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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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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조직이 내는 힘

조직이 내는 힘은 2가지다. 하나는 시스템 에너지(시너지)이고 다른 하나는 콩가루 힘이다. 자동차라는 시스템이 내는 힘은 엄청난 괴력이지만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이 모여서 맨손으로 내는 힘은 극히 미미하다.

자동차는 시너지를 내지만 사람은 콩가루 힘만 낸다. 여기에 매우 중요한 교훈이 있다. 사람은 스스로 힘을 발휘하려 말고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으로 하여금 괴력을 발휘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조직은 어떤 힘을 내는가? 시스템 파워를 내지 못하고 콩가루 힘만 낸다. 한국의 기업, 정부, 농어촌이 모두 선진국 경영체에 패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다. 우리가 저들에 비해 시스템의 힘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힘을 합치는 게 아니라 각자가 밀실에서 부품을 만들어 다음 사람, 다음 조직으로 넘기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식이다. 각자가 만드는 부품에 대한 품질관리는 없거나 일천하다. 품질이 보장되지 못한 부품들을 합치기 때문에 불량품이 나오는 것이다.

최상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상의 품질을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게 없다. 최상의 품질을 낳을 수 있는 작업 절차가 개발되고 표준화되고 훈련돼야 하지만 한국 조직엔 그런 것들이 모두 생략돼 있다.

전임자들에 의해 전해져 내려오는 구식 절차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은 지금이 최선이요,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다. 말로는 겸손을 주창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잘못을 지적하면 기분 상해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이렇게 구식에 안주하는 동안 한국기업, 정부, 농어촌이 경쟁력을 잃고 쓰러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의식을 개혁하자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조직을 바꾸고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기업, 정부 조직은 거의 예외 없이 기능조직을 가지고 있다. 기능이 같은 사람이나 기계를 한 곳에 모아놓은 조직이다.

회계과에 가면 회계인들만 모여있다. 설계과에 가면 설계인들만 모여 있다. 바늘공장 제1공정에 가면 철사를 일정한 길이로 자르는 기계만 수십 대씩 배열돼 있다. 제2공정 건물로 들어가 보면 바늘귀를 파는 기계 수십 대가 배열돼 있다.

한국인의 조직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기능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으로 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1940년대로부터 시작해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선호돼왔던 조직이다.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려면 여러 개의 기능조직을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해 다녀야 한다. 작업자는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밀려오는 일만 반복하여 수행한다. 근로자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컨베이어벨트의 일부다. 한국의 모든 행정 조직, 공장 조직이 이러한 식으로 일한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자기 일을 채 마무리하기 전에 다음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다. 한 군데에서 에러가 생기면 완제품 전체가 불량제품이 된다. 일하는 사람보다 에러를 체크하는 품질 검사 요원 수가 적기 때문에 검사 요원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발생하는 에러를 다 걸러줄 수는 없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결재자는 에러를 예방할 수도 걸러줄 수도 없다.

에러를 범한 근로자는 질책이 무서워 에러를 은닉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다 담당자다. 담당자가 에러를 내면 누구도 그 에러를 걸러주지 못한다. 모든 근로자는 혼자서 일하다가 에러를 내고 그 에러는 대부분 발견되지 않고 공장 문을 나가게 된다.

혼자서 하기 때문에 에러율이 높고 은닉하기 때문에 에러는 반복된다. 발전은커녕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하자가 생겨도 첫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후반에 가서야 그것도 어쩌다 걸러지기 때문에 그 동안 투입한 재료비, 노무비, 간접비가 낭비되고 납기를 위반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에러가 최고 경영진에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여러 개 課에 분산돼 있는 사람들이 동원돼야 한다. 여러 개 課에 분산돼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총괄과"를 둔다. 프로젝트가 생기면 총괄과에 담당자가 선정된다.

각 技能課의 課長들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담당자들을 선정한다. 총괄 담당자는 각 기능課의 담당자들에게 업무를 배당하고 조합한다. 회의를 하긴 하지만 간단한 업무조정을 위한 것이지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게 아니다.

"그럼 일을 나누어서 하지 어떻게 하느냐? 열 가지의 일을 열 사람이 나누어 해야 하지 않느냐? 열 가지 일, 하나 하나에 열 사람씩 통 채로 달라붙어 하나 씩 하나 씩 하란 말이냐?"

물론 일은 나눠서 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는 일의 내용, 방법은 누가 연구해야 하는가? 열 가지 일의 내용, 방법은 최선의 것으로 연구돼야 한다. 바로 이 하나 하나에 열 사람이 덤벼들어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열 사람이 하는 일 하나 하나에 대해 최선의 방법을 창출해서 표준화시켜 놓으면 그 후에는 능력에 따라 일을 나누기만 하면 된다. 바로 이것이 힘을 합쳐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인들은 힘을 합쳐 각자의 일을 표준화하는 노력을 통 채로 생략하고 있다. 이를 위한 메커니즘이 바로 팀제다. 다음엔 팀제에 대해 살펴보고 저 한다.

200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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