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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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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건축물 품질관리 시스템

삼풍백화점과 같은 공공시설은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사업관리팀을 운영해야 했다. 한 개의 팀만 가지면 서울시에 건설되는 모든 건설물에 대한 사업관리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 정부는 독립국가를 경영하는 경영진이 아니라 일본이 식민지 통치용으로 만들어 놓은 그대로의 인허가관청일 뿐이다.

인허가 개념에 따라 이 엄청난 사업관리 임무는 구청 주택과에게 부과돼왔다. 주택과장에겐 설계 자체의 품질(QUALITY OF DESIGN)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도장값을 받는 일 뿐이다.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팀으로 일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CM(Construction Management)사를 고용해야 한다.

상암동에 축구장이 건설되고 있다. 시공업체 현장관리 팀이 20명이다. CM회사의 현장관리팀이 22명이다. 그런데 서울시 공무원이 50명이다. CM사가 미덥지 못하면 공무원들이 CM팀을 스스로 형성하여 현장 경영을 담당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CM 능력을 갖지 못했으면 믿을만한 CM사에게 일을 맡기고 공무원을 현장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은 아무리 많아야 걸림돌만 될 뿐이다.

첫째, 공무원들에겐 설계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둘째, 설계는 건축물 건설-유지비의 85%이상을 차지한다. 설계능력도 없고, LIFE CYCLE COST를 절약할 수 있는 능력도 전혀 없는 공무원이 무엇 때문에 50명씩이나 상암동에 나와 설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은 설계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설계비는 아무리 많이 들여봐야 [시공비]와 [유지비]에 비하면 불과 3% 미만이다. 그러나 이 3%의 설계비가 그 엄청난 시공비와 유지비의 운명을 좌우한다. 설계비에 투자되는 매 1달러마다 수백달러의 시공비와 유지비를 절약한다.

공무원에겐 시공 자재와 모든 시공 공정이 설계에 얼마나 합치하는 지(QUALITY OF CONFORMANCE)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훌륭한 감리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앉아 [가라서류]에 불과한 [감리필증]으로 준공검사를 끝낸다. 감리는 건축분야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공무원의 시녀일 뿐이다. 한국의 감리분야를 황무지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은 정부다. 사고가 나서 다급해 질때마다 감리시장을 외국에게 내주어 왔다.

간단한 박격포 하나를 제조하는 데에도 국방품질관리소 기술자들이 업체에 상주하고 있다. 들어오는 자재와, 공정의 하나 하나를 검사한다. 수 백 회의 비파괴 시험을 수행한다. 그러나 한국 시설물에 대한 품질관리는 누구도 수행해주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건교부와 시.도 단위에 [건축물 사업관리팀](PMO)을 설치해야 한다. 구청의 [인허가업무]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인력부터 절감된다.

둘째, 정부는 세계수준의 훌륭한 CM회사 하나를 표본적으로 만들어 다른 업체들과 경쟁시켜야 한다. CM 비와 감리 비도 국제수준으로 책정해 줘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CM업체, 설계업체, 감리업체가 양성된다.

셋째, 감리비에 대한 정액제를 페기해야 한다. 시공 시스템이 훌륭한 건설업체에게는 저렴한 감리비를, 부실한 업체에게는 비싼 감리비를 차등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그러면 건설업체는 감리비를 절약하기 위해 시공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다.

넷째, 대형 구조물에 대한 CM회사, 설계회사, 감리회사의 선발은 설사 발주자가 이준과 같은 개인이라 해도 지방정부의 PMO에서 담당토록 해야 한다.

다섯째, 사고유발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같이 중형을 부과해야 한다.

[제도에는 더 이상 개선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는 제도다운 제도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정부의 국가관리 능력이 바닥나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날때마다 정부는 [고의성이 있을 경우 관련자 모두를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에, [고의성]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준이라는 한 사람의 고의성도 판단해내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수로 모든 관련자들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 낸다는 말인가.

정부에는 성수대교의 붕괴가 누구의 책임이었는지를 판별해낼 수 있는 능력도 없다.국민은 또다시 눈가림용 정책에 속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책임제, 이것이 한국정부의 행정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돈봉투만 받겠다는 공무원들의 의지가 숨어있는 행정이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없다.

삼풍의 경우, 당시의 공사발주회사 사장, 시공회사 사장, 감리회사 사장, 백화점 사장, 로비스트, 구청장은 똑같은 비중으로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주도형의 눈가림용 안전진단]이 [업체주도형의 생사를 건 안전진단]으로 혁신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레이다자동화사업을 관장했던 장군이 중국으로부터 전투기가 불시착하는 것을 탐지하지 못했다 해서 할복자살했다. 이준 회장과 관련공무원들은 천명 이상의 목숨을 절단 내고도 변명하기에만 바빴다.

사법의 잣대는 고의성에만 맞춰져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의성만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책임사회에서 [고의성] 이상으로 중요한 법적 기준은 [책임성]이다.

200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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