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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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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타입의 경영자인가

파출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타입의 가정주부가 있을 수 있다. A라는 주부는 파출부에게 매우 관대하다. '아주머니, 대접은 후하게 잘 해드릴테니 잘 좀 알아서 해주세요' 하면서 집안 일을 송두리 채 맡긴다. 파출부 입장에서 보면 주인이 인격적으로 보일 것이며 또한 신바람나는 일이다.

B라는 주부는 파출부에게 엄격하다. 파출부가 해야 할 일을 차례대로 나열하고 그 하나 하나에 대해 그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일하는 요령을 일러주며, 일할 때의 주의사항과 안전수칙을 일러준다. 파출부 입장에서 보면 까다롭고 신나는 일이 아니다.

이들 가정주부에게 다섯 명의 파출부를 더 보탠다고 가정해 보자. 경영의 의미가 확연해 질 것이다. A타입의 주부에게는 다섯 명의 파출부가 더 늘어난다 해서 업무량이 증가되지 않는다.

이전처럼 '아주머니가 알아서 잘 좀 해주세요'하고 부탁하고 말 것이다. 여섯 명이 한 집에서 일하다 보면 불협화음도 생기게 되고 사고도 나게 될 것이다. 그때 그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잘못한 파출부를 해고시킬 것이다. 다른 파출부들에게는 '이번만은 용서해 줄 테니 알아서 잘 들 해나가라'고 엄포를 넣을 것이다.

그러나 B형의 주부는 다르다. 전날 밤 늦도록, 여섯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일일이 계획해 놓을 것이다. 이들의 작업과정을 일일이 관찰할 것이다. 혼자서는 벅차기 때문에 시간을 마련하여 토의도 시킬 것이다.

편안하게 잘 유도하면 파출부들은 애로와 개선 방안에 대해 창의력을 보태줄 것이다. 이런 모임을 매일 갖게 되면 파출부들은 그 다음날 발표할 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 종일 생각하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

A형의 주부는 경영을 모른다. B형의 주부는 엄청난 규모의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경영자들은 아직도 A형의 주부와 같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200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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