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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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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부가 정말 경영인이 되려면

한국군 장군은 부하들에게 지시만 할 줄 한다. 일해 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상하게 가르쳐 주거나 함께 의논하는 게 아니라 일감을 집어던지고 다시 해 오라 한다.

하지만 그 자신은 못 하나 혼자서 박지 못하고, 브리핑 차트 하나 만들지 못하며, 기안지 하나 작성하지 못하고, 요약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보기엔 장군이 군을 가장 잘 아는 계급 같이 보이지만 그들이야말로 군을 잘 모른다. 입으로만 명령을 내리고 잘 못하면 꾸지람이나 주는 사람이다.

공군 조종사가 경영을 모르고 진급을 하면 장군이 돼서도 비행기 조종사일 뿐이다. 이는 기업에서도 똑같다.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도 경영을 알지 못하면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세부 사항을 잘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다.

외국 간부들에서 두드러진 것은 그들은 혼자서 기업 내의 모든 업무를 소화하고, 경영 및 문서 작성 능력, 브리핑 능력이 뛰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 자기가 먼저 나서서 프로젝트의 규모, 성격, 범위, 내용을 샅샅이 파악하여 업무진행 방법에 대한 윤곽을 짠다.

하지만 한국 간부들은 그들이 해야 할 모든 일을 과장들에게 시키고 지루하게 회의만 한다. 과장이 없으면 간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회의는 무능을 카버하기 위한 위안 수단이요 무능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외국인들과 견주어 볼 때 한국 간부들은 경영자가 아니라 떠받들어 줘야 하는 귀족이다.

일사백사,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사람이 있다. 하나를 보면 시스템을 읽을 수 있고, 시스템을 읽으면 그 시스템이 내놓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현장을 조금만 방문하고도 무엇이 어찌 돌아가는지 훤히 알아차린다. 하지만 한국인 간부들은 현장을 읽지도 못하고 그가 파악한 내용을 요약해서 고객에게 리포트하지도 못한다.

매가더, 아이젠하워, 헤이그 같은 사람들은 요약능력으로 출세한 사람들의 대명사다. 프로젝트 수행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잘 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들에 대해 상사에게 가장 요령 있게 전달해 주는 능력은 PM의 절대적인 가치다. 이런 능력은 경영자의 기본이다. 하지만 한국 간부 중에 PM자격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아무리 생각이 사람이라 해도 그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할 줄 모르면 의미가 없다. 조직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발표 능력만큼만 유능한 것이다. 일류 뮤직 시스템을 갖춰놓고 거기에 10 달러 짜리 싸구려 스피커를 달아보자. 비싼 뮤직 시스템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관찰 능력, 토의 능력, 논리전개 능력, 발표 능력을 기르지 못한 간부는 이제부터는 기업의 짐이다. 선진국에서는 조직이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간부가 맡아 하지만 한국 간부는 자기가 해야 할 일 100%를 밑에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결재를 기다린다.

200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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