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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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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조 35제 (2) - 시장경제 시스템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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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재경원 장관 한 사람의 잘못이 일국의 운명을 한순간에 몰락시킬 수 있는가. 그것은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과 견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에 질서가 생기려면 시장경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위기는 시스템 부재현상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이다.

경제사령탑에는 경제가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을 설계할 수 있고 두뇌기술과 과학경영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시스템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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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왜 몰락했는가. 많은 이들은 부패한 정치,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금융권 타락, 국민의 과소비를 총체적 원인으로 든다. 물론 맞는 말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진단해 버리면
‘책임은 모두에게 있으니 모두가 정신 차리자’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결론이 나오면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다. 문제의 진단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①만일 한국기업이 지금의 낙후된 기술과 경영을 가지고 미국에 간다면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해 파산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성공했던 기업이 왜 미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가.’ 이것이 해결의 실마리다. 미국의 시장경제 시스템은 그러한 기업이 견뎌낼 수 없도록 짜여져 있지만 한극의 시스템은 얼마든지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뇌기술과 과학경영 없이도 쉽게 폭리를 취할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좁고도 험난한 길을 택하려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한국기업이 못난 것은 낙후된 경제시스템 탓이다.

②은행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엄청난 돈을 대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었을까. 미국의 정치인은 은행에 대출압력을 넣지 못하며, 미국기업은 로비 수단을 동원하여 대출금 청탁을 할 수가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③어떻게 재경원 장관 한 사람의 잘못이 일국의 운명을 한순간에 몰락시킬 수 있는가. 그것은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과 견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시스템만 믿지 사람은 믿지 않는다. 국가운명을 시스템에 맡기지 않고 한 사람의 개인적 역량에 맡기는 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국가경영과 국가운명을 개인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에 맡길 것인가를.

민주주의의 질은 곧 시스템의 질이다. 자유만 있고 질서가 없는 사회는 인간 방목장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질서유지 시스템은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은행객장에 수입된 ‘순번번호표 시스템’이다. 그만큼 한국은 시스템 황무지인 것이다.

은행객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질서했다. 그런데 순번번호표 시스템이 도입되자 질서가 저절로 정착되었다. 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만 설치하면 될 일을 가지고 우리는 과거 수십 년간 애꿎은 국민 의식만 탓했다. 무질서는 의식 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었다. 그좁은 공간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도 시스템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물며 시스템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제공간’에는 얼마나 기막힌 무질서가 난무했겠는가.

경제에 질서가 생기려면 ‘시장경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것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장경제에 맡겨라’는 사람들은 많아도 ‘시장경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의 위기는 시장경제 시스템 부재현상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이다. 운명은 시스템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의식 탓으로 돌리면 문제는 언제 풀 것인가. 문제를 의식 탓으로 돌리는 한 개선은 없다.

시장원리란 무엇인가. 첫째,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둘째, 정보가 투명하게 흘러야 하고 셋째,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 3가지 시장경제 원리가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시장경제를 설치하고 감시해야 할 정부가 시장경제 제1의 무법자였다는 사실이다.

시장경제 제1의 시스템은 공인회계 시스템이다. 공인회계 시스템에 구멍이 생기면 미국경제도 무너진다. 이처럼 중요한 시스템이 왜 우리 국민에게는 낯설까. 그만큼 우리는 국제상식에 등을 돌리고 살아온 것이다. 경제시스템 전문가라면 한국의 공인회계사가 기업의 감시자가 아니고 몸종에 불과하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도 한국경제의 위기를 점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조차 모르고 지내온 경제사령탑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경제사령탑에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를 가지고 경제의 겉모양을 중계 방송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가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을 설계할 수 있고, 두뇌기술과 과학경영을 유도해낼 수 있는 시스템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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