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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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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을 높이면 원가가 줄어든다

1930년대의 가장 훌륭한 과학적 생산방법은 테일러 방법이었다. 컨베어 벨트의 속도가 빨라 근로자들은 미처 작업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불량품이 발생했다. 수많은 검사요원들이 계측기를 가지고 불량품을 발견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들은 불량품의 10%정도를 색출해낼 수 있었다. 그나마 불량품에 투입된 모든 원가는 회복할 수 없었다. 품질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은 더 많은 검사요원의 투입을 의미했으며 이는 다시 엄청난 원가의 상승을 의미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품질관리를 중간 관리자에게 일임했다.

그러나 미국의 데밍박사는 일본인들에게 품질향상이 원가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의 절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가 일본에 가르쳐준 품질관리 방법은 미국의 방법과 달랐다. 공정 하나 하나에 대한 통계적 품질관리였다. 이를 계기로 일본인들은 통계자료 분석에 개안될 수 있었다. 미국이 걸프전에서 열심히 기름층을 걷어내고 있을 때 일본인들은 통계자료 수집에 몰두했다.

품질 검사자는 잘해야 불량품을 발견해 낼 수는 있어도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는 없었다. 일본인들은 소수의 품질관리 요원을 운용했다. 이들로 하여금 근로자들 모두가 품질관리자가 되도록 교육시키게 했다.

근로자들은 분임토의의 생활화를 통하여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데 훈련되었으며 그들은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해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메커니즘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수많은 품질검사요원을 가지고도 많은 불량률을 냈으나 일본인들은 소수의 요원을 가지고도 무하자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3개월도 안돼서 표준과 규정을 바꾼다. 3개월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을 가지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꾸는 일은 경영자의 몫이다. 한국은 일본인들이 정해준 표준과 방법을 수십 년간 그대로 유지해왔다.

근로자의 신바람이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보유한 640여대의 전투기가 단 한번도 떠보지 못한 것은 조종사들의 의식이나 정신력의 탓이 아니었다. 이라크의 전장 운영 시스템이 원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군 경영진의 무능이 100%의 패인이었다. 몇 사람의 애국적인 조종사들이 있다해도 이들은 시스템의 벽을 극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업간의 싸움도 시스템 싸움이다.

일본인들은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한다. 일단 선정된 업체와는 일생동안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 조립업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하청업체에서 납품된 부품과 소재가 불량하면 그 제품은 불량품이다.

따라서 일본의 조립업체는 하청업체로부터의 품질이 향상되도록 하청업체 가족들을 도와준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지금도 하청업체에게 온갖 가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세상에 태어나서 대기업의 구매관 한번 해보면 원이 없겠다'고 할만큼 대기업 구매 부서의 횡포가 심했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양질의 부품이 생산될 수 없다. 이러한 협력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구태여 검사해보지 않아도 불량품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하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요소는 인간능력의 향상이다. 인간능력의 향상은 일년에 몇 일씩 하는 교육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내의 창의력 계발 시스템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도요다 4만 사원으로부터 년간 300만개의 창안 안건이 제출되며 이중 90% 이상이 반영된다. 도요다가 한국업체만 못해서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니다. 마치 사과 떨어지는 것이 오직 뉴턴의 눈에만 의미가 있었듯이 문제는 창의노력이 생활화된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열 사람이 똑같은 견학을 했다. 그러나 열 사람이 보고 느낀 것은 제 각각이었다. 각자의 머리 속에 있는 것만큼만 본 것이다. 시스템 개념 없이 10년의 경험을 쌓은 사람과 시스템 개념을 가지고 10년간의 경험을 쌓은 사람은 이래서 다르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두 사람이 느끼는 것은 차원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후진 시스템에 적응되지만 후자는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200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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