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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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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여, 정부 믿지 말고 투사가 되어라

한국 재벌들, 기업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요새 같으면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보인다. 밥을 못 먹어서가 아니라 당하는 정신적 고통이 주검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녹두 장사를 해도 재벌보다 행복할 것이며, 거리를 청소해도 재벌보다는 더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노동운동이 기승을 부릴 무렵, 노조는 기업의 대표를 크레인에 매달아 놓고 칼끝으로 배를 그으면서 “뱃살에 기름 꽤나 끼었네. . ” 하면서 폭력과 린치를 가한 적이 있었다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업인들은 도대체 누구들이란 말인가. 말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집단으로부터 조폭과 다름없는 거친 매너와 아니꼬운 횡포를 당하려고 돈을 가졌으며, 이런 노조들에게 욕먹고, 봉변당하고, 급기야는 경영권마저 내주려고 기업을 한단 말인가.

그 뿐인가.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다니는 파리 떼처럼 일시적으로 몰려든 권력 실세들에게 비자금을 바치고 돈을 뜯기고 있다. 그들은 노조에게 빼앗기고, 정치꾼들에게  빼앗기면서도 존경받지 못하는 전주로 전락하다가 끝내는 집까지 저당잡히고 가족까지 팽개친 채, 비참하게 죽어가기도 한다.

한국의 재벌이란 겨우 헤밍웨이가 [바다와 노인]에 그린 [노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비참한 재벌과 기업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서민들은 오히려 많이 갖지 못한 데서 오는 행복을 새삼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자본과 기술과 노동을 자유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스스로는 모든 거래에서 자유경쟁을 강요받으면서, 자기의 선택권에 대한 자유와 권리는 어째서 지켜내지 못하고 노동계급에 굴종하고, 정치꾼에게 휘둘리면서 살아야 하는가?

기업은 근로자들을 노동자로 고용한 것이지 경영자로 고용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근로자들에게 경영권을 내주어야 하는가? 근로자들은 고용계약서의 범위 내에서 계약의 조건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권리만 가지고 있지, 경영에 참여하고 통일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게 아니다.

국가가 이러한 원칙을 지켜주지 못할 때에는 재벌도 힘으로 맞서서 자신들의 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재벌-기업인 그룹이 소수의 폭력집단에 멱살 잡혀 지낸다면 그들은 무슨 명예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가? 재벌-기업인은 이제 정부를 믿지 말고 노조처럼 스스로 힘을 뭉쳐 힘으로 강력하게 대항해 싸워야 할 때를 맞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누군가가 해주겠지. . " . 오늘도 기업인들은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기업인들은 어째서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모습 보이며, 뜯기고 존경받지 못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는 근로진 대열에 단 한번도 끼어보지 못하고 실직상태에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노조에 가담한 근로진은 겨우 12%에 불과하다. 어째서 기업인들은 독점을 하면 안 되고, 12%에 불과한 노조는 노동시장을 온통 독점해야 하는가?

기업인들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88%의 비노조 근로자들과 노동대열에 끼어보지 못한 젊은 실직자들을 단합시켜 12%의 악성 노조가 탈취해간 강제 독점권을 되찾아 오는 길이다. 이 땅의 노동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호텔 종업원도 외국어를 몇 나라 것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몸값이 다르게 거래된다. 근로자들은 무슨 기술을 가졌느냐, 무슨 능력을 가졌는가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거래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노조는 몸값도 없으면서 무슨 권리로 거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독점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도대체 이 나라는 양심도 논리도 없는 나라인가. 청와대로부터 바닥사회에 이르기까지 무식과 주먹과 야만과 기만이 지배해야 하는 이 더러운 나라, 저주받아야 할 이 나라, 누가 나서서 이 더러운 나라를 바로 잡을 것인가. 제도권 내에 있는 한나라당, 이런 것들에 저항하고 국민 에너지를 결집하라고 다수당까지 만들어 주었건만 오히려 노무현 집단보다 더 냉소를 받고 있으니, 장차 이 나라를 어찌한단 말인가!

정몽헌씨의 주검을 기회로 민주당과 청와대와 김정일을 향해 정의의 칼을 휘둘러야 할 입장에 있는 한나라당은 오히려 김정일과 좌익들에게 역공을 당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얼간이 같은 당도 다 있는가? 좌익과 김정일은 의례히 그렇다 치고 한나라당은 도대체 무엇 하는 당인가? 청와대가 온갖 배설물을 토하면서 국가의 기강을 더럽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한나라당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없는 속병도 생길 지경이다.

한국경제를 책임진 재벌이여, 기업인들이여! 파리 떼 같은 정치꾼들에 줄을 대려는 생각을 멈추고 지금부터 독한 마음으로 [반노조] 투쟁을 벌여, 자유시장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하루 빨리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재벌-기업인들은 더 이상 광야에서 목메어 우는 송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투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업도, 한나라당도 그야말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200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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