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시스템 개선의 사례 #1(제조업)

(1) 현 상

공작기계, 플랜트 설비 등을 주문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이런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의 정확성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때로는 부정확할 수도 있고 제작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제작사는 전문성을 발휘하여 주문자의 에러를 시정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제작사의 영업과정은 그렇지를 못하다. 주문을 받는데 급급하고, 주문만 받으면 그 후의 일은 설계부서와 제작부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데밍 박사가 일본인들에게 가르쳐 준 것 중 하나는 "후공정이 전공정의 고객"(next process is your customer)이라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이를 1950년대부터 실천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엔 이 말의 의미를 아는 기업조차 드물다. 자료를 받을 때마다 읽어보고 분석하기는커녕 봉투에 넣어 둔 채, 다음날 만나면 무성의함을 감추기 위해 무조건 고개만 끄덕인다. 일단 수주를 받으면 어지럽게 쌓여진 자료를 설계부서에 넘겨준다. 영업과정에서 획득했던 정보는 무용지물이 된다. 수주를 따왔으니 잘해보라는 식으로 넘길 뿐이다.

견적에도 에러가 있다. 견적 자료가 Update되지 않으면 에러의 규모가 커진다. 견적자료가 update되려면 항상 현실 자료가 피드백 돼야 하지만 그런 게 없다. 건설업계에서 평당 얼마라는 원시적인 견적이 통용되듯이 제작사에서는 대개 톤당 얼마라는 식의 견적이 사용되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견적에도 영.미 시스템과 한국 시스템 사이에 격차가 있다. 영.미의 견적은 공간(space) 단위로 원가예측(costing)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건물이 크던 작던 자재 소요량을 단순 기계적으로 계산해 낸다.

영.미 인들은 얼마만큼 넓은 스위트를 어떤 마감재로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하지만 한국인들은 목재, 시멘트, 철근, 유리 등 전체 건축물에 들어가는 자재 가격을 일이 보태서 전체 건물 값만 낸다.

최근 리모델링(renovation)이 한창이다. 파이프를 바꾸고 구조물을 부분적으로 바꾼다. 응접실, 사무실, 화장실 등에 대한 새로운 레이아웃이 나오면 마감재에 따라 식당 얼마, 응접실 얼마 식으로 견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전주가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견적 시스템을 가지고는 이러한 선택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한국건설, 제작이 얼마나 원시적인가는 경적에서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제작사의 설계 부서에는 재질의 강도를 계산하는 사람, 도면(CAD)을 그리는 사람, 자재의 필요량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주문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소관 서류를 복사하여 제각기 암흑 속에서 콩가루 식으로 일한다. 누구와 토의할 기회도 없다. 이런 뜻인가 저런 뜻인가 하고 궁리하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에러가 나고, 에러가 나도 걸러주는 사람이 없다.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도 주문품에 대한 아무런 비전을 갖지 못한 채 나름대로 "이럴 것이다"라고 추측해가면서 일을 서두른다. 에러가 많은 설계도면에 자체 어렐르 더 보태는 것이다. 모두가 투기식으로 일을 한다. "다시 하라면 다시 하지 뭐", "열심히 일하다가 틀린 걸 어떻게 해".

주문자(오너)측과 접촉하는 데에서 오는 에러,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에러, 내부 기술, 제작, 물류 팀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에러는 회사 전체 에러의 80%는 좌우할 것이다.

그래서 1950년대 초부터 일본에서는 영업팀을 최고의 엔지니어로 보강하고 그들에게 가장 큰 과제를 부여했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불만까지를 생각해 내라고 강요했다. 영업팀에서 전달해주는 자료가 정확할수록 설계시간과 공장 대기시간 그리고 에러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재작업(리비전)이 줄기 때문에 원가와 공기가 절약된다.

자재 강도가 잘 못 계산되면 엉뚱한 자재가 구매된다. 자재가 구매되려면 통상 30-90일이 소요된다. 에러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달렸다. 시스템적인 에러 체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구매한 자재는 이미 재단되어 불필요하게 돼버리고 또 다시 자재를 구매한다. 이 기간 동안은 작업을 할 수 없다.

도면을 잘못 그리는 경우, 치수를 잘못 기록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오너의 특별요구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누락된다. 표준사항이 누락된다. 이러한 에러는 재작업(리비전) 회수를 증가시키고, 리비전이 발생할 때마다 대기시간과 재작업 시간은 상승적으로 길어진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수정(revision)이 발생한다는 게 공장 작업자들의 정서다.

심지어는 용접 시방서가 잘못 선택되고, 외주에 의존하는 부품 스펙이 누락되거나 에러를 내는 수도 있다. 자재를 절단해야 할 마킹(먹줄 등)이 잘 못 이뤄지는 수도 있다. 잘 못 재단된 자재는 버리고 다시 구매해야 한다.

수많은 에러를 자아내고 있으면서도 에러를 범한 근로자는 질책이 무서워 에러를 은닉한다. 담당관제로 혼자 일하기 때문에 에러 율이 높고, 은닉하기 때문에 에러는 반복되며, 에러의 대부분은 발견되지 않고 공장 문을 나가게 된다. 일단 에러가 발생하면 그때까지 투입된 재료비와 노무비 및 간접비는 모두가 낭비다.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서 課를 형성한다. 과에는 10명이 있다. 10명 중 A급은 2명 뿐이다. 쏟아지는 업무량을 2명의 A급만 맡지는 않는다. B급도 맡고 C급도 비슷한 분량의 업무를 맡아 혼자서 처리한다. A급이라 해서 B급과 C급을 지도하거나 감독하지 못한다. 과장도 부장도 그들이 저지르는 에러를 거르지 못한다. 틀린 도면이 생산공장으로 넘어가면 아무리 제작을 잘해도 하자품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과에서 발생한다.

공장에서 제조되는 하드웨어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는 원시적이긴 해도 이루어지고는 있다. 하지만 영업부서와 기술부서를 통해 나오는 "설계" 및 "도면"에 대해서는 품질관리가 그 자체가 없다.

개선도 발명도 머리 쓰는 시간이 보장돼야 바랄 수 있다. 하루 종일 출근시부터 야간 10시까지 계산기만 두드리다 집에 가면 피곤해 쓰러지는 생활을 하고 사람이 있다. 하루종일 도면만 그리다가 집에가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무슨 개선과 발명이 있을 수 있는가. 이들에게서 정신력을 강요하지만 무모한 짓이다.

모든 제작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설계품질, 도면품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무하자 도면도 중요하지만 "설계개념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 품질개선 노력과 속도 개선 노력이 병행해야 한다.

7개월 짜리 프로젝트가 수주되면 5개월은 공장 이전의 선행과정에서 소모된다. 나머지 2개월 안에 납품을 해야 하는 공장은 자연 바빠질 수밖에 없다. 그 2개월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 리비전이 잦고, 도면 에러가 발견되고, 에러가 시정될 때까지 대기시간이 공제된다. QC 개념의 구식화와 운영의 경직화로 또 다른 대기시간이 생긴다. 이렇게 서두르는 데에서 에러는 누증된다.

처음부터 시간을 들여 작업요령에 대한 지시, 불량을 내지 않고 작업하는 요령이 개발되고, 작업 준비와 세팅을 완전하게 한 후에 작업을 하면 에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개선은 이러한 과정에서만 싹튼다.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반복하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처음에 서두르는 일 치고 재 작업이 따르지 않는 공정은 없다. 시작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작업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개는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반복한다. 개선을 위한 토의 시간이 전혀 없다. 토의 분위기란 아예 없니다. 직급이 높으면 권위부터 세우려 한다. 토의는커녕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도 안되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현상이 증폭된다. 덩치 큰 기업이 쉽게 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할이 별로 없이 부하 직원들의 시간만 빼앗는 간부들도 많다. 직원들의 일할 맛을 차단시키는 간부들도 많다. 불필요한 결재도 일할 맛을 차단한다. 결재는 아랫사람들의 의욕을 차단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차단한다. 한국기업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이 바로 결재다. 선진국 부사장들은 현장으로 출근해서 현장에서 퇴근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해서 현장 사람들과 해결한다.

간부란 결재자가 아니다. 일을 촉진시키는 촉진자(facilitator)이다. 간부는 토의를 통해 문제를 즉석에서 해결하는 해결사여야 한다. 돌아다니면서 대화를 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토의의 리더가 돼야 한다. 즉석에서 해결하는데 어째서 결재가 필요한가?

QC개념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품질관리의 핵은 에러의 예방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사후 검사만 있고, 예방관리가 없다. 사후 검사는 아무리 잘 해야 불량품의 극히 일부를 걸러낼 수 있을 뿐이다. 설사 검사에서 불량품이 걸러진다 해도 이미 비용은 발생하고 회복되지 않는다. 불량품을 시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체상금이라는 벌금도 물게 된다. 검사를 통해서는 절대로 품질과 비용을 향상시킬 수 없다.

한국식 품질관리에는 비용개념이 전혀 없다. 비용개념이 있다면 예방활동을 위주로 했을 것이다. 검사를 박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하는 일없이 대기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품질관리 요원들은 아주 틀린 생각들을 하고 있다. 품질을 높이려면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려 비용이 올라가고 납기가 지연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품질관리를 예방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경찰관식 사후 검사로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념상의 이 간단한 오해가 얼마나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는지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팀과 함께 에러가 날 수 있는 요소를 착안해내고, 그 에러를 방지할 수 있는 작업방법에 대해 같이 연구해 보라. 이러한 생활을 몇 개월간 계속하게 되면 작업팀 스스로가 문제를 발견해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경찰관 식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 작업자 모두를 품질관리 요원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다.

에러가 나면 비용이 나간다. 검사는 이미 발생해버린 에러를 찾아내는 과정이지 예방하는 과정이 아니다. 에러가 예방되면 비용이 절약되고 시간이 단축된다. 품질과 비용은 하나이지 두 개가 아니다.

이상의 현상이 기능조직의 한계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조직을 바꾸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신력을 강조함으로써 시스템의 벽을 넘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유능해도 시스템의 벽을 극복하는 사람은 없다. 시스템 파워를 낼 수 있는 팀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2) 시스템 개선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공장이 주역이고 기술부서를 포함한 나머지 부서들은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핵심역량은 언제나 두뇌집단에 있다. 두뇌집단이라면 경영집단이다. 하지만 한국 업체에는 경영집단이 없다. 공사관리(PM)를 하는 부서, 설계 부서, 품질관리 부서, 생산관리 부서들로 쪼개져 일을 토스 할뿐 종합관리를 하는 부서가 없다. 설사 종합관리 부서가 있다 해도 이들은 각 부서가 하고 있는 일을 행정적으로 파악하여 윗사람에게 전달하는 연락관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총괄부서에 불과하다. 옥상옥인 것이다.

각 부서는 "쟁이집단"(단순기능공)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발전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어제를 답습하기에 급급한 조직이다. 이들은 10여 개의 사무실에 분산돼 있다. 1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각 사무실에서 1명씩 차출하여 해당 기능을 맡긴다. 각자는 자기 일을 떼어내 가지고 사무실에 외롭게 앉아 독촉을 받아가며 일한다. 모르는 게 있어도 묻지도 못한다. 윗사람이 어려워서 묻지 못하고 무능하다는 평을 들을까 묻지 않는다. 물을 시간도 없다. 이렇게 조작 조각 나뉘어진 작업 결과를 합치니 복잡한 프로젝트가 제대로 조합될 리 없다.

시너지는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태야만 발생한다. 한 프로젝트에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지만 이들은 힘을 합치지 않고 각자 다른 방에서 조각 조각을 떼어내 혼자서 일을 한다. 혼자서 일을 하니 에러가 나고, 에러가 내포된 조각들을 가져다 조립을 하니 전체가 맞아떨어질 리 없다. 이 모두가 비용이다.

설계개념 및 일하는 방법에 대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10여 개 부서에 분산돼 있는 각기 다른 능력과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프로젝트를 맡겨주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10여 개 사무실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3-4개의 팀으로 나누어 각 팀에게 사무실을 하나씩 배정하는 방법이다.

1개 팀에는 프로젝트 여러 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 다 포함돼 있다. 공사관리, 품질관리, 설계, 강도계산, 도면작성, 자재소요, 용접사양, 기술행정 등 모든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기업에는 각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많아도 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추적하고 관리하는 단일 책임을 지는 팀이 없다. 일단 컨베어벨트에 태워놓으면 그만이다. 그 다음부터 나타나는 에러에 대해서는 부서간 책임공방을 위한 언쟁만 있다. 문제가 커지면 공장장이나 사장에 의해 해결은 되지만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는 각 팀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관리하면서 실명제에 의해 단일 책임을 지고 팀간에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동의 책임이었다.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장이 주역이 아니라, 위 4개 팀이 주역이다. 각 팀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다. 4개 팀이 사령탑(control tower)이고 공장과 구매부서는 하부 인프라다. 설사 강도계산, 도면, 공장, 물류 모두를 외주 주더라도 이 이 4개 팀과 영업만 있으면 기업은 극소수의 인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령탑 팀은 경영체다. 경영은 남의 능력으로 일하는 기술이다. 유능한 농가는 모든 농기구를 사재지 않는다. 남들이 가진 기구들을 활용한다. 그게 능력이다. 사령탑 팀은 설계, 외주관리, 작업지시, 예방적 품질관리, 대기시간 없는 스케쥴링 작성 등을 올코트 프레싱 방법으로 기동성 있게 관리하는 경영체다.

지금은 경영체가 아니라 기능인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종합관리를 핵으로 하는 경영체로 훈련돼야 한다. 훈련은 외부적으로 실시되는 게 아니라 팀으로 일하다 보면 자생적으로 자라난다.

팀 내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다. 각 팀은 팀 단위 사무실에서 같이 일한다. 일과가 끝나면 한-두 시간씩 타인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서로가 자기 기술을 교환하여 가르쳐 줘야 한다. 팀 단위로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타인의 기술이 습득된다. 이렇게 몇 개월을 하다 보면 모두가 복수 기능을 터득하게 된다. 맥가이버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기능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토의를 한다. 남기를 단축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병렬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장 실수하기 쉬운 과정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을 외주 줄 것인지 등을 따지다 보면 토의 능력이 향상되고 에러가 걸러지며 관리가 철저해 진다.

같은 능력을 가진 10명을 가지고 지금처럼 일하면 에러가 많고 대기시간이 많아지며 발전도 기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10명을 가지고 팀제로 일하면 에러도 줄고 대기시간도 줄어들며 발전이 기약된다.

지금까지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프로젝트 단위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직원 각각을 담당관으로 지정하면서 정적인 방법으로 지리하게 일했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팀 단위로 경쟁이 시작된다. 경쟁은 자극이다, 자극 없는 조직과 개인은 게으르고 퇴화한다.

누가 1등이고 2등이냐에 대한 평가는 이미 공장에서 나타난다. 자상한 팀장, 규모 있게 시스템적으로 일하는 팀, 예방교육에 철저하고 확인이 철저한 팀은 자연 명성을 얻게 된다. 성과분석은 물론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총무과에서 기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큰 소리 치고, 고압적인 팀장은 꼴등을 하게 된다. 팀원을 다독거리고,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조직적으로 유도해 내는 노력을 하는 팀장이 일등을 한다. 토의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처음엔 어렵다. 토의에는 엄청난 기술과 매너 그리고 리더십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당 한 사람이 검사를 하는 것은 무모하리만큼 비능률적인 방법이다. 팀 원 전체가 예방적 품질관리에 뛰어들어야 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팀원의 기술적 기량이 향상되고 경영능력이 자란다. 앞으로는 이러한 식의 경영능력을 가진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다.

다음날 중요한 용접이 있으면 팀의 누군가가 현장에 나가 용접부장과 함께 담당자를 지정하고, 그에게 용접 사양과 중요성 그리고 QC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당일에는 술을 먹지 말도록 당부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한다면 용접 에러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른 공정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작업자들을 각 팀의 목적으로 유도해 가야 한다. 이것을 철저히 하는 팀은 자연히 공장에서 소문이 나게 된다. 그게 명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일 팀을 짜놓고 팀을 한 사무실에 모아놓고서도 일하는 방법을 지금처럼 담당제로 하면 팀제의 효과는 전혀 거둘 수 없다.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spec summary 브리핑을 통해 프로젝트 내용을 공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각자의 연구와 집단 토의를 통해 착안사항이 빠짐없이 창출돼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나열되고 그것을 스케쥴링 화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공동으로 힘을 합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철저하게 이뤄지면 일을 나누고 분담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비록 A와 B가 다른 일을 하지만 A는 B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 매일 필요할 때마다 토의를 하고 어긋난 일을 보강한다. 일이 삐뚤어지기 전에 예방하며 공장 대기시간을 제로로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정리하고, 에러를 내지 않은 방법을 공동으로 착안하고, 공장의 대기시간을 제로로 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스케쥴링하는 것이 바로 팀제의 파워를 내는 길이다.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창의력으로 힘을 합하는 과정 자체가 빠져 있었다. 잘 이해되지 않는 과업을 각자가 맡아다가 자기 방에 가서 혼자의 힘으로 해왔다. 아무리 바빠도 이러한 식으로 시작하면 "빨리 빨리" 해봤자 일만 그르친다.

건축에 설계가 중요하듯이 일에도 설계가 중요하다. 선진기업은 설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설계에 돈을 투자하지 않고 무조건 "빨리 빨리" 서두른다. 설계 없이 서두르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로운 사령탑 팀은 바로 경영을 설계하는 팀이다.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해서 일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경영능력을 배양하는 길이다. 토의의 능력이 경영 능력이다. 토의를 하면 남에게 자기의 생각을 요점 위주로 간단명료하게 발표하는 능력, 관찰 능력, 남의 말을 빨리 소화하는 능력들이 길러진다. 브리핑 능력도 길러진다. 팀 속에서 일하면 다기능의 습득은 물론 경영 능력까지 기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누구에게나 엄청난 비전이 생기게 되고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개인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 일할수록 그 결과가 회사의 이익으로 직결돼야만 기업의 능력이 스스로 자란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원들은 회사의 이익만을 강조 받고 있으며, 간부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팀제는 개인의 이익이 곧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장래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원들이 이렇게 일하면 장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업이 계속 발전하게 되기 때문에 장래가 보장되고, 날이 갈수록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에 장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팀제가 과연 좋으냐? 원론과 성공사례를 보면 팀제는 분명 엄청난 파워를 낸다. 한국에서 팀제가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1) 팀제에 대한 정확한 컨설턴트가 없었기 때문이거나 2)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없거나 3) 남이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려는 의욕들이 없거나 4) 새로운 지식과 이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들이 없기 때문이다.

2002. 1. 11


Prev	시스템 개선의 사례 #2(건설업)	지만원


Next	토의, 시너지 제2의 수단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