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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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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의 자세

미국 센트 루이스에 부르킹스라는 거부 사업가가 있었다. 그는 1850년에 태어나 83세의 인생을 살고 1932년에 세상을 떠났다. 60세되던 해에 그는 그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증했다.

연구소를 만들어 사회 공공정책 개발에 기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설립된 것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연구소가 많다. 한국땅에도 수많은 부자들이 살다가 갔다. 그러나 한국 땅에는 아직 이러한 연구소가 없다.

YS의 재산공개 드라이브에 의해 돈과 권력과 명예를 소유했던 많은 이들이 자기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입지까지 한순간에 파괴시켰다. 이들은 대개 50대와 60대의 년령층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무조건 많이만 갖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세와 치부에 최고의 가치를 걸어놓고 매달림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정말로 인생을 아끼고 즐기려는 사람은 Nobody로서의 삶을 택하는 사람이다.

큰방을 골동품으로 가득 채운 부자는 그 골동품 때문에 방을 비우지 못한다. 그런 부자는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자유를 즐기지 못한다. 그의 가슴속에 아무 꽃도 가꾸어보지 못한 채 메마른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다. 불과 20년 정도의 인생을 남겨놓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인생을 결산해 가야 할 것이다. 절대자 앞에 지친 육신을 맡기면서 그와 당당하게 결산해야 할 것이다.

수조원의 재산을 가져왔다 해서 절대자에게 어필될 수는 없는 것이며 벼슬로 족보에 이름석자 올려놓고 왔다고 해서 감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살고보니 허망했다고 생각될 수 있는 그 짧은 인생을 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느 한순간 자기자신을 관조해본 기억이 없을 만큼 사회통념에 얽매어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이 허망하게 느껴질 것이다.

미국 증권계의 어느 한 거부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의 아들은 뚫어진 양말을 신고 때묻은 폭스바겐 차를 타고 다녔다. 그러나 그의 대화 속에는 언제나 줄기와 정신이 들어 있었다.

거부의 부모는 아들에게 약간의 재산을 덜어주려 했다. 아들은 부모의 간청을 거절했다. 아버님도 이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입신하셨으니 저 역시 제 힘으로 입신하고 제 이름으로 이 사회와 결산할 것입니다'. 부모는 그런 자식에 대해 프라이드를 느꼈다.

재산을 턱없이 많이 모은 이 사회의 모든 부자들은 돈이 없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는 자식들만 두었을 것이다. 돈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세금까지 포탈하면 그들의 자식들이 살아갈 이 사회는 누가 가꾸어 갈 것인가를 그들은 이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젊은 학도들이 실험기구 하나 없는 축축한 교실에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일부 부자들은 수십만 불을 미국 대학에 기증하면서 그 대가로 명예박사학위를 목에 걸었다. 그들은 그것을 가문의 자랑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시스템을 키우는 일에 착안하지 못했다. 그들이 시스템을 창조해오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기업규모를 키웠다면 그들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많은 경영인들은 경영이론이나 리더십을 배우기전에 장사꾼 식으로 돈버는 방법부터 배웠다. 많은 경영인들이 논리로 기업을 키운 것이 아니라 후각을 가지고 냄새나는 곳을 찾아다녔다.

후각을 가지고는 돈은 벌 수 있었어도 경영이론이나 리더십을 익힐 수는 없었다. 돈이면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었기에 그들은 사원들을 인격체로 보아온 것보다는 복종의 객체로 보아왔다. 이것이 오늘날의 노사분규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공정한 게임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아야 내가 잘될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논리에 인생을 걸어왔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합리화나 기술개발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들은 아직도 정경유착과 정책적 변수로부터 돈을 벌던 향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 돈을 갖다줘야 마음이 편해왔던 한국적 재벌의식은 단기간내에 바뀌지 않고 있다. 공해방지 시설, 기술개발 그리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투자하는 돈은 생색 없이 날아가는 돈 같이 느껴지기에 이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꺼리고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는 데에는 마음이 편해도 고급두뇌 한사람에게 주는 봉급에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랜동안 두뇌에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몇 푼의 연구개발비를 쓰면서도 온갖 생색을 다냈다.

그들이 이제까지 연구개발비라고 내놓은 것은 거의가 다 선진국에서 잘팔리는 제품을 찾아내 조립공장을 차리기 위한 데까지의 연구비(?)였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사원들이 땀흘려 번 돈을 이들은 개인 앞으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빼내갔다.

만일 한국의 부르킹스 연구소를 세우고 싶은 기업인이 있다면 그는 먼저 그의 사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어느 한 관광지에서 기념컵을 하나 샀다. 그 컵에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만일 당신이 기르는 개가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제 2의 평판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If your dog thinks you are the greatest guy then don't seek for second opinions).

200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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