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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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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을 통해본 한국호의 침몰

동아건설이 3월9일 법원의 결정으로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추진중인 국내외 아파트, 토목 및 플랜트공사가 중단돼 소비자 피해와 협력업체의 도산, 국가신인도 추락 등 피해 파장이 클 것이다. 동아건설은 98년 9월 워크아웃 1호 기업으로 지정됐다. 워크아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9,600억 원의 협조융자, 802억 원의 출자전환, 6,355억 원의 인천 매립지 매입 등 온갖 혜택을 받았다. 그랬으면서도 끝내 파산한 것은 정부, 채권단. 기업 모두의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워크아웃과 함께 임명된 새 경영진은 최원석씨 이상으로 부패했다. 정치권에 뇌물을 주고, 하청업체 및 노조와 결탁했다. 간부들의 보수를 파격적으로 올렸다. 경영능력은 없으면서 "이때가 아니면 언제 돈맛을 보겠느냐"는 식으로 뜯어내 갔다.

구 사주는 사재출연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고, 회사측의 환수노력도 없었다. 그 결과 정부는 수조 원의 공적자금만 날렸고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돈은 주인 없는 돈이다. 설사 주인이 있다해도 눈먼 주인들 뿐이다. 이는 하찮은 중소기업에도 맞는 말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리 능력 이상의 돈을 주면 그 돈은 금방 날아간다. 오너가 눈을 바짝 뜨고 있어도 간부들은 경영에보다는 사리사욕에 관심이 크다.

현대적 시스템을 운용하면 모든 오너는 명실공히 주인이 된다. 하지만 지금같은 시스템 황무지에서는 모든 기업주가 눈먼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못하는 일을 누가 하겠느냐"는 식의 답답한 생각만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생각" 때문에 망하고 있다. 옛날에는 선진국 "생각"이 이 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WTO 시대라 모든 "생각"이 들어와 한국인의 답답한 "생각"을 때려 눞이고 있다.

동아건설만 이런 게 아니다. 대다수의 기업이 동아건설을 빼 닮고 있다. 국가, 정부, 기업, 농어촌 모두가 총체적으로 동아건설의 전철을 정확히 밟아가고 있다. 한국호는 지금 침몰중이다.

DJ가 하루 종일 매달리기를 365일 반복하더라도 핸들은 이미 헛돌고 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 중이었는데도 승객들은 물이 들이닥칠 때에야 비로소 위기를 느꼈고, 위기를 느꼈을 때부터 그들은 아주 짧은 시간만 허둥대다 수장돼 버렸다. 한국호가 바로 타이타닉호다.

200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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