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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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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불황의 골' (광주 사례)

외국인공단 19만평에 근로자 100명뿐이다. 광주지역 최대 공업단지인 ‘하남산업단지’(하남공단)에는 "재분양" 바람이 불고 있다. 입주업체들이 공장건설을 중단하고 공장부지를 잇달아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남공단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인 금호산업은 최근 타이어공장 신규 건설을 포기하고, 대부분의 부지를 매각하고 있다. 금호산업 인근에 있는 로케트전기도 2만평의 부지를 매각중이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광주전자㈜는 2,700명의 근로자를 가진 하남공단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형편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 회사는 세탁기 생산공장을 가건물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부엔 생산설비가 전혀 없다. 이충전 사장은 “원래 세탁기 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본사의 투자감축 계획에 따라 건설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남공단에 입주한 업체는 모두 771개(3월 말 통계). 삼성광주전자·대우전자·캐리어와 같은 4-5개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직원수 5-30명의 영세기업들이다. 경기침체 때문에 대부분 공장가동률이 70%대로 떨어진 상태이며, 일감이 없어 휴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전체 입주업체의 11%인 88개 업체가 휴업중이다.

하남공단관리단 이승룡 부장은 “하남공단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며, 광주지역의 나머지 공단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공단에 다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본촌·소촌·송암·평동공단은 대규모로 부지를 조성해놓았으나 입주업체가 별로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예를 들어 광주공항 근처에 있는 "평동 외국인 기업 전용단지"는 광주시가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해놓은 외국인 전용 공단이다.

광주시가 ‘파격적인 입주조건’(50년간 임대료 할인)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투자 기업들의 입주는 극히 지지부진하다. 19만평의 부지에 현재 5개 사가 입주해 있으며, 실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광주지역 경제가 복합불황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원래 산업기반 자체가 미비한 데다, 공을 들이고 있는 재벌그룹과 해외자본 유치 작업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경제를 지탱해주던 서비스·부동산·유통업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 계획이 확정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9-~98년 IMF쇼크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 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지역 경제지표들도 다시 나빠지고 있다. 지난 6월의 광주지역의 어음부도율은 0.38%를 기록, 지난 5월보다 0.09%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부산(0.55%)보다는 낮지만 대구(0.33%)·인천(0.27%)·대전(0.19%)·울산(0.16%)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도 위축되고 있다. 광주지역의 5월의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작년 동기에 비해 4.7%가 떨어졌다. 일반인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광주신세계백화점은 “올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이 3.3%를 기록, IMF쇼크(1% 성장)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광주 경제권에서 가장 비중이 큰 기아자동차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남미 수출 붐을 타고 기아차는 올해 2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며, 10년만에 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천수 전무(공장장)는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특별한 악재만 없으면 올해 100억원대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황순현기자 icar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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