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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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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 (3) - 이권에 사로잡힌 재경원

3. 이권에 사로잡힌 재경원

--------------------------------------------------------------------YS가 두 가족을 ‘재경원’이라는 한 지붕 아래 밀어 넣었다. 옆방에 있는 재무부팀이 은행장들의 황제로 군림했다. 이를 지켜보던 기획원팀은 배가 아팠다. 그래서 수많은 종금사들을 양산해냈다 드디어 이들도 황제가 됐다.

기획원팀의 후광을 업은 종금사들은 단기성 외자를 끌어다 2~3배의 마진을 챙기면서 기업들에게 뿌렸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위험성 높은 정크본드에 까지 뿌렸다.

기업을 상대하기 귀찮아진 은행들도 종금사에게 돈을 주었다. 많은 돈을 쥐게 된 종금사들은 대기업을 돌면서 ‘내돈좀 써 달라’며 마구 뿌려댔다. 돈 풍년을 맞은 대기업들은 웬 떡이냐 싶어 마음껏 탕진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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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기술, 낙후된 경영이라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인 ․ 관료 ․ 금융인 ․ 기업인들이 마치 무법자가 날뛰듯이 온갖 파행을 저질렀다. 이는 구조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경제에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행위였다.

IMF는 한국GNP의 15%에 해당하는 자금을 빌려주면서도 한국 경제 전체를 지도 감독한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기업자 본금의 40배를 빌려주고도 기업을 감시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조치인 공인회계 팀마저 파견하지 않았다. 감시가 없는 틈을 이용해 기업주들은 엄청난 검은돈을 빼내갔고, 남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승산 없는 투자대상에 되는대로 퍼부었다.

YS는 재경원에 두 집 살림을 차려주었다. 비록 지붕은 하나였지만 옛날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한집 살림을 할 수 있을 만큼 동질적인 집단은 아니었다. 당시 재무부 팀이 은행장들로부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경제기획원팀은 배가 아팠다. ‘재무부팀이 은행장들에게 황제로 군림하는데 소위 엘리트인 우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들은 수많은 종금사들을 양산했고 드디어 그들도 군림하는 황제가 됐다. 경제기획원 팀의 후광을 업은 종금사들은 중구난방으로 외국의 단기성 자금을 끌어들여, 빌린 금리의 2~3배를 얹어서 기업에 뿌렸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남아 국가로부터 정크본드도 사들였다. 결국 거의 다 무모하게 날린 돈이 되어버렸다.

이들이 얼마의 외채를 끌어들였는지는 재경원도 모른다. 그리고 그 외채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재경원의 퇴직 공무원들로 채워져 있다. 결국 금융계는 재경원의 전 ․ 현직 공무원들의 난장판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를 조금만 더 확대해 보자. 방위산업 업계는 율곡간부들로 채워졌다. 율곡예산은 군과 업체의 야합으로 낭비되고 있다. 결국 율곡예산은 전 ․ 현직 군인들이 나눠 쓰는 예산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국가에는 50만 인력의 준 정부 기관들이 산재해 있다. 이곳은 퇴직 공무원들이 가는 곳들이다. 결국 국가 전체는 전 ․ 현직 공무원들의 난장판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퇴직 공무원들은 이해관계를 갖는 조직에 취직할 수 없어야 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쉽게 얻은 기업들은 웬 떡이냐 싶은 생각에 마음껏 달러를 써버렸다. 세(勢)과시용 해외투자병에 걸려 기업마다 본전까지 날렸다.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를 날린 기업들이 즐비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성냥불을 그어댔다. 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려면 그룹단위가 아닌 기업단위로 건실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 일이 귀찮아진 것이다. 기업을 평가하자니 골치가 아프고, 대출은 늘려야 이자를 벌어들일 수 있으니 자연히 편법이 등장했다.

첫째는 그룹 내 ‘상호보증제’였다. 재벌그룹 내에는 수십 개 회사가 있다. 이 중에서 흑자회사는 불과 20%정도이다. 이들 소수의 흑자회사들이 3년간 계속해서 흑자를 내면 엄청난 특권이 주어졌다. 그룹 내의 모든 적자회사들에게 빚보증을 서줄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이러한 편법은 엘리트그룹인 재경원이 만들어 주었다. 은행의 게으름과 대기업의 몰락은 바로 재경원이 조장했던 것이다. IMF 파동을 겪으면서 시종 국민이 느낀 것은 이제 한국경제는 더 이상 재경원이라는 머리 나쁜 집단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둘째는 은행의 파행대출이었다. 은행은 기업을 직접 상대하지 않자 구멍가게에 불과한 종금사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돈을 빌려주었다. 기업평가 작업은 은행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종금사가 어찌 감당하겠는가. 그러나 은행은 종금사에게 ‘불가능한 책임’을 떠넘겼다. 종금사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종금사의 책임이라고 자위했다.

막대한 돈을 받은 종금사들은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제발 돈 좀써 달라’며 돈을 마구 뿌렸다. 여기에 정치가들이 가세했다. 약간의 압력만 가하면 은행돈을 얼마든지 기업으로 대출할 수 있었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빌린 돈으로 돈 잔치를 했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 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GNP의 36% 이상의 세금과 준조세를 거둬다가 탕진했다. 게다가 예산관리 시스템조차 없었기 때문에 돈쓰는 방법은 마치 석유병에 석유를 채우기 위해 드럼통을 쏟아 붓는 식이었다. 미국정부는 GNP의 18%만 세금으로 거워간다. 그 돈을 가지고 그 넓은 국토에 훌륭한 인프라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보장 제도까지 운영한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국부의 절반을 거둬다 탕진하니 국가의 몰락은 시간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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