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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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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에 들어선 한국경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ㆍPCㆍ철강ㆍ석유화학ㆍ섬유에 이어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ㆍ기계등의 수출도 부진이다. 팔 물건도, 시장도 없어지고 있다. 뾰족한 대책도 없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상반기 수출이 78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감소한 것으로 추정 집계되자 올해 수출예상치를 당초 1,895억달러에서 10% 이상 내려 잡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앞서 국내 7개종합상사는 올초 수출목표를 70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3% 낮춰 잡았다가 최근 다시 이를 613억달러로 또 다시 13% 하향 조정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상반기 26% 감소한데 이어 가격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하반기 감소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PC도 미국 경기침체 여파로 상반기 19% 줄어든데 이어 하반기도 불투명한 상태다.

상반기 반도체ㆍPCㆍ섬유 등의 수출이 침체로 빠진 데 이어 하반기에는 나머지 전통산업까지 감소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데 수출업계가 공감하고 있다. 업체들의 말로는 불황이 피부로 느껴진단다.

삼성·LG등이 대대적인 경비절감. 인원감축에 나섰다. 대대적인 경비절감과 인원감축등 상반기보다 더 혹독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숨쉬는데 필요한 것 빼고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삼성그룹마저 올 하반기 경제여건을 최악으로 잡고 이에 맞춘 투자ㆍ인력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각 사업부별로 각종 행사비와 출장비ㆍ교제비ㆍ교통비 등 불요불급 경비의 지출을 30%이상 줄이는 긴축경영에 들어갔다"며 "경비절감 액수는 크지 않지만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신을 재무장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수원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4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삼성종합화학은 올해 634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 에너지및 물류비용을 최대 10% 절감하는 한편 원가절감 노력에도 수익을 못 올리는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방침이다.

삼성물산도 본사를 분당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인력감축을 자연스레 유도할 계획이다. LG그룹도 최근 데이콤이 희망퇴직과 콜센터 분사등을 통해 수백명의 인력을 줄였다. 주력사인 LG전자의 경우 올 하반기 광고선전비ㆍ접대비ㆍ관리비 예산을 20% 일괄 삭감했으며 5,500억원으로 계획한 하반기 시설투자비도 최소한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SK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싱크로드' 사업 정리, 하나로통신 주식 매각,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파워콤 입찰 포기등을 통해 유선사업을 대폭 정리하고 무선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다는 현대ㆍ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부품납품의 철저한 경쟁체제를 도입, 납품단가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구내식당의 반찬수를 줄이고 임원들의 출퇴근용 자동차를 회수하는등 극단적인 경비절감 운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신규사원 채용(지난해 1,700명)도 전면중단키로 했다.

이밖에 한진ㆍ금호등도 사업부문 매각ㆍ명예퇴직등을 통해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실물경제가 붕괴되어 침몰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대팻밥을 마구 풀어 반짝 착시현상 조작에만 혈안돼 있다. 증시부양을 위해 올해 안에 6조원의 연기금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후 1차 6,000억원 중 3,200억원을 7월 초 이미 집행했고 나머지도 곧 집행된다.

주식매입만이 아니라 SOC 투자자금으로 동원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10년 전 우리 증시의 주가지수는 700대였는데 그것이 지금은 500대에서 머물고 있다. 10년 동안의 이자손실까지 계산한다면 원금을 모두 날린 상태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거울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올라야 주가가 오르지 수급 조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주식 수는 일정한데 정부가 돈을 풀어 주식을 사들이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일시적으로나마 주가가 올라간다. 그 올라간 주가를 국민에게 흔들어 보이며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선전하고 싶은 것이다.

연기금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현재 연기금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고 연기금을 몽땅 투자해도 상장총액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연기금을 퍼부어도 주가는 잠시만 올랐다 다시 덜어진다. 결국 털어부은 연금은 작전에 능한 외국의 큰손이 가져가고 연금만 바닥낸다. 그리고 국민에게는 연금이 없어 못 주니 배째라 할 것이다.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20-30%대에 이르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의 예를 흔히 든다. 그러나 미국증시의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올랐다. 그런 시장상황에서는 누구든 주식에 투자하면 돈을 벌게 돼 있다. 연기금들도 크게 재미를 봤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우리와는 전제가 다르다. 미국에서도 주식에 투자되는 연기금은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이지 사회보장연금과 같은 공공연금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4대 연기금은 모두 공공적 성격이다. 펑크가 나면 국고로 메워야 한다. 이미 잠정부채가 230조원에 이른다. 파탄상태의 의보재정에서 보듯이 연기금의 재정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증시는 주식 보유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단타매매의 천국이다. 그것은 한국 투자자들의 성질이 유독 급해서만은 아니다. 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IMF 체제의 결과이긴 하지만 30대 기업 중 온전하게 그룹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0개도 안 된다. 나머지는 도산했거나 준도산 상태다. 이런 시장여건에서 장기투자 권유가 먹혀들 수 없다.

사회안전망이 공공연금뿐인 나라에서 연기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면 노후는 없다. 그 책임은 그런 결정을 내린 어RK 지는 게 아니라 후세들이 진다.

2001.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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