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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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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사: 염려할 일 아니다

국정원장과 기조실장 정도의 자리에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많다. 그런데 운동권 세력의 시각에는 고영구와 서동만 같은 좌익-친북 인사들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한다. 이 두 사람에 대해 국회정보위 12명이 인사청문회를 열어 ‘부적격’ 이라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청문회를 하는 것은 중요한 직책에 대해 대상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고, 검증 결과는 당연히 임명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의견서를 무시하고 인사를 강행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과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노릇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고 원장에게 색깔을 씌우려 하느냐. 국회는 검증하면 그만이지 임명하라 말라 하는 것은 월권이다". 끗발 개념이 담겨져 있는 이 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청문회를 하고, 그 결과 의견을 내놓는 것이 어째서 월권이며, 그렇다면 청문회는 무엇 때문에 하는가. 청문회는 대통령의 건전한 인사를 보조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상적인 사회매너를 가진 젠틀맨이라면 그 의견서 내용이 어떻든 간에 “오랜 시간 수고들 하셨습니다.좋은 의견 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런 기본 사회 매너를 외면했고, 그를 도와준 국회의원들을 적대시 하기까지 했다.

노대통령은 노조 대표, 한총련 대표, 전교조들에게는 매우 정중하고 우호적한 매너를 보였다. 그런데 그들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의 신분을 가진 12명의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매너는 매우 거칠고 적대적이었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국정원은 창설 이후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 때는 특히 더 그랬다. 지금은 어떤가? 국회가 ‘부적격’으로 검증한 결과를 무시하고 친북인사들을 구태여 국정원 수뇌부에 앉히려는 것이야말로 국정원을 시녀 중의 시녀로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정보위의 여야 의원들이 "사상적 이념적으로 편향성이 강하고 정보업무 경험이 없어 국정원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면 그런 인물은 당연히 피해야 옳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정원 인사를 강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1. 정권 초기부터 불필요한 시비로 국론이 분열되고 피곤해지며 노정부의 이념적 색깔과 개혁의 정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배가될 수 있다. 초장에서부터 이념과 정체를 불신받으면서 개혁에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 이들 두 사람이 설사 국정원에 간다해도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따돌림을 받을 것이다. 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들은 소수의 아부자들과 일부 과격한 민주인사들에 둘러싸인 채, 인심만 잃고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것이다. 임명을 강행하는 이유가 개혁 때문이라 하지만 고립된 상태에서 무슨 개혁을 한다는 말인가.

3. 친북-좌익 인사들로 채워진 국정원은 미국 CIA로부터 철저히 고립될 것이다. 이번 3자회담에서 보듯이 미국은 회담 경과를 일본에게는 알려주면서도 한국에는 비밀로 하지 않았던가. 미 CIA와의 공조 없는 국정원은 개혁이 아니라 존재가치조차 없는 퇴물이 될 것이다.

4. 노대통령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정원 자리들을 노골적인 반미-친북 인사들로 채운다는 사실은 부시 행정부에 결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부시는 한국대통령의 사상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는 소탐대실이며 악수 중의 악수일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세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서운한 조치는 아닐 것이다.

첫째, 서동만과 고영구씨가 설사 국정원에 간다해도 이들은 무리수의 희생양일뿐 개혁은 커녕 그들 자신들의 얼굴에 상처만 입을 것이고, 신정부의 개혁의도를 의심받게 만들 것이다.

둘째, 노정부의 이념적 색깔을 의심하는 부시 행정부가 '한국 운명 최악의 시나리오'인 적화통일을 예방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국정원 인사를 느긋하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200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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