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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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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일등국이 되기 위한 노력

1946년 전후 일본 사회는 한마디로 비전을 잃고 있었다. 근로자들이 일은 적당히 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영진들은 근로자들의 정신상태를 비난했다. 근로자들은 경영자들이 여건을 갖추어 주지는 않고 일만 열심히 하란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그들은 50년 전에 겪고 있었다.

50년전 일본에는 다행히 과학기술자들이 협회(Japanese Union of Scientists and Engineers)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품질 이론의 대가들인 데밍 박사, 쥬란 박사, 화이겐바움 박사들을 초청하여 일본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대상으로 품질관리 이론을 확산시켰다.

이들 미국인 학자들은 경영자들에게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비난하려 하지 말고 시스템부터 설치하라고 가르쳤다. 정신력을 가지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라는 것은 마치 화살로 전투기를 쏘아 내리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해 줬다.

이들 미국인 학자들은 일본인들에게 마케팅의 중요성부터 강론했다. "비싼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고객은 예외 없이 불만을 제기해 온다. 그러나 사소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면 고객은 말없이 등을 돌린다. 영업부서는 이러한 말없는 불만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원들이라 해도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불만을 찾아낸다는 것은 막연하기도 하거니와 엄청난 노력을 전제로 했다. 이러한 차제에 불만을 제기해오는 고객은 기업에게 구세주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인들은 그런 고객들에게 몇 번씩이나 절을 하고 그들의 불만을 무조건 수용했다.

"고객은 왕이다. 그러나 그 왕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영업부서는 이 왕들이 원하는 것을 상상해내야 한다. 그 상상의 결과를 가지고 신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의 보완점을 찾아내고 이를 다시 설계에 반영시켜야 한다. 따라서 영업부서는 품질관리의 처음 단계이자 마지막 단계다".

1940년대부터 일본인들은 클레임이 제기되면 즉시 외국으로 날아가서 가서 사과하고 수용했다. 아시아의 다른 용들은 1980년대부터 이를 본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클레임을 적대시하고 있다. 이렇듯 외국의 고객을 홀대하는 동안 그 기업 하나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모두가 살고 있는 공동의 집이 허물어져 왔다.

1930년대. 미국인들은 테일러 방법을 당대 최고의 과학적 생산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종전의 방법은 고정된 선반에 차체를 올려놓고 작업자와 부품을 차체로 이동시키면서 차량을 완성시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헨리.포드는 사람과 부품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차체를 이동시켰다. 이는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수행됐다.

이러한 테일러식 생산방법은 X이론의 상징이었다.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위협과 공포분위기에 의해 몰아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수의 설계자들이 작업방법을 표준화시켜 놓으면 근로자들은 그 정해져 있는 동작만 기계처럼 반복하는 것이었다.

'경영자는 경영을, 근로자는 작업을'즉 Management Manages & People Do라는 말이 테일러리즘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지금의 한국공장들의 모습과도 유사한 것이다. 이러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하에서는 장인정신이나 작업자의 판단이 조금도 인정되지 못했다.

작업자들은 오직 각자의 앞을 지나가는 차체에 그의 동작을 보태기만 하면 되었으며 한 순간도 한눈을 팔거나 이동하는 벨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빨라 근로자들은 미쳐 작업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나사를 미쳐 조이지 못한 채 제조 중인 몸체가 다음 작업자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불량품이 발생했다. 그래도 근로자들은 감독자가 무서워 이를 은닉해 버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장 근로자들과는 별도의 많은 검사자들을 필요로 했다. 이것이 품질검사의 시초였다. 이러한 검사자들이 발견해내는 하자품 수는 전체 하자품 수의 10%에 불과했다.

더 많은 검사자들을 투입하면 할수록 원가만 더 상승될 뿐 이미 투입된 원가는 회복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문제를 가급적 초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문제를 초기 공정에서 빨리 발견해 낼수록 유실액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웨스턴 전기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지휘하던 슈하트 박사에 의해 '슈하트 컨트럴 차트'가 고안됐다. 그는 통계학자였다. 슈하트 차트는 검사자들에게 허용오차의 상.하한선을 지정해주기 위해 고안됐다.

이 차트의 덕분으로 불합격품이 초기공정에서 발견될 수 있었으며 불량품 색출확률도 높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차트는 "검사자"의 검사 능력을 보완해주기 위한 것이었지, "작업자"의 능력을 향상시켜 하자를 미연에 방지시키기 위한 예방적 품질관리 방법은 아니었다.

1950년대. 일본인들의 모토는 '서구를 모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일본인들의 모토는 '서구를 따라잡자'로 바뀌었다. 일본의 경영진과 기술진들이 미국의 생산공장들을 구경하기위해 우르르 몰려나가 미국의 공장 주위를 기웃거렸다.

이 초라한 모습을 불쌍하게 생각한 미국인들은 문을 활짝 열고 일본인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일본은 죽었다 깨도 미국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에서 였다.

당시 덜레스 국무장관의 연설문 중에는 이러한 미국인의 우월감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들어있었다. "일본은 기술면에서 영원히 미국과는 경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지금 매우 훌륭한 손수건과 훌륭한 파자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들을 미국에 수출하려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후 불과 20년만인 1982년도에 승용차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일본차들은 나란히 1.2.3 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제 차량은 겨우 7위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미국이 자신들의 생산 시스템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안주하는 동안 일본이 그들을 훨씬 더 앞질러 가고 있었다.

미국에서의 품질향상은 곧 원가 상승을 의미했다. 그러나 데밍 박사는 일본인들에게 이와는 정 반대의 이론을 강론했다. 품질향상이 원가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의 절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가 일본에 가르쳐준 품질관리 방법은 공정 하나 하나에 대한 통계적 품질관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인들은 통계자료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뜰 수 있었다.

미국식 품질 검사는 잘해야 불량품을 발견해 낼 수는 있어도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었다. 미국인들이 공장 근로자의 10-15%에 해당하는 많은 품질관리 요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인들은 1-3%의 품질관리 요원만을 확보했다. 이렇게 적은 숫자의 품질관리 요원들을 가지고 일본인들은 어떻게 해서 무하자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미국의 품질관리 요원은 사후에 불량품을 적발해내는 경찰관이었지만 일본의 품질관리 요원은 근로자들 스스로가 불량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그들의 품질관리 능력을 계발시켜 주는 교사였다.

일본인들은 모든 근로자들이 품질관리 전문가가 되도록 교육시켰다. 근로자들은 생활화된 분임 토의를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발굴해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수많은 품질검사 요원을 가지고도 높은 불량율을 냈던 반면 일본인들은 소수의 요원을 가지고도 무하자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6개월도 안돼서 표준과 규정을 바꾼다. 6개월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을 가지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인들이 정해준 표준과 방법을 수 십 년간 그대로 유지해왔다.

일본인들은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한다. 일단 선정된 업체와는 일생 동안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 조립업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하청업체에서 납품된 부품과 소재가 불량하면 그 제품은 불량품이다. 따라서 일본의 조립업체는 하청업체로부터의 품질이 향상되도록 하청업체들을 도와준다.

그러나 한국의 조립 업체들은 지금도 하청업체에게 온갖 가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세상에 태어나서 대기업의 구매관 한번 해보면 원이 없겠다'고 할만큼 대기업 구매 부서의 횡포가 심했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양질의 부품이 생산될 수 없다. 이러한 협력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구태여 검사해보지 않아도 불량품이다.

컨베어 벨트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 어울리는 장치였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속에서의 근로자는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지금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하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요소는 인간능력의 향상이다.

인간능력의 향상은 일년에 몇 일씩 하는 교육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내의 창의력 계발 시스템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도요다 4만 사원으로부터 년간 260만-300만개의 창안 안건이 도출되며 이중 90% 이상이 반영된다. 모든 사원들의 창의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인이 하는 데 왜 우리가 못하는가?. 이 말은 1980년대의 어느 때부터 미국의 석학들이 미국 기업인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인용해온 말이었다. 이는 미국의 품질이 일본의 품질에 비해 얼마나 뒤져있는지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TQC라는 용어는 미국인 화이겐바움 박사에 의해 창안됐다. 비록 TQC라는 용어는 화이겐바움이 만들어 냈으나 이는 슈하트, 쥬란 그리고 데밍 박사로 이어지는 기라성 같은 그의 선배 대가들의 품질관리 이론을 그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었다.

비록 TQC라는 말과 이론은 미국인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 졌으나 오늘날 TQC라는 단어와 이론은 완전히 일본 산업의 대명사가 돼 있다. 오늘날 일본의 TQC는 미국의 선구자들이 제시했던 개념들과는 많이 다르게 발전했다. 일본 고유의 창의력이 보태진 것이다.

미국인 거장들에 의해 품질이론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일본인들은 그들 특유의 응용능력을 활용하여 일본 고유의 품질 문화와 기법들을 이룩해 냈다. 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많은 반성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의 이론은 한국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한국적 이론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극기에 가까운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마치 알약 하나 털어 넣으면 결과가 좋아지는 그런 이론과 아이디어를 원하는 것이다. 변하기 싫고 노력하기 싫다는 뜻이다. 경영은 마술이 아니다.

200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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