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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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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

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겼다하더라도 관료적 관행에 부딪치면 의욕은 상실된다. 시간은 급한데 경리과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즉시 지급해주지 않으면 의욕이 상실된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거나, 작업환경이 나쁘면 의욕이 상실된다. 열심히 일한 결과가 반대급부로 돌아온다는 확신이 없으면 의욕이 상실된다.

회사의 경영성과가 100% 노출되지 않으면 최고경영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기업주가 사원들이 벌어들인 돈을 비자금으로 빼내가려 한다면 기업의 경영내용이 공개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제품은 불양품이다.

품질관리란 '사고의 혁명'을 의미한다. 작업절차에 따라 반복적인 노동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품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두 사람의 화가가 똑같은 사과를 놓고도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리 듯이 같은 재료, 같은 기계, 같은 공정에 따라 같은 제품을 생산해도 일본인과 한국인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은 다르다. 그것은 사고능력과 인간기술의 차이다.

근로자들의 마음속에 불만이 있는 한 장인정신이 싹틀 수 없으며 장인정신 없이는 품질향상이나 생산성향상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장인정신은 기업문화라는 토양에 따라 자라난다.

많은 이들은 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한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직장문화를 몇 일 사이에도 바꿀 수 있으며 유능한 정치가는 사회문화를 단 기간 내에 바꿀 수 있다.

일본 품질문화가 곧 한국 품질문화로 전환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는 몇 가지의 이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합리성, 시스템, 인본주의다. 한국과 일본이 틀리다 해서 이들 세 가지의 기본요소를 배척할 수는 없다.

한국적 품질문화는 이들 세 가지를 얼마나 소화하고 한국적 상황에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해질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도요다에는 도요다 문화와 시스템이 있다. 혼다에는 혼다의 것들이 따로 있다. 시스템은 다르지만 이 두개의 회사는 일본 품질이론의 신봉자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이론은 국제 공용어다. 단지 응용방법에 따라 회사단위 마다 시스템과 문화가 다를 뿐이다. 한국적 응용방법은 있을 수 있어도 한국적 이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이론의 핵심이 '신바람'이라고 한다면 세계인들은 처음부터 일고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2000.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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