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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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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에 대한 기본 상식

원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철학"이다.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분류"는 더욱 어렵다. 전자는 정확성에 대한 문제이고 후자는 정보의 용도에 관한 문제다. 전자는 숫자이고 후자는 철학이다. 전자는 회계 공준(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standards)에 의해 제약을 받지만 후자는 분석가의 판단력이 좌우한다.

제조 중에 있는 미완성 제품을 재공품(Work In Process)이라 한다. 완성 정도가 각기 다른 재공품에 부가된 원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같은 대상의 원가를 100사람이 측정하면 100개의 각기 다른 수치가 나온다. 이들 수치들은 통계적 분포를 이룬다. 분포가 넓으면 정보가치가 적고, 분포가 좁으면 정보가치가 높다.

분포의 폭을 줄이려면 최소한의 원칙이 필요하다. 원가회계공준이다. 이러한 공준에 의해 측정된 원가는 '정확'한 것이 아니라 '근사치'다. 공인회계사가 재무제표에 서명을 하는 것은 정확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공준에 충실했느냐의 여부(Fairness)를 증명하는 것이다.

공인회계 회사는 수백 개의 고객(Client)을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회사가 12월 31일부로 재무제표를 발표한다. 두 가지 문제가 대두된다. 첫째, 업무의 연말 편중 문제이다. 제한된 공인회계사를 가지고 수백 개 회사의 재무제표를 12월31 마지막 거래를 기다렸다가 그때부터 연간 거래 모두를 확인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적 기법과 수학적 예측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둘째, 통계학적 기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샘플에 의한 감사를 의미한다. 샘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데에는 신뢰도가 문제가 된다. 신뢰도에 대한 생태적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샘플에 의한 감사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공인회계사가 고객사의 모든 거래를 일일이 확인 대조한다는 것은 업무량 문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고객사의 내규 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가장 먼저 평가한다. 내규시스템이 훌륭하면 자료의 정확성이 높기 때문이다.

납품창고 직원이 얼마나 자주 에러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한번 에러가 나면 금전상 얼마만큼의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를 작성한다. 바로 샘플 조사다. 창고에서 공장으로 자재를 불출할 때에도 똑 같은 종류의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실사를 통해 이러한 자료를 조사해 가지고 연간 생산계획에 조명시키면 연간 에러 규모가 예측된다.

재무제표 각 항목마다 에러 규모에 대한 통계적 분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미리 가지고 있다가 연말에 기업이 내놓는 재무제표 자료와 비교 검토한다. 기업이 내놓는 연말 재무제표 액수가 예측 분포도 내에 들어오면 적정판결을 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항목별로 재조사를 하여 부적정 의견도 낼 수 있다. 이것이 수학의 마력이다.

내규시스템이 부실하면 에러 분포도마저 생산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거래내용을 일일이 대조 확인해야만 한다. 이는 엄청난 감사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규가 훌륭하면 소수의 샘플조사만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고객사는 감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규시스템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아직도 이러한 개념이 없다. 한국의 감사비는 정액제이며 통과의례식 비용이다. 이러한 정액제를 가지고는 업체의 내규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없다. 동기가 없는 것이다.

측정 시스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원가의 분류체계다. 원가를 어떤 분류로 측정하느냐는 경영정보의 질을 좌우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가분류와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공인회계사와 전산요원들에게 일임해 왔다.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있지만 용도는 별로 없다. 기능공이 과학자 행세를 했기 때문이다.

전산학도는 경영정보를 생산해내는 기능공에 불과하다. 무슨 정보를 생산하느냐를 결정하는 사람은 시스템분석가들이다. 서양의 경우 기능공과 시스템분석가의 급료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갖는다.

정보는 의사결정에 기여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지금의 의사결정은 상식만으로는 안된다. 우리의 상식은 왕왕 과학적 진실과 상치한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전문분석가들이 한다. 반드시 수학모델이 동원된다. 공인회계사들이나 전산학도들은 이러한 수학모델을 알지못한다. 모델마다 요구하는 정보가 다르다. 무슨 종류의 정부를 생산해내느냐는 무슨 종류의 의사결정을 하느냐, 무슨 수학모델이 동원되느냐에 따라 다르다.

원가는 의사결정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정부 중의 하나다. 그 원가정부 마저 용도에 따라 개념이 다르고 측정치가 다르다. 원가를 행태에 따라 분류하면 쪼개면 고정비(Fixed Cost)와 변동비(Variable Cost)로 분리된다.

고정비는 설치비와 같이 생산량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비반복적인 비용(Nonrecurring Cost)이고, 변동비는 생산량에 비례해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비용(Recurring Cost)이다. 이는 손익분기점을 찾아내고, 계획을 세우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류다.

원가를 발생 공간에 따라 분류하면 '공장원가', '사내원가' 그리고 '사외원가'로 분리된다. 원가를 성과측정 목적으로 분류하면 통제가능원가(Controllable Cost)와 통제불가능원가(Noncontrollable Cost)로 구성된다. 물류비, 한국적 준조세, 대정부 행정비, 조세들은 '사외원가'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통제할 수 있는 원가가 아니라 정부만이 통제할 수 있는 원가다.

광고비나 본사 참모조직이 유발하는 비용은 '사내원가'이지만 공장장이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다. 원가를 통제가능원가와 통제불가능원가로 분류하는 것은 책임경영 시스템의 핵심이다. 만일 공장장이 책임질 수 없는 조세나 물류비 등의 비용을 공장장에게 배분한다면 공장장이 허리띠를 졸라가면서 절약한 원가가 덩치 큰 간접비에 덮여 묻혀버리고 만다. 그러면 공장장은 작게 보이는 비용을 절약하려 데 대한 의욕을 잃게 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훈련된 공인회계사들이나 기업의 경리 직원들은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원가자료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공인회계사들과 기업의 경리 직원들이 경영자료에 매우 중요한 이러한 정보생산에 무조건 저항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99% 이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을 예측하는 데에도 두 가지 철학이 있다. 하나는 "will cost"(무의지 원가)이고 다른 하나는 should cost(의지원가)이다. 무의지 원과는 미래의 비용이 과거의 비용행태를 반복(replica of the past)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예측한 미래 원가이며, 의지원가는 미래는 반드시 경영혁신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예측한 미래원가다.

이 두가지는 미래에 발생할 사업비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분석가들의 예측도구다. 무의지 원가를 예측하는 데에는 주로 회귀분석(regressuon analysis)기법이 사용된다. 의지비용을 예측하는 데에는 여기에 원가절감 효과를 대입하거나 비용요소를 일일히 새롭게 계산해 내는 방법이 시용된다. 소위 WBS(Work Breakdown Structure)에 의해 원가를 하나씩 추정해 내는 방법이다.

선진기업들에는 DTC(Design To Cost)라는 개념이 있다. 제품기격은 기업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이 결정한다. 따라서 시장 가격을 지상명령으로 알고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가격을 정하고, 여기에 맞추어 제품설계와 공정 설계를 한다. 원가에 맞추어 설계를 개선시킨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should cost 개념인 것이다.

선진국이 이렇게 국내외시장에서 싸우는 동안 한국기업들은 국외에서는 덤핑 판매를, 국내에서는 폭리판매를 해왔다. 외국기업이 100불에 파는 상품을 우리 기업은 400-400불에 팔았다. 우리에겐 DTC 개념이 없었다. 바싸게 팔다가 어느 날 선진기업들이 우루르 몰려와 경쟁을 하자 그대로 앉아서 망하고 있는 것이다.

20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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