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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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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제를 사업관리제로 전환하라

과거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위해 파견된 분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장을 선출하고 그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해결해 가는 지방자치 시대다.

과거의 지방정부는 수많은 인허가권을 가지고 지방주민의 욕구를 억제해왔지만 지금의 지방정부는 가장 훌륭한 경영기법을 가지고 지방주민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동원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프라이드와 아이덴티티를 창조해야 한다.

지난날의 행정은 [인허가제]였다. 수많은 부서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여러 규정과 조례들을 하나씩 꿰차고 열심히 일하려는 주민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정부는 관청이 아니라 경영체여야 한다. [인허가권]에 따라 분류된 기능조직을 폐기하고 "사업관리제"(Project Management System)를 위한 팀제를 실시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민원을 제기해오는 주민들과 규정을 놓고 씨름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주민들의 애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주민의 행복이 증진될 것인지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사업(project)을 창출해 내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사업단위로 편조돼야 한다. 사업의 규모에 따라 임시 사업부가 다양하게 편성되고 축소되고 해체돼야 한다. 하나의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과 규정들이 동원돼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사업을 관리하는 사업부는 여러 기능조직으로부터 전문가를 모아야 한다. 처음엔 2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가도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12명으로 줄어들고 다시 7명, 3명 식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인허가에서 사업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준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준이라는 하나의 돈 많은 사람에게 건축설계, 시공, 감리, 행정을 모두 다 맡기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지방공무원들이 여기저기에서 한가지씩 가지고 있던 인허가권은 훌륭한 건물을 짓게 하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이들 공무원들은 건물주에게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부패한 상품에 불과했다.

백화점을 경영하는 것은 이익을 내느냐 적자를 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여할 수 없다. 그러나 백화점 건물을 짓는 것은 국민들의 안전이 걸려있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깊이 간여해야만 한다. 인허가 식 통제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간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백화점이 지어질 수 있도록 건축과정 전체를 프로젝트 화하여 관리해야 한다. 설계의 안전성과 시공의 안전성 모두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200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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