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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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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기본: 말단자 입장에 서라

  한국 기업 대부분의 간부진은 근로진에 일하고 싶어 하는 열정을 일으켜주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하려 한다. 얼마나 경영을 잘 하는가는 통제능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상호간의 대립관계를 키워왔다. 갈등이 표출될 때에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간부진의 편을 든다. 최고경영자와 간부진은 한 배를 탄 지휘부라는 데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 고정관념이 곧 대립관계의 병균이었다.

최고경영자의 적은 간부진이 조장하는 권위주의-관료주의이지, 근로진이 아니어야 한다. GE의 잭-웰치를 위시한 기라성 같은 정상급 경영자들은 언제나 현장 에너지를 중시했고, 현장 정보를 그들 목적에 왜곡하는 관료주의와 싸웠다.

1841년 미국의 윌리엄 셔먼 장군은 언제나 병사들을 배려했다. 장군이 말을 타고 가면 병사들이 길옆으로 피해줬다. 그는 부하들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기병대 행렬에 끼어 행군했다. 그의 세밀한 배려를 알고있는 병사들은 그의 요구라면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 해도 무조건 수용했다. 나폴레옹이 캠파이어를 돌면서 병사들에게 말했다. "나는 자네들이 부상당할 때를 대비해 프랑스 최고의 의사들과 후송 수단들을 마련해 두었네" 이에 대해 병사들이 말했다. "장군님, 전투가 벌어지면 절대로 앞에 나서지 마십시오". 영웅들의 리더십은 말단자들과 한편이 되어주는 데에서 출발했다.

29세에 나는 임시대위를 달고 월남에 가서 포병 중대장으로 부임했다. 내가 부임한 중대는 지휘관과 병사들간에 격한 적대관계가 형성돼 있어서, 불만을 이기지 못한 병사가 총기를 난사하여 나보다 8살이나 위인 중대장이 조기귀국이라는 처벌을 받아 나간 그런 부대였다. 어려만 보이는 내가 부임하자 병사들이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했다. 만일 내가 계급을 내세웠거나 병사들과 대립관계에 있던 간부들의 말을 들었다면 병사들의 불만은 더 고조됐을 것이다. 나는 병사들의 입장에 서기로 했다.

"이 맹 더위에 우리가 왜  치렁치렁한 군복바지를 입고 짜증을 내야 하는가? 각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큼 잘라 입어라. 이역만리에까지 와서 밥 한 끼 먹자고 식기 들고 줄서서 짜증낼 일 있느냐, 이후부터는 각 분대장 인솔 하에 분대별로 식사를 하라. 분대는 식당에 배치된 노트에 자기 분대가 하고 싶은 식사시각을 적어라. 다른 분대는 그 시간을 피해서 적어라. 아침 식사를 12시에 해도 좋다. 기상시간은 아침 6시이지만, 집합은 일체 없다. 각 분대장의 인솔 하에 하루를 보내라. 그 대신 분대장들은 내일 무엇을 해야 하며, 그 일은 어떻게 해야 능률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일을 할 때 어떤 종류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가능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해 매일 밤 나와 토의를 해야 한다".

토의는 매일 이루어졌고, 토의 기술이 훈련되어 착안과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지혜를 짜낼 수 있도록 하는 토의-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일본의 분임토의가 유명한 것은 일본품질관리의 선구자인 가오루이시가와 박사가 도요타 자동차에 분임토의를 훈련시켜 준 것에 유래한다. 4개월간의 토의 훈련 끝에 하사관들과 초급장교들은 지휘관 없이도 일을 잘 했다. 시스템이 갖추어진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서슴없이 벌였다. 이런 부하들만 가지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그들의 편에 서주니까 그들 역시 내편에 서주었다. 내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몸을 아끼라 할수록 그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통제에 의한 지휘가 아니라 문화에 의한 지휘가 되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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