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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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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산물들

대부분의 한국인은 시스템적 사고방식에 훈련되지 못했다. 오랜 동안의 입시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의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은 인스턴트식 직관과 흑백논리다. 시스템은 과학적 창의력의 산물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낙후된 시스템은 스스로 솟아나는 창의력 마저 억압한다.

서예, 미술, 음악, 학문 등의 모든 창조분야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어두운 충격들은 창조력이 정지된 사회에서 얼마든지 예측될 수 있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설마 그럴라구, 그건 상상이 안가는 일이야' 하며 놀란다. 엄청난 부정과 비리들을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은 순진하게 세상을 살아갈 지는 몰라도 사회를 등지고 사는 게으른 사람들이다.

시스템적 시각이 있는 사람들은 구태여 현상을 보지 않아도 그 시스템이 노정시킬 수 있는 현상들을 정확히 예측해 낸다. 사람됨됨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에는 시스템 개념이 잘 들어있다.

한국 시스템이 키운 의사와 미국 시스템이 키운 의사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 어린이들은 나비를 보면 곤충채집을 생각했고 새를 보면 돌을 던졌다. 노란 병아리를 사다가 아파트 2층에 오라가 떨어뜨리면서 누구 것이 살고 누구 것이 죽는가를 내기했다. 이렇게 자란 어린이들이 자라서 의사가 되면 그 의사의 마음이나 행동은 안 봐도 뻔하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의사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서부는 어디를 가나 공원이다. 다람쥐, 바다새, 바다표범, 바다 개 등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을 보고 먹이를 달라고 한다. 미국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다람쥐 등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몸 동작을 작게 하고 서서히 하며 말소리를 낮춘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란 어린이는 미국 어린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행동한다. 그래도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동이 외국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행동인지를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점수관리만 할 줄 알았지 배우질 못한 것이다.

미국의 국민학교 어린이들은 교실에서 원탁형 탁자에 둘러앉는다. 선생님은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원탁단위로 과제를 준다. 이들은 서로 의논하고 지혜를 짜낸다. 토의가 생활화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의사를 존중하고 남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며 토의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줄 알고 남의 말을 빨리 소화하며 자기 생각을 요령 있게 발표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어린이 들은 모두 선생님과 1대1로 마주보고 앉아 옆 친구보다 앞서가려고 비밀을 지키면서 자라고 있다. 이렇게 길러진 사회인들이 만들어 가는 사회란 안 봐도 뻔한 것이다. 회의나 토의를 통해서 아주 작은 문제 하나도 해결할 줄 모른다.

200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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