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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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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잘 해달라

고객을 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눈먼 고객이 많다. 그 어느 고객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마케팅 부서의 상상력이 이를 창안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누가 더 정확히 찾아내느냐가 한때 경쟁력을 좌우했다. 지금은 누가 그것을 얼마나 빨리 해내느냐에 대한 게임이다.

일본은 미국에 비해 10배나 빠르게 고객의 요구를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들이 이러한 능력을 기르고 있는 동안 한국인들은 정경유착에 의해 독점권을 따내려 했다.

일본은 1946년에 마케팅의 창의력을 강조했다.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은 가장 훌륭한 엔지니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새 제품을 상상해 내기는커녕 만들어진 제품의 성능조차 설명해주고 있지 못하다.

1990년대 초반에 삼성을 선두로 기업 혁신 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적이 있다. 마케팅 분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장 기초적인 것에 착안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에도 품질이 있고, 몸값이 있다. 누가 양질의 인력을 먼저 채용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양질이 인력은 회사가 만들어야 한다.

신입사원의 교육을 외부 교육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으로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 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 스펙을 요구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

어느 플랜트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말한다. "외국 엔지니어링 회사가 제품을 주문할 때에는 스펙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한국 엔지니어링 회사가 제품을 주문할 때에는 너무 적당히 말해놓고 트집만 잡습니다".

교육을 시켜달라 할 때도, 주문 제품을 만들어 달라 할 때도, 대강만 말해주고 "잘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교육 목적은 인간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인간은 교육기간 동안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 성장해야 한다. 회사 생활이 인간을 성장시켜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개선을 지향하는 마음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면 품질도, 개인도 성장한다. 개선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 그 자체가 교육이다.

사람은 자극이 없으면 나태해 진다. 자극을 시스템 적으로 부여하게 되면 사람은 시스템 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자극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매일 근로자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물어줘야 한다. 근로자들의 사고력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근로자들은 사고를 하게 된다. 바로 토의 시스템이다

경영자가 자기의 손은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근로자들보고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응하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은 사람의 품질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사람의 품질이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시스템이 문화를 낳고, 문화가 사람과 제품과 창의력을 낳는 것이다.

200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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