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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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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양성 시스템

한국 경영의 가장 큰 문제는 훌륭한 경영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은 경영진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업풍토에서는 훌륭한 경영자가 길러질 수 없다. 훌륭한 경영진은 실무에서 양성돼야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시스템 적으로 훌륭한 경영인이 양성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주가 "단기 이윤 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기업의 최고 가치가 "이윤 극대화"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적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윤극대화 정신은 가장 큰 병균이다. 최고 경영자가 이윤 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간부들이 이윤 극대화를 통해 점수를 얻으려 한다. 장기 이윤이 아니라 1년 단위의 단기 이윤이다. 아무리 유능한 경영자라도 단기에는 매출액을 많이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쉬운 방법은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다. 바로 여기에 기업을 망치는 병균이 서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보약이 될 수 있는 교육 훈련비를 생략하고, 비싼 경영 진단 비용을 생략한다. 단기 이윤을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오폐수를 방류하고, A/S를 외면하고, 클레임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든다. 근로자와 고객 모두가 이윤 극대화의 도구로 보인다. 그래서 노사 관계가 적대 관계였고, 고객과의 관계가 적대 관계였다.

1940년대. IBM의 창업주였던 왓슨 회장은 기업에 천만 달러의 손해를 끼치고 면목이 없어 사표를 우송한 어느 한 중역을 불러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는 자네에게 1만 달러씩이나 투자를 했으니 그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이끌어 내게".

마쓰시타고노스케는 기업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중역은 용서하고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는 중역을 강등시켰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간부들에게 그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간부는 잘해보려다가 불가항력으로 손해를 끼쳤지만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은 간부는 나태한 간부다. 나태함은 개인과 기업에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손해를 끼친 간부는 잘해보려다 실수를 저질렀다. 잘해보려던 간부를 처벌하면 어느 간부가 소신껏 일을 하겠는가".

금전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간부를 처벌하는 한국 기업 문화권에서는 간부들이 소신을 기를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는 눈치꾼들 만 양산된다. 토의문화 및 토의기술이 발달되지 못한 기업에서는 훌륭한 간부가 양성될 수 없다.

한국 경영의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문제"의 발굴은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선진국들은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를 조사해서 "교훈"부터 찾아낸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 발굴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간부들이 "문제"를 발굴하려 않고 숨기려 한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의 잘못인가"를 규명하여 처벌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 사회에도 팽배해 있다.

문제가 생기면 경영자를 갈아치운다. 새 사람이라고 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란 법은 없다. 결국 기업은 값비싼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 진취적인 노력에는 모험이 따른다.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간부를 하나의 잘못으로 내보내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는가. 이러한 풍토에서는 눈치만 발달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경영진을 양성할 수 있는가. 첫째는 재벌 총수가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하지 말고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윤은 개선의 산물이어야지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훌륭한 경영자는 개선의 노력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지 불법과 편법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문제 은익" 문화를 "문제 노출" 문화로 바꾸기 위해 분임토의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분임토의는 문제를 진단하고 창의력을 유발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에서는 언제나 높은 사람이 최고다. 이는 창의력을 억압하는 가장 나쁜 문화다.

대학들이 경영자를 양성하고는 있지만 대학의 질이 너무나 뒤떨어져 있다. 대학 교육을 통해 훌륭한 경영자들이 양성되기를 기다릴 시간은 없다. 사회에 단기과정으로 스팔타식 과학경영과 시스템 리더십을 양성해주는 교육기관들이 속속 생겨야 한다.

M&A를 통해 외국 경영진들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 경영자들은 많은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는 사회 곳곳에 경영 리더십이 너무 없다는 데 있다.

어제의 문제가 학습의 원천이다. 어제의 문제는 오늘의 지혜요 교훈이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를 발굴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도요타, 캐논, 히타치 등 일본의 유수 기업들의 경우 사원 한 사람 당 발굴해내는 문제 수가 매년 평균 60-80건에 이른다.

도요타 자동차 4만 명의 사원들로부터 매년 300만 개의 문제가 발굴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문제가 곧 처벌로 직결된다. 그래서 사원들을 동원해 문제를 발굴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스스로 솟아난 문제들까지도 은닉하기에 바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진국 국민은 그 문제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교훈을 추출해내고, 다시는 유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사구시 적 대책을 마련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문제가 노출되면 해당 간부가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기업도, 정부도, 군대도 문제를 은닉하기에 바쁘다.

요사이는 핵심 역량을 가진 조직이 경쟁력을 갖는다. 핵심 역량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문제를 발굴해내고, 분석하여 교훈과 지혜를 뽑아내고, 그 교훈과 지혜를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경영자는 비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양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과정이 한국엔 없다. 그래서 한국에는 훌륭한 경영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선진 기업에서는 수리 공학으로 무장된 분석팀 들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책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위한 분석을 한다. 이들 전문 분석팀의 분석활동은 기업 간부들에게 과학경영에 대한 신지식을 공급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런 분석팀 들이 없다. 재벌 총수의 직관을 대신할 수 있는 수리공학적 분석팀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선도해갈 때 비로소 한국기업들이 과학경영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2000. 5.21 수정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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