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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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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하는 방법

"회의를 하면 의사결정을 하라"(meeting & decision), "토의를 했으면
아이디어를 내라"(discussion & idea); 이 두 개의 말이 사회에 유행되
기를 바란다. 회의를 해도 결론이 없고, 토의를 해도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앞선 기업 간부들까지 회의와 토의에 대해 회의적이며 시간낭
비라고 말들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내용(contents) 및 본질(substance)에 관심을 가지는 반
면 한국인들은 모양새를 많이 따진다. 한국회의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거나, 자기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다 들어
야 하는 회의를 한다.  생산성이 적은 반면 왕 왕 마음 의 상처를 받는다.
어떤 간부는 사장으로부터 과제를 받으면 일단 회 의부터 연다.

  자기가 책임지고 완수하려면 남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자문을 구해
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생략하고 우선 남들로부터 쉽게 아이디어부터
얻어 보자는 생각으로 회의를 연다.

  자기는 깊이 생각도 해보지 않고 남의 의견부터 얻어내려 하거나 회
의를 마치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활용하려는 게 우리의 회의문화다.
e-mail을 띄우는 것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활용되어 e-mail에 대해 식
상하게 만들고 면역만 키우고 있다.

  누구나 문제를 풀려면 우선 다른 사람이 문제에 깊이 동참할 수 있
도록 관심과 흥미를 촉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본인이 많은 연구
를 해야 한다. 그 과제에 정통하거나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을 한 사람
씩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해야 한다. 문제를 풀기 위한 회의를 열거나
e-mail을 보내려면 반드시 당사자가 먼저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증거
를 보이면서 요청해야 한다.

회의의 대부분은 어떤 핵심(critical) 문제를 풀거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게 아니라 각자의 업무나 생각을 발표하는 발표장에 가깝다. 더
러는 자기 자신을 윗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회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간부들은 자기 발표가 윗사람으로부터 지적되지 않고 잘 넘어가
면 다행으로 생각한다. 일단 자기 차례만 넘기면 다른 사람 발표에는
거의가 무관심하다.

  회의의 분위기가 언제나 무겁고 딱딱하다. 창의력을 유발하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생각도 얼어붙어 나오지 않는다.  현장을 관장하는 본부
부서장이 있다. 그는 야전사령관처럼 늘 돌아다니며 애로를 풀어주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현장에서 내는
목소리를 이해하고 옹호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이들은 회의에서 현장의 애로를 따뜻하게 포용하는 게 아니라
방어하려
는 자세부터 보인다. 현장에 문제가 많으면 본부의 간부들이 윗사람으
로부터 점수를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를 말하지 못하도록 무
언의 위엄을 잡는다. 이런 상관들에 대해 직원들은 불평한다. "회의에
서는 튀는 말하면 안 된다. 찍히면 고생한다. 적당히 말을 골라해야 한
다".

         200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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