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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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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뒤로 가는 건설감리

19990728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뒤로 가는 건설감리

지난 토요일(24일) 우연한 기회에 EBS방송(채널13)에서 진행되는 난상토
론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건설교통부 과장, 건설회사 및 감리회사 간부,
대학교수, 건설협회 간부들이 나왔다. 결론은 '건설측'과 '감리측'이 서로
다르게 주장하기 때문에 소비자만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토의의 성과는 전
적으로 사회자에게 달렸다.

  토론을 지켜보면서, 역시 신변잡기식 주제로 사회를 해왔던 MC들은 아무
리  인기가 좋아도 사회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C출신들은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꿰차지만 말고, 사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건설교통부  과장은 감리사가 해야 할 감리업무의 일부를 고객에게 맡겨
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이를 곧 법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고가의 감
리비를 고객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감리비의 일부라도 절약하기 위해 감
리기능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리회사는 건설회사가 지정해
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과장의 이러한 주장들은 한 마디로 코미디
였다.

  한국의  건설업자들이 해외에 나가면 매우 훌륭한 시공을 하지만 국내에
서는  부실시공을 하게 된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한국에서는 먹이사
슬이  건설의 질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고 둘째, 선진국에서는 감리회사가
시공의  품질을 책임지지만, 한국에서 감리는 통과의례에 불과하기 때문이
다.

  감리회사의  역할은 공인회계사의 역할과 똑같다. 모든 상장기업은 주식
을  시장에 내놓는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경영능력을 반영한다. 경영능
력은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다. 재무제표를 가짜로 작성한다는 것은 기업이
고객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은 재무제표가 가짜로 작성되는
것을   감시해야만 한다. 그런데 고객에게는 기업의 회계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 공무원 신분으로 기업의
회계과정을 감시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다음과 같은 공인
회계 시스템을 설치하고 위반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공인회계가 신뢰를 받으려면 공인회계사협회가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
성돼야 한다. 협회는 객관적인 룰에 의해 기업에 공인회계법인을 배당해야
한다. 감사를 받아야 할 기업이 공인회계법인을 선정하면 객관성이 결여된
다.  공인회계법인은 가장 먼저 그가 맡은 기업의 회계 시스템을 평가해야
한다.

  회계시스템에  신뢰성이 있는 기업에게는 낮은 수임료를,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게는 높은 수임료를 부과한다.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
하나하나를  밀착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여기
에 분쟁이 발생하면 협회가 개입하여 판결한다.

  선진국에서의  수임료는 엄청나게 비싸다. 수임료를 걱정하는 기업은 수
임료를  낮추기 위해 회계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공인회계사는 기업감시의 경찰관이다. 국민은 공인회계사의 서명을 믿고
주식을 산다. 그래서 기업 재무제표에 하자가 있으면 공인회계사가 일생을
포기할   만큼의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래서 공인회계사는 기업에게 매우
무서운  존재다. 이런 것들이 기업의 투명성을 자동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
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감리회사도 이와 똑같다. 감리협회가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
다.  공정한 룰에 의해 감리회사를 업체에 지정해야 한다. 그 룰이 훌륭해
야   감리회사마다 상류급의 판정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감리회사가
건설회사에  부과하는 감리비용도 건설시스템의 신뢰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돼야 한다.

  신뢰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몇 개의 중요한 과정만 감리하기 때문에
낮은 감리비용을 부과하고, 신뢰성이 낮은 기업에게는 모든 건설공정을 밀
착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감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야 건설업체는
감리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부실시공의  책임은 100% 감리회사에 물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건설회사
가  감리회사를 무서워하면서 품질시공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은 부가가치와 사회안전 측면에서 구조개혁 우선순위
에서  단연 상위에 속한다. 토론에 참가했던 공무원과 건설 관계자들 모두
가 아직도 의식개혁만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정부의 구조개혁
세력들이  방향을 확실하게 잃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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