’이다. 회계과가 회계인들만 모여 있는 곳이듯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한국의 ‘과’ 단위다. 이들 간에는 통합기능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구매과장이 최신 촬영 장비를 구매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설과장은 맘모스형 장비가 설치될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고, 운영과장은 필름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인사과장은 교육받은 촬영기사를 다른 곳으로 발령 냈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부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 문제는 부처급에 가해지는 가위질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③행정부는 국가를 경영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인허가권을 가지고 도장값을 받으며 국민의 창의력을 방해하고 있다.

  ④하나의 사업에 대해 너무 많은 장관이 칼자루를 나눠쥐고 있다. 수질문제는 5개 부처 장관이, 관광사업은 14개 부처 장관이, 사고예방은 28개 부처 장관이 각기 유사조직을 거느린 채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이 문제는 ‘자르고 붙이기’로는 해결할 수 없다.

2개 부처 이상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현재 전국에는 13,000개 정도의 주유소가 있다. 이들이 보유한 유류탱크는 5만여 개나 된다. 그러나 탱크용기의 부식으로 누출되는 유류량은 저장량의 20%에 해당하는 65만 드럼이나 된다. 이는 엄청난 지하수 오염을 유발하고 오염은 심각한 암을 유발한다.

이러한 사실은 환경학자들의 조사결과이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는 민간학자들의 발표에 대해 ‘누출량은 1%이내’라며 쐐기를 박는다. 환경학자들은 학교나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어 정부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구가 국민을 위하는 학자들의 활동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유류저장 탱크는 패 부식하는가. 유류저장 탱크의 스펙은 ‘안전 분야를 관장하는 내무부가 소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방서에서 무슨 기술이 있어 탱크의 기술 스펙을 연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해낼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각 부처는 이렇듯 이권부터 확보했다. 결국 그들이 만든 규정은 부식을 조장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내무부 규정에 의해 부식이 조장되고, 부식 때문에 유류의 20%이상이 유실되어도 환경부는 내무부와의 마찰을 원치 않는다. 약점 없는 부처가 없기 때문에 피차간의 마찰은 모두에게 손해인 것이다. 연간 65만 드럼이 누출된다고 발표되면 국민 여론은 환경부의 게으름을 질타할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문제를 덮어버린 채 1% 미만이 새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발표한다. 칼자루를 나눠가진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은 2가지뿐이다. 하나는 도장값을 나눠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가 있을 때 서로 은닉해주는 일이다.

나눠쥔 칼자루가 정리되지 않으면 대통령의 모든 약속은 물거품으로 끝난다. 그래서 이회창 총리는 식수문제에 대해, 고건 총리는 규제혁파에 대해 대국민 약속이행을 장담했지만 모두가 허언일 수 밖에 없었다.

⑤한 대의 PC가 해낼 수 있는 일에 수백 명의 공무원이 투입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는 풀리지 않고 공무원 수만 늘어났다. 환경 감시는 한 대의 PC가 해낼 수 있는 일이지 수백, 수천 명의 공무원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무인시스템이 해야 할 일을 모두 공무원으로 틀어막고 있는 곳이 너무 많다.

⑥업무량에 비해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 잡지사 같으면 한 사람의 기자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서기관과 사무관급 8명이 수행하고 있다. 보고서의 한자 포함 정도를 놓고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부처급에 가해지는 가위질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⑦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이 과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단위’조직은 수만 개에 이른다. 과장들이 하는 일은 ‘의사결정, 규정관리, 인허가 행정’이다. 그런데 이 3가지 중 전자의 2가지는 과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책이 부실하고 국책사업이 부실하다. 인허가 행정 때문에 규제가 양산되고 부정이 개입됐다.

국가단위 의사결정에는 고도의 ‘시스템분석 능력’을 요한다. 이러한 인재는 국내외를 합쳐도 100명이 안될 만큼 희귀하다. 선진국에서는 슈퍼 분석가들이 해야 할 의사결정을 장관이나 과장과 같은 분석의 비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으니 정부에 생산성이 있을 리 없다.

의사결정은 청와대 와이즈맨 클럽에, 규정관리는 국무총리실 규정관리국에 맡기고, 인허가 행정은 현장 사업관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내려준 청사진을 집행하는 현장 리더로서 국가자원의 효율성과 행정의 현대화에 전념해야 한다. 이는 현장 창의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해야 장관들이 이권사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수퍼 분석가들이 팀을 이루어 결정해야 할 ‘국가의 운명’을 한사람의 재경원 장관에게 일임했으니 국가가 일순간에 추락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23개 정부부처마다 제각기 밀실행정으로 사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없고 통제도 불가능하다.

⑧청와대는 ‘머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에는 행정서기에 불과한 300여명의 공무원들이 ‘내시’(內侍) 역할만 하고 있다. 장관의 보고내용을 미리 받아 대통령에게 속삭여주는 역할이다. 300명이라는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명실 공히 두뇌역할을 수행하려면 수퍼급 분석가들로 채워진 와이즈맨 클럽을 두어야 한다. 모든 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여기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십 명의 과장급들이 1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일을 이들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⑨한국의 규정은 ‘관리’되고 있는 게 아니라 ‘방목’되고 있다. 현실성없는 규정들이 중구난방 식으로 양산됐고, ‘계장’들이 저마다 규정을 꿰차고서 ‘규정장사’를 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규정통합’(RI : Regulation Integrator) 개념의 도입이다.

⑩정부부처에 경영진단 업무와 제도개선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⑪현장위주로 근무하지 않고 책상에서 문서행정 위주로 근무한다.

⑫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다수의 공무원이 제각기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⑬업무수행 기간이 너무 길어 사업과 민원처리가 지연되고 국민적 손실도 크다.

⑭감사원이 행정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다. 따라서 정부조직의 리엔지니어링 작업과 동시에 이루어져야할 것은 감사원 개혁 작업이다. 공무원들은 1년 내내 감사에 지적받지 않기 위해 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감사는 공무원의 근무행태를 좌우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근무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그중 80%는 감사원 탓이다.

                 정부조직 개조 방안

새 정부에 의한 행정개혁의 원칙들이 회자되고 있다. 첫째, 청와대 인력을 줄임과 동시에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둘째, 권한과 책임을 과감히 하부조직으로 이양하고 셋째, 재경원, 총무처 등은 줄이고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은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히 단언하건대, 이 3가지 대안으로는 위에 열거된 14가지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일개 기업체의 조직을 리엔지니어링 하는 데에도 이론과 원칙과 기술이 필요한데 공중에 날아다니는 분석되지 않은 몇 개의 여론으로 국가조직을 재단하려 하는가. 무조건 권한과 책임을 밑으로 이양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매우 희귀한 수퍼급 분석가들로 이루어진 팀 단위에서 주관해야 할 국책 사업 분석업무를 과장들에게 맡기면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겠는가. 과장들이 제각기 서로 어긋나고 비현실적인 규정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산해내면 규제혁파는 언제 하는가.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현장위주의 능동적이고도 능률적인 행정을 펴려면 ‘의사결정의 집권화, 집행의 분권화’(centralized decisi-on making-decentralized management)라는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고속전철사업이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보자. 여러 개 부처장관들 이 끌어안고 씨름을 했지만 의사결정에 필요한 분석능력도 없고, 계획과 설계도도 갖추지 않은 채 수십조의 국부를 증발시키지 않았는가. 의사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현장경영의 융통성은 장관과 그 이하에 주어져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①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고 수십 명의 와이즈맨 클럽(wisemenclub)을 두자. 이들로 하여금 연구소들을 동원하고 실무진들과의 토의과정을 통해 공개적인 방법으로 국책사업에 대한 분석과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자.

②국무총리 밑에 ‘규정관리국’을 두고, 모든 부처가 양산한 규정을 일괄 관리해야 한다. 규정관리국 안에는 각 부처별 규정 관리관들이 포진할 것이다. 연구소들을 활용하여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이며 상호 어긋나는 규정을 일사분란하게 정리하도록 하자. 이러한 방법만이 ‘규제혁파’와 ‘행정현대화’라는 길을 닦을 수 있다.

③의사결정과 규정관리 기능을 상위에 맡긴 장관은 서비스 및 사업단위의 팀을 구성하여 현장경영만 하게 한다. 같은 일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단위에서의 창의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이러한 창의력이 청와대에서 나오기를 기대 하기는 어렵다. 이제부터는 국민이 사업자가 아니라 공무원팀이 사업자다. 따라서 공무원들 스스로가 불합리한 규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때마다 이들은 ‘규정관리국’에 규정의 부당함을 건의하게 될 것이다.

현장위주의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지금의 다단계 지휘계선을 간소화시켜야 한다. 계장- 과장- 국장 - 차관보 - 장관이라는 기나긴 계선을 ‘팀장-장관’으로 단순화시키자. 사업관리 팀장들이 사업을 수행하려면 여러 부처에서 양산한 수많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규정의 망국성을 가장 먼저 개탄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 될 것이다.

장관은 규정의 개정, 폐기, 신설을 규정관리국에 건의만 할 뿐이다. 각 사업관리 팀장은 자기에게 필요한 규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할 것이다. 규정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은 규정관리국이 내릴 것이다. 이는 규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불필요 한 규제를 혁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④장관이 합리적인 현장행정을 펴고, 사업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경영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예산관리 시스템, 회계 시스템, 경영진단 시스템의 도입이 강력히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없이는 천문학적 낭비를 절대로 예방할 수 없다. 미국은 이를 위해 세계적인 석학들을 등용 했다.

청와대의 시스템 분석팀과 국무총리실의 규정관리국은 숨 가쁘게 과제를 양산하여 연구소에 위탁할 것이다. 그러면 연구소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앉아서 도장값 받는 인허가 행정이 발로 뛰는 ‘경 영행정’으로 바뀔 것이다. 시스템 시각과 과학기법의 응용만이 ‘30%로의 축소’와 ‘행정 현대화’를 실현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단지 중앙부처의 조직 현대화에 필요한 대안이다. 감 사원과 지방정부에 대한 현대화 방법은 별도로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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