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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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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C= Design To Cost

우리 업체들은 국민에게 바가지 가격을 부가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200불에 팔리고있는 TV를 우리는 700불에 샀다. 업체가 생활의 질을 박탈해 온 것이다.

정부와 업체가 먹이사슬을 구성해서 공생했기 때문이었다. 정책적 결탁으로 쉽게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업체들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애쓴다는 것은 눈치 없는 짓이었다.

정부가 만일 생활제품에 대한 국제가격을 공시만 해 주었어도 한국 기업들은 국민의 힘에 의해 경영합리화를 강요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 내에서의 판매가격이 국제가격 범위를 초과할 수 없었어야 했다. 그래야 경영 합리화가 강요되고 기술개발이 활발해졌을 것이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원가절감노력을 게을리 했다. 아무리 원가가 높아도 국민들에게는 얼마든지 폭리가격을 부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제 경쟁가격이란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다. 국제 경쟁가격에 맞추기 위해서는 제품의 설계를 개선하고 생산원가를 낮춰야만 한다.

기술개발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기능을 창조해 내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한국기업들에게 국제경쟁가를 강요했더라면 한국기업도 지금쯤은 국제경쟁력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선진국에서는 DTC 즉 Design To Cost라고 한다. 경쟁원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DTC라는 말이 우리에게 생소했다면 그만큼 우리는 국제 가격경쟁력이라는 노력에 대해 담을 쌓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시장도 국제시장으로 개방됐다. 한국 땅에서 한국제품이 외국제품에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부터 비로소 우리 기업들은 원가절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감량경영을 감행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노임이 오르고 금리가 높다고 불평하고 있다. 아직도 시스템적 대안에 대해서는 착안조차 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안이하게 돈을 벌던 황금시절은 이미 지났다. 국민은 한국 내에서도 국제 경쟁가격으로 국제제품을 구매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구호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국민은 지금까지 기업에 할만큼 했다. 국민이 밀어줘 오는 동안 우리 기업들이 경영혁신과 기술개발 그리고 품질관리에 노력해 왔다면 지금쯤 한국 대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훌륭한 업체가 돼 있을 것이다.

결국 국제가격보다 수배 또는 수십 배로 바가지 가격을 받아온 대기업들은 그 돈을 빼돌리고 낭비해 왔다. 그 동안 한국기업은 기업정신, 기업문화, 기업시스템 그리고 기술력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200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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