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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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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이산가족 문제에 숨겨진 독소

19990714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이산가족 문제에 숨겨진 독소

첫째,   개방은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둘째, 이산가족 재회는
고단위  개방을 의미한다. 셋째, 김정일은 무엇을 준다해도 그의 목숨과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들은 누구보다 정부 당국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째서 이산가족 문제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정말
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또는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비료를 주었을
까? 이산가족 재회는 비료와 맞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밀통로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났고 만날 때
마다  달러를 주었다 한다. 달러를 건네준 남한가족은 북한가족을 위해 달
러를 주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가족은 받아간 달러를
김정일  동지에게 바치는 대가로 약간의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돈많은 이
산가족을 만난 북한주민은 점점 더 많은 돈을 뜯어다 바쳐야 했고, 그러다
가  돈을 더 이상 주지 못하면 용도가 폐기돼 더 나쁜 대우를 받는다고 한
다.  이산가족은 비밀리에 만나게 해야 달러가 생기지, 공개적으로 만나게
하면 달러가 생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만난 남한가족들에게 검은 달러를
요구하면 개방된 남한사회에서는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이라는  주제는 듣기만 해도 가슴아픈 감상적인 주제다. 그래서
무조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정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불가능한 문제이고, 둘째는 설사 가능하
다 해도 이산가족 재회는 남북한 가족 모두에게 비극만을 안겨줄 뿐이다.

  남한에  이산가족을 가지고 있는 북한 주민은 성분 분류에서 하위급으로
분류돼 비참한 대우를 받아왔다. 영리한 북한주민은 설사 남한에 이산가족
이 있다 해도 철저히 숨긴다고 한다. 이렇게 숨기고 살아온 북한주민의 이
름이, 남한측 이산가족 명단에 의해 들통나게 되면 그 북한가족은 어찌 되
겠는가? 북한에 있는 가족을 보호해주려면 북한가족의 이름을 끝까지 공개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번 만나는 대가로 북한가족은 비참해지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남한가족의 가슴은 도려내듯 아플 것이다. 이러한
틀을 운명으로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산가족들인데 우리는 왜 이
산가족 문제에 그토록 집착해야 하는가?

  이산가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감상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
라 현실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첫째, 만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
이 아니라  북한가족을 보호하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둘째, 북한 당국
이 몸값나가는 이산가족을 찾아내 이들을 인질작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가
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남한사회에서 몸값이 높은 이산가족은 어떤
사람들일까?   가장 높은 몸값을 가진 사람은 황장엽씨의 표현대로 정부의
깊숙한  곳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고관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재벌을
포함한 돈많은 사업가들일 것이다.

  안보는  1%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주제다. 그 1%의 가능성
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남한정부에 A라는 고관이 북한에 사랑하는 이산가족
이  있고 또 이 사실이 공개돼있다고 하자. 요즘처럼 해이된 안보환경하에
서라면  북한당국은 간첩망을 통해 A에게 충분히 지령을 내릴 수 있다. 지
령에  따르지 않으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비참해질 것이다. 만일에 그렇게
된다면 남한의 정책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상하게 돌아갈 것이다.

  똑같은  처지에 있는 B라고 하는 부자가 남한에 있다 하자. 북한 당국은
B의  이산가족도 인질로 삼을 것이다. 가방 속에 넣어다 주는 돈은 액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큰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트여진 길이 바로 정경분리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은
대북사업을 자연스럽게 벌일 수 있고 그 사업을 통해 당당하게 큰 돈을 줄
수 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북한에 있는 그의 가족은 칙사대접을 받을 수
있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북한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
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A와 B를 합작시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려고도
할 것이다.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모습부터 연상시키는 이산가족, 감상을 통해본 영
상과  현실 시스템을 통해본 이산가족의 영상은 이렇게 다르다. '이산가족
문제'  '북한에 가족을 둔 공직자들의 거취문제'. 이 모두 우리가 다시 생
각해야 할 매우 중요한 주제가 아닐까?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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