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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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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공적자금 50조, 절대로 허락해선 안된다

"추가 공적 자금 절대 안 된다!". 공적자금이 더 있어야만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데, 경제가 망하게 놔둬야 한다는 말이냐? 아니다. 우리 모두가 덜 망하기 위해서다.

돈을 풀지 않으면 당장 기업과 금융이 무너지고 대량실업이 발생할텐데 그냥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 기회는 한번이면 족했다. 망할 기업과 은행이 망하는 모습은 2년 전에 보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도 빚을 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에 돈이 궁했더라면, 많은 기업은 도덕적 해이를 청산하고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워 지금쯤은 다시 소생했을 것이다. 방만한 정부 기구도 축소되고, 규제도 축소됐을 것이다.

방대한 정부 조직, 600여 개의 정부산하기관, 405개의 공기업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했을 것이다. 공기업이 생산하는 전기, 가스, 통신료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눈을 부라리며 세금, 연금, 보험료, 벌금을 부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400여 개의 중견 사기업을 국유화하지도 않았고, 금융기관도 국유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벤처를 지원한답시고 부로커들에게 돈을 떼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공공근로 사업과 같은 비생산적인 일에 돈을 날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집권당 식구들이 공기업, 정부산하기관, 금융기관, 워크아웃 기업, 은행관리 기업, 법정관리 기업들에 우르르 몰려들어, 수당과 봉급을 올리고 퇴직금을 뭉테기로 빼내가면서, 망해야 할 기업에 더 많은 빚을 지워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에 퍼부은 110조의 대팻밥은 어디로 갔는가? 부실기업, 405개 공기업, 정부 소유로 된 400여개의 중견기업, 600여 개의 산하기관, 정부기관에 퍼부었다. 뿌린 돈만큼 사회주의식 도덕적 해이가 만여해 있다. 가장 큰 사회적 정신병이다. 밑빠진 독에 퍼부은 것이다.

앞으로 50조를 주면 어떻게 쓰겠다는 건가? 똑같이 "실패한 방법"으로 그 돈을 쓰겠단다. 살생부를 만들고, 부실기업과 은행의 고리를 차단시켜 클린 뱅크를 만들겠단다. 2년 전에 했던 말과 글자 하나 안 틀린다.

금융 구조조정! 집권당에게 이 말은 여러 개 금융기관을 합쳐 몸집큰 은행으로 만들고, 그것을 정부가 직접 경영하기 위한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진념 장관은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아직 "시스템"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섯 개의 금융기관을 합쳐 하나의 큰 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시스템 개선이 아니다. 몸집만 키우는 물리적 결합일 뿐이다. 화학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은행의 경영 시스템 자체를 경쟁력을 갖도록 바꿔야 한다.

정부는 몸집 큰 클린 뱅크를 만들면 저절로 경쟁력 있는 은행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아무리 크게 합쳐도 내부 시스템은 그대로다. 아무리 큰 은행도 지점의 집합체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지점장 한 사람이 온갖 부정을 다 저지른다.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말라고 아무리 겁을 주어도 그들은 노련하게 부실기업에 돈을 꿔주고 푸짐한 커미션을 받는다. "네돈이냐, 내돈이냐? 우리 나눠 가집시다". 바로 이것이 한국의 은행들이다.

일단 꾸어주고 나면 기업이 그 돈으로 무얼 하든 감시하지 않는다. 내부 견제 시스템도 엉망이다. 경영 시스템, 내부견제 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몸집 클린 뱅크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부실 속도가 빨라진다.

2년반 전에 정부는 55개의 살생부를 만들었다. 정부가 칼을 잡고 휘두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목숨이 정부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개혁 세력에게 달러 가방을 바치고 싶지 않은 기업이 없을 것이다. 이게 부정이다.

또 다시 50조를 털어 붓겠다 하면서도 정부는 공공 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말조차 없다. 공공분야가 쓰는 돈이 GNP의 80%를 육박한다. 이 돈에 손을 대지 않는 구조조정이란 헛기침에 불과하다.

정부의 의도가 빤히 보인다. 구조조정의 소리만 요란하게 내면서 결국은 정권만 더 편하게 연장하겠다는 뜻이다. 지난번의 공적자금은 64조였다. 거기에 편법으로 2배의 대팻밥을 만들었다. 그 돈을 태워가면서 '국민에게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느냐"고 큰 소리를 쳤다.

50조를 더 주면 거기에 또 다른 50조를 편법으로 만들어 가지고 편하게 집권기간을 마감할 것이다. 북한도 지원할 것이다. 경제 파탄에 대한 분노가 분출될 것이다. 그 시기가 2002년 선거 이전이면 아마도 그 탈출구를 북한에서 찾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걸 경계해야 한다.

50조를 주면 100조를 만들어 또 다시 흥청망청 쓸 것이다. 기업, 은행, 공무원, 준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치료 불능상태로 굳어질 것이다. 50조를 더 주는 것은 2년 반전에 했어야 할 수술을 5년 뒤로 미루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에 대한 야당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걸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차피 폭발해야 할 가스통에 더 많은 가스를 충전하는, 이 세상 유례없는 "바보 민족"이 될 것이다.

200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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