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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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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덫에걸린햇볕정책

시론］덫에걸린햇볕정책

북한의 노골적인 영해침범의 의도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북방한 계선（ＮＬＬ）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그랬을까． 차관급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그랬을 것이다． 이번 침범 사건에서 북한은 남한 정권에 『네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니 앞으로 한 국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 안 ２회에 걸쳐 거듭된 유엔사의 장성급 회담 제의를 묵살하더니 드디어 １３일에는 이를 수용했다． 이는 북한의 서해 침범행위가 국지전을 일 으켜보려는 속셈이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유도탄에 대해 조기 응징을 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응징이 자제되고 있는 것은 구실과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로 서해의 국지 전이 야기될 경우 미국의 대북 응징에 엄청난 명분을 제공해준다． 북한 은 그런 명분을 제공해줄 만큼 바보가 아니다．

북한은 １５일로 예정 된 장성급 회담에서 지난 １１일 우리 해군의 밀어내기식 「충돌공격」으 로 ４척의 경비정 파손과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한 손해배상과 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는 유엔사 대표들에겐 조금 도 먹혀들지 않을 말이다． 이번 침범 사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나포 건， 공격이건 전적으로 한국의 주권행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자세로부터 남한정부가 얼마나 물렁한지를 알아차렸다 ． 그래서 장성급 회담에서는 북방한계선을 북한에 좀 더 유리하게 그을 수 있도록 이 문제를 새로운 이슈로 등장시켜 한국정부의 약점인 햇볕 정책의 목을 죌 것 같다． 북한은 그 여세를 몰아 차관급 회의 의제를 이산가족 문제에서 충돌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로 비약시키려 할지도 모 른다． 다급한 나머지 일단 비료는 받았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북한 정권 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피 해야 할 입장이다．

이번 장성급 회담과 차관급 회담에서 정부는 요지 부동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선 북방한계선에 대한 모호한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북방한계선은 서해 ５도를 연결하는 선과 북한 서해안 과의 중간에 위치한 「해상의 휴전선」이다．１９５３년 당시 한반도의 모든 제해권은 유엔군에 있었다． 당시 점령지역에 따라 휴전선을 그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북한의 서해안까지가 우리 해역이었다． 그러나 유엔 군은 북한의 항구나 해수욕장까지를 통제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 한발 짝 양보해서 지금의 해상 휴전선을 그은 것이다．

이름이 북방한계선으 로 잘못 붙여졌기 때문에 더러는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따로 있고 그 사이에 완충구역이 있는 걸로 오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완충구역 을 마치 남북한 양측이 다같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중립구역이자 「공동금 지구역」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완충구역은 우리 어선들이 실수로 북 방한계선을 넘을까봐 우리측이 북방한계선 남쪽에 잠정적으로 그어놓은 내 부통제용 구역일 뿐 북한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구역이다．

북한의 노골적인 침범행위가 지금처럼 방치되면 북방한계선이 무너질 것이다． 북한은 북방한계선 이남이 북한도 활동할 수 있는 공동수역임을 기정사실 화시킬 것이다． 서해 ５도 주위의 바다가 「남북한 군함이 공존하는 공 동해역」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해 ５도의 방어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군은 교전원칙에 따라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어선과 군함들에 최후통첩을 보내 야 한다． 둘째， 이 통첩에 불응하면 나포하거나 공군기로 공격해야 한 다． 해군 함정으로 공격하면 북한의 해안포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과 정부 일각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엄청난 달러와 물 자를 주고 있는 마당에 몇척의 어선들이 내려와 고기 좀 잡아간다 해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느냐』는 등 태평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가진 당국자들과 북한에 멱살을 잡혀버린 햇볕정책이다．＜지만원 군사평론가＞

1999.06.15 (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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