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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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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은 임종시 절대자와 결산하라

미국의 한 거부 아들은 뚫어진 양말을 신고 때묻은 폭스바겐을 몰고 다녔다.
거부는 그에게 재산을 물러주겠다고 했으나 그아들은 단 한개의 은수저도 받지 않았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독립할 수 있도록 키워 주셨으니 나머지 재산은 이 사회와 결산하십시요“아들의 말이었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의 거부 사업가였던 브루킹스(Robert Somers Brookings)씨는 1850년에 태어나 83세의 인생을 살고 1932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60세되던 1910년에 그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증했다. 그는 그의돈으로 연구소를 만들어 사회의 복리 향상을 위한 공공 정책 개발에 기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로 인해 지금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이 연구소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 연구소 인력은 300명,그중에서 연구 인력은210명이며 이들의 90%는 박사 학위 소지자다. 한국땅에도 수많은 부자들이 살다가 갔다. 그러나 한국땅에는 아직 이러한 연구소가 없다.

신정부의 재산 공개 드라이브에 의해 돈과 권력과 명예를 소유했던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입지까지 한순간에 파괴시켰다. 이들은 대개 50대와 60대의 연령층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조건 많이만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세와 치부에 최고의 가치를 걸어 놓고 매달림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기가 수용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재산은 인생으로부터 여유를 빼앗아 간다. 큰 방을 골동품으로 가득채운 부자는 그골동품 때문에 방을 비우지 못한다. 그 부자는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자유를 즐기지 못한다. 그는 그의 가슴 속에 아무런 꽃도 가꾸어 보지 못한채 메마른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다. 가슴 속에 꽃을 가꾸지 못하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정말로 인생을 아끼는 사람은 인간적인 멋이 고갈된 Somebody보다는 자유와 멋과 낭만이 흐르는 Nobody로서의 삶을 선택할 것이다.

불과 20년 정도의 인생을 남겨 놓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인생을 결산해 가야 할 것이다. 절대자는 각자에게 인생의 길이와 재능(talents)을 주었다. 각자는 절대자 앞에 지친 육신을 맡기면서 그와 결산해야 할 것이다. 절대자가 허용해 준 인생의 길이를 어떻게 유감없이 살다 왔으며 절대자가 부여해준 재능을 어떻게 갈고 활용했는지 그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수조 원의 재산을 가져 왔다 해서 그것이 절대자에게 어필될 수는 없으며, 장관과 국회의원을 해서, 족보에 이름 석 자 올려 놓고 왔다고해서 절대자를 감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살고보니 허망했다고 생각될 수 있는 그짧은 인생을 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느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을 관조해 본 기억이 없을 만큼 사회 통념에 얽매어 정신없이 달려 온 세월이 허망하게 느껴질 것이다.

미국증권계의 어느 한 거부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은 30대의 젊은 역사학자였다. 그는 비록 뚫어진 양말을 신고 때묻은 폭스바겐을 타고 다니지만 그와 나누는 대화 속에는 언제나 줄기와 정신이 들어 있었다. 거부의 부모는 아들에게 약간의 재산을 덜어 주려했다. 그러나 그 아들은 부모의 간청을 거절했다.

어떤 기념일을 구실로 은그릇을 덜어 주려 했어도 그아들은 단 한개의 수저도 받기를 거절했다.“아버님도 이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입신하셨으니 저 역시 제 힘으로 입신하고 제 이름으로 이 사회와 결산할 것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독립할 수 있도록 키워 주셨으니 나머지 재산은 이 사회와 결산하십시오". 그의 부모는 그런 자식에 대해 언제나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

재산을 턱없이 많이 모은 이 사회의 숱한 부자들은 돈이 없으면 살아갈 자신도 능력도 없는 자식들만 두었을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세금까지 포탈하면 그들의 자식들이 살아갈 이 사회는 장차 누가 가꾸어 갈 것인지 그들은 이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젊은 학도들이 실험 기구 하나 없는 축축한 교실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고 있을때, 일부 부자들은 수십만 달러를 미국 대학에 기증하면서 그 대가로 명예 박사 학위를 목에 걸었다. 그들은 그것을 가문의 자랑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듯 목전의 금전만을 추구해 온 한국 기업인들이 조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에 착안할 리 없었다. 그들이 시스템을 창조해 오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기업 규모를 키웠다면 그들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많은 경영인들은 경영 이론이나 리더십을 배우기 전에 장사꾼식으로 돈버는 방법부터 배웠다. 많은 경영인들이 논리로 기업을 키운 것이 아니라 후각을 가지고 냄새 나는 곳을 찾아다녔다. 후각을 가지고는 돈을 벌 수 있어도 경영 이론이나 리더십을 익힐수는 없었다. 돈이면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었기에 그들은 사원들을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복종의 객체로 보아 왔다. 이것이 오늘날 노사분규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그들은 공정한 게임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아야 내가 잘 될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 논리에 인생을 걸어 왔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 합리화나 기술개발을 강조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정경유착과 정책적 변수로부터 돈을 벌던 향수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돈을 갖다 줘야 마음이 편해 왔던 한국적 재벌의식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고 있다. 공해방지시설,기술개발 그리고 경영합리화를 위해 투자하는 돈은 생색없이 날아가는 돈같이 느껴지기에 이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꺼리고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 들에게 뇌물을 주는 데에는 마음이 편해도 고급 두뇌 한 사람에게 주는 봉급에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두뇌에 투자를 하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몇푼의 연구개발비를 쓰면서도 온갖 생색을 다 냈다. 그들이 이제까지 연구 개발비라고 내놓은 것은 거의가 다 선진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찾아내 조립 공장을 차리기 위한 데까지 필요한 연구비(?)에 불과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사원들이 땀흘려 번 돈을 이들은 개인 앞으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빼내 갔다.

만일 한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세우고 싶은 기업인이 있다면 그는 먼저 사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어느 한 관광지에서 기념컵을 하나 산 적이 있다. 그 컵에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만일 당신이 기르는 개가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제2의 평판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If your dog thinks you are the greatest guy, then don't seek for second opinions).

지만원의 저서 “시스템을 통한 미래 경영”에서 발췌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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