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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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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파워, 황금의 거위 알

우리 사회에 리엔지니어링이 풍미하고부터 새롭게 생긴 현상이 "팀"제 조직이다. 팀제가 매우 효과적이더라는 선진국의 경험과 사례가 "corporate re-engineering"이라는 책에 소개됐다. 이 책은 Micheal Hammer라는 시스템공학자에 의해 쓰여졌지만 한국 출판사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번역을 시켜 원 저자의 뜻이 상당히 왜곡됐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우리 나라에서 너도나도 팀제를 채택한다며 팀장을 양산했지만 이는 과장이나 부장에 다른 이름을 붙여준 것에 불과했다. 조직은 그대로 두고 무늬만 팀제였다.

선진국 개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거의 모든 업체가 팀제를 운영했다. 선진국의 1개 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반해 우리 나라 팀에는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다. 10명의 회계 기능인들을 모아놓고 회계팀이란다. 여러 기능을 컨베이어벨트 개념에 따라 나열해놓고 시차별로 각 기능 조직이 내놓는 결과물을 차례대로 조립하자는 게 한국식 조직 운영 방법이고, 여러 기능 인력을 동시에 한 곳에 투입하여 토의를 통해 화학적 에너지를 내자는 게 서구식 운영 방법이다.

선진국의 1개 팀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을 걸고 스스로 수행하지만, 한국의 1개 팀은 컨베이어벨트의 일부처럼 부분만을 수행하여 옆 팀으로 넘겨준다. 프로젝트가 코끼리라고 가정해 보자. 선진국 1개 팀은 코끼리 한 마리를 팀의 명예를 걸고 완성하지만, 한국의 1개 팀은 코끼리의 뒷다리 하나를 완성할 뿐이다.

여러 팀의 산물을 모아야 코끼리가 완성되고, 이를 위해서는 소위 system integrator 라는 상위 통제자가 있어야 한다. 물론 선진국 1개 팀이 1개의 코끼리를 만드는 동안 한국의 여러 팀은 여러 개의 코끼리를 대량생산 개념 또는 장치산업 개념에 따라 만들어 낸다. 얼른 보면 선진국 팀과 한국 팀 사이에 다를 게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책임, 효율, 품질관리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팀제의 장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팀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팀을 여러 개 만들어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실명제로 단일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이게 단일 책임제이며 실명제다. 팀장이 단일책임자다.

실명제의 위력 하나를 소개한다. 5명 1개조로 자동화장비를 설치해주는 회사가 있었다. 설치해주고 오면 곧바로 A/S가 발생했다. A/S 때문에 적자가 났다. 실명제에 힌트를 얻은 사장이 꾀를 냈다. 각 조가 설치하는 기계에 동판을 붙이고 거기에 한문 이름과 주민번호를 새기게 했다. 그렇게 하자마자 적자가 흑자로 돌아섰다.

실명제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사회에서는 이름을 걸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권한을 행사할 때만 얼굴을 크게 내보이고, 책임질 일이 있을 때에는 얼굴을 감춘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분을 일했을 뿐인데 왜 내 책임이냐?"

경영이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단일 책임제(accountability)는 경영의 기본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여러 사람들이 진지하게 창의력을 짜내서 만든 팀-아이디어가 훌륭하다. 각자의 아이디어는 팀 단위 토의를 거칠 때에 증폭, 승화, 정련 된다. 조직을 팀제로 바꾸고, 각 팀은 팀-파워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운영돼야 한다.

최근에 유행하는 조직은 핵심역량(core competance)을 갖는 팀조직이다.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자기 고유의 핵심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팀 단위의 핵심역량을 키워나가는 조직이다. 하나의 팀 속에는 여러 분야의 달인들이 모여 있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모든 팀은 사령탑이다. 남의 힘을 이용하여 그들의 목적을 수행하는 리더들이다. 때로는 나의 팀이 다른 팀을 이용하고 때로는 다른 팀이 나의 팀을 이용하는 상부상조의 네트워크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 과실을 나눈다.

가장 전형적인 기업 조직을 보자. 첫째, 시장을 몇 개의 고객 집단으로 분류하고, 각 고객 집단을 가장 잘 만족시켜주기 위한 "사령탑 팀"들을 만든다. 둘째, 기업 내부 또는 외부에 설계-생산-판매-A/S, 회계, 통계처리 등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기능을 핵심역량 단위로 묶어 "인프라 팀"들을 만든다. 셋째, "사령탐 팀"으로 하여금 "인프라 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그들이 맡고 있는 고객집단을 만족시켜 나가게 한다.

사령탑 팀은 설계, 외주관리, 작업지시, 예방적 품질관리, 대기시간 없는 스케쥴링 작성 등을 올코트 프레싱 방법으로 기동성 있게 관리하는 경영체다. 팀 내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다. 각 팀은 팀 단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한다. 일과가 끝나면 한-두 시간씩 타인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서로가 자기 기술을 교환하여 가르쳐 줘야 한다. 팀 단위로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타인의 기술이 습득된다. 이렇게 몇 개월을 하다 보면 모두가 다기능을 터득하게 된다. 맥가이버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기능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토의를 한다. 프로젝트를 기기 단위로 계획할 것인지, 여러 개 작업을 동시 다발적으로(병렬식으로) 시작할 것인지,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장 실수하기 쉬운 과정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을 외주 줄 것인지 등을 따지다 보면 토의 능력이 향상되고 에러가 걸러지며 관리가 철저해 진다.

같은 능력을 가진 10명을 가지고 지금처럼 일하면 에러가 많고 공장에서 쓸 데 없이 시간을 대기시간으로 유실되며 발전도 기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10명을 가지고 팀제로 일하면 에러도 줄고 대기시간도 줄어들며 발전이 기약된다. 지금의 기업들에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다. 프로젝트 단위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팀 단위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경쟁은 자극이다, 자극 없는 조직과 개인은 게으르고 퇴화한다. 큰 소리 치고, 고압적인 팀장은 꼴등을 하게 된다. 팀원을 다독거리고,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조직적으로 유도해 내는 노력을 하는 팀장이 일등을 한다.

팀조직이 궤도에 진입하면 무 하자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납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에러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팀조직이 기업의 핵심 경영능력으로 발전하여 제작 방법을 스스로 창안할 수 있는 자생 능력까지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초에 구성된 10명이 1-2년 내에 4-5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팀제가 과연 좋으냐? 원론과 성공사례를 보면 팀제는 분명 엄청난 파워를 낸다. 한국에서 팀제가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1) 팀제에 대한 정확한 컨설턴트가 없었기 때문이거나 2)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없거나 3) 남이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려는 의욕들이 없거나 4) 새로운 지식과 이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들이 없기 때문이다.

200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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