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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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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양극화: 국영공화국과 재벌공화국

아직도 정부의 개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개혁은 "불만스러운 현재의 모습"을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따라서 개혁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고, 현재에서 미래로 옮겨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개혁이라는 말만 무성했지 이 세가지 기본 요소중 그 어느 것도 국민에게 묘사해주지 않았다. 개혁 세력에 들어 있는 사람들까지도 현재의 모습을 각양각색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사람은 더더욱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그 어느 개선도 이뤄질 수 없다.

재벌 개혁은 한국경제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이런 재벌을 개혁의 청사진도 내놓지 않고 손을 본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지금까지 IMF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은 모든 경영체에게 경영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일에는 손끝도 대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경영체들의 부실만 키우고 있다. 정부로부터 돈을 지원받은 은행과 기업들은 공짜에 맛들려 더욱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모두가 다 함께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신정부는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개혁의 대상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나 정부는 삼성 현대보다도 더 방대한 선단식 경영체를 만들어 스스로 경영하고 있다. 골프장, 은행, 섬유회사, 조선회사 등 400여 기업을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금융 구조 조정 과정을 통해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했고, 워크아웃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일반 사기업들을 은행 소유로 전환했다.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등 12개 대우 계열사, 고합, 신원등 6-64대 그룹 계열기업군중 47개 업체, 영창악기, 충남방적 등 중견기업 28개 등 92개 워크아웃 기어업, 97년이후 법원관리 체제로 전환된 기업 272개 부실기업, 10개은행, 종금사를 포함한 9개 금융기관, 8개 보험사, 2개 투신사 등의 400여개이며,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 수만 해도 119개나 된다. 워크아웃에 투입된 채권액이 122조에 이른다.

결국 정부는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그 금융기관들은 사기업 집단을 소유함으로써 정부는 400여개로 구성된 거대 기업집단을 소유하게 됐다. 여기에서 기존의 405개 공기업을 합치면 정부는 800여개의 공룡기업 집단을 거느리게 된 셈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공기업은 부실 투성이다. 여기에 정부가 새로 편입시킨 400여개의 신참 부실 기업들이, 국가 단위의 부실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입버릇 버럼 말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로 보인 행동은 이와는 정반대다. 한국경제는 800여 개의 기업군이 유발시킬 도덕적해이와 비효율성에 의해 전복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은 이제 국영공화국과 4대 재벌에 의한 재벌공화국으로 양립돼 있다. 이들 두 개의 거대 공룡 기업군들이 무너지는 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요 시간 문제다.

지난 2년간의 재벌 개혁은 어떻게 돼 왔는가. 재벌총수의 황제식 경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너의 사전 결재가 없으면 사장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4대 재벌이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

재벌이 금융권을 지배하면 재벌은 국민들로부터 자금을 마음대로 긁어다가 지금까지와 똑같이 독단적이고 비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것이며,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문어발식 확장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1999년4월 당시 30대 그룹 총수의 계열사 지분은 평균 2%이고 자녀 등 가족들의 지분까지를 포함해도 5.4%에 불과하다. 몇몇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보면 현대가 5.3%, 삼성 2%, LG 3.7%, SK 6.3%, 한화 5.3%, 금호 2.0%, 롯데 5.8%, 대림 6.3%, 한솔 2.2% 등이다. 총수들은 이와 같이 극히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계열사에 대한 30-50%의 상호 지분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총수들의 전횡을 막는 방법은 아직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도 그들은 무모한 확장, 경제력 집중, 편법 상속, 정경유착 행위를 거침없이 반복하고 있다. 30대 그룹의 자산총액에서 대우를 포함한 5대기업이 차지한 자산가는 98년 당시 31.6%이었으며 이는 97년도의 29.2%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재벌 시스템은 그대로 방치한채 재벌들에게 금융시장을 독식하도록 만든 것은 개악중의 개악으로 꼽히고 있다. 재벌이 금융시장을 독식하면 돈이 흔하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 과잉투자. 과잉설비 문제가 과거보다 더 악화된다.

그리고 국민이 재벌 금융기관에 맡긴 돈은 또 다시 증발하게 될 것이다. 시중의 유한한 자금을 재벌들이 다 흡수해가면 중견기업에게 돌아갈 돈이 귀해져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속출하게 될 것이다.

200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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