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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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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에 싸인 국방과학 연구/지만원 군사평론가(논단)

[세계일보] 1997-11-15 (해설) 칼럼.논단 06면 2052자

걸프전의 최고 토픽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기술이었다. 만일 한국에 세계 최고의 스텔스 기술이 있다면 국민들은 얼마나 흥분할까. 그러나 이에 흥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군과 국방과학연구소다. 한국의 어느 한 중소업체가 미국의 스텔스 재료보다 2배정도 우수하고 값은 절반인 스텔스재료를 개발해냈다 한다.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업체인 로키드마틴사가 이 첨단재료에 대해 상담중이다.

○세계 최고 스텔스재료 개발
1997년 10월 20일 로키드마틴사는 세계 최고의 이지스(AEGIS)구축함을 진해항에 입항시키고 미래의 고객인 한국군에 소개했다. 8천7백t급 세계 최고의 구축함은 겉보기에도 비싸 보일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지만 앞에 나타난 배는 페인트가 울퉁불퉁하게 발라진 볼품없는 배였다.
구경꾼들은 함정내로 안내되어 레이더,유도탄,총포를 구경했고 내부에 들어가서는 대공대수상대수중대해안작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보작전 두뇌시스템을 구경했다. 구경하고 나온 사람들은 두가지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는 과연 저 첨단장비가 한국에 도입되려면 무슨 인프라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화였고,다른 하나는 세계 최고의 함이 왜 저렇게 볼품없이 울퉁불퉁하냐에 대한 농담이었다. 그 울퉁불퉁하게 발라진 것들이 바로 스텔스 재질이었다. 스텔스 기능을 갖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외형의 모양을 각이 지도록 해서 레이더의 반사파를 분산시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레이더 전파를 흡수해버리는 재질을 바르는 것이다. 이 재질을 RAM(Rader Abbsorbent Material)이라고 부른다. 이지스함은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함의 표면은 이리저리 각이 져있었고 갑판은 RAM페인트가 덕지덕지 발라져 미끄럼까지 예방해주도록 돼있었다. 선체의 다른 부분에는 16절지 정도 크기의 RAM판자들이 울퉁불퉁하게 접착돼 있었다.

○한국군 첨단기술에 무신경
이지스함의 가격은 1조원 정도다. 여기에 발라진 RAM가격은 함정값의 10%인 1천억원정도라 했다. 전투기 하나를 스텔스 처리하는 데에는 50억원정도라고 회자되고 있다. 코니사 재질의 가격은 이의 절반도 안된다. 코니사는 지난 5년간 이 재료를 군에 판매하려고 노력했지만 군의 반응은 너무나 느렸다. 실무자들이 바뀔 때마다 보여주었지만 실무자의 손을 통해서는 국방장관에게까지 올라갈 수 없었다.
끈질긴 노력끝에 이 회사는 객관적 입장에서 스텔스 기술을 입증해줄 수 있는 해양대학 교수들의 도움을 얻어 지난 5월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참여한 가운데 시험을 했다. 시험 결과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인정됐다. 이지스함의 제작사인 로키드마틴사도 바로 이 성능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만일 코니사의 스텔스 재질이 이러한 장점을 갖는다면 이는 한국군 전체가 춤을 춰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굼벵이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성능을 평가한다는 명분하에 이 회사에 접근,정보를 채취하여 스텔스 기술을 국방과학연구소의 성과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사업중에는 사업비 83억원으로 표시된 「RAM개발사업」이 들어 있다.
우리는 내일 전쟁을 맞을지 모른다. 이것이 군이 가져야 할 항시전장 정신이다. 그러나 군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한편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를 시켜 비슷한 기술을 개발케하고,다른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지연시키고 있다.

○개발업체 방치로 도산 위기
업체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이런 행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이 사실은 차관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국방차관이 이를 질질 끌어왔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모든 율곡사업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차관의 의도가 삐뚤어졌다해도 문제요,판단 능력에 한계가 있다해도 문제인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얼마전 천마사업을 성공시켰다. 이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쾌거다. 이는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초기에 대전에 있었던 연구개발팀이유지해왔던건전한연구문화의산물이다. 코니사는 군의 양심을 믿고 과도한 투자를 한 나머지 지금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곧 도산될 위기에 있다. 이러한 문제가 여론화될 때마다 군은 『누가 제보했느냐』며 약한 업체만 몰아쳤다. 이는 가장 못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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