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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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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힘을 이용하라

선진기업은 설계를 자주 바꾼다. 생산공정과 작업방법도 늘 바꾼다. 6개월 이상 바꾸지 않는 회사는 경쟁력을 상실한 회사로 간주된다.

우리 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외국업체들이 설치해준 공장에서 작업절차만 배웠다. 한번 배운 절차는 수십 년간 바뀌지 않았다. 이것을 가지고 기업이 건재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역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는 체 하거나 어설픈 한국적 이론이 탄생되기를 바라지 말고 일본인들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달려들어 배워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성공적인 이론조차 소화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이론을 창조해 내겠다는 건가?

일본인들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극히 소수의 품질관리 전문가를 가지고 모든 사원을 품질관리 요원으로 훈련시킨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많은 검사요원이 있다해도 별도의 검사요원이 공정 하나 하나를 검사해서 무 하자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매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 자신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 하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근로자의 능력을 계발시켜야만 품질관리가 성공할 수 있다.

분임토의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작업방법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이고도 훌륭한 수단이다. 분임토의를 실시해보지 않은 한국업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분임토의를 제대로 해서 근로자들의 열성과 창의력을 유도해본 업체는 별로 없다.

일본의 품질관리는 근로자 자신들로 하여금 스스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히 소수의 전문요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품질관리는 별도의 품질관리 요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들만의 손으로 직접 관장하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열 배나 많은 인원을 가지고도 성과는 극히 저조하다.

미국 품질검사 요원은 공장 근로자수의 15%나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1-3%에 불과하다. 이는 특히 정부에 매우 중요한 교훈이다. 먼저 공무원이 일본의 품질관리 요원처럼 소수정예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모든 문제를 그들의 작은 손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들보다 수백만 배나 더 큰 국민의 힘을 이용하여 사회를 운영해야 한다.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이 해야할 바를 뚜렷하게 교육/훈련시켜주고 국민 속에 존재하는 두뇌들을 발굴하여 곳곳에 널려있는 시스템 황무지를 건설해나가는 일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무능한 행정가가 매사를 비밀에 붙이면서 자기의 손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몸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지 시스템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200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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