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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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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 정부 경영진단 (특별기고)

[한국일보] 1998-10-16 () 칼럼.논단 06면 1744자

지난달 30일자 관보에 기획예산위원회 입찰공고가 실렸다.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경영진단 전문기관을 선정하겠다는 관보였다. 이 계획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가 부각돼 있다. 문제도 문제 나름이다. 시작부터 이러한 문제가 있으면 막대한 돈을 들여 경영진단을 해도 구체적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첫번째 문제는 경영진단 용역업체에 확실한 문제가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 한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경영진단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임시위원회에서 12시간을 꼬박 보낸 적이 있다. 용역 내용은 「X투자기관에 대한 경영진단」이었다. 13개 업체들이 제안서를 냈다. 13개 제안서에는 천편일률적으로 「경영진단 절차」만 나열됐다. 그걸 가지고는 어느 업체가 우수한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문제가 애매하게 제시됐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업체가 인상이 좋았으며 보다 싼 가격에 응찰했느냐에 대한 도덕적 이미지에 따라 두 개의 업체가 선정되기는 했다. 그리고 그 위원회는 다음부터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내놓자고 합의했다. 즉 「X투자기관은 지출이 100원이고 수입이 60원이다. 지난해의 적자가 8,000억원이었다. X기관이 누적된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매년 30%이상의 흑자를 내야한다.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흑자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식의 구체적인 문제를 내놓아야 그에 대한 대안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래야 13개 업체가 내놓은 제안서를 가지고 업체간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
이번 기획위에서 내놓은 문제는 「X투자기관에 대한 경영진단」보다 더 막연하다. 17개 중앙행정기관을 8개 과제로 묶었다. 예를 들어 통일부 외교통상부 국방부를 외교안보분야로, 재경부 공정위 금감위 기획예산위를 재정금융 분야로 묶는 식이다. 기획위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경영진단의 성격이 「정책개발이냐, 리엔지니어링이냐」를. 그는 리엔지니어링이라고 답했다. 리엔지니어링을 하려면 17개 중앙부처중 가장 예산을 많이 쓰고 시스템 확산 범위가 넓은 대표적 기관을 하나씩만 선정해서 한 개 과제에 한 개 부처만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과제를 8개씩이나 선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교안보 과제를 맡은 용역기관이 있다 하자. 조직과 경영의 성격이 제각각인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를 하나의 과제에 집어넣고 무슨 리엔지니어링 문제를 풀란 말인가. 리엔지니어링을 아는 사람들은 대표적 샘플을 선정해서 문제를 준다. 이는 기획위가 리엔지니어링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과제를 막연하게 형성한 것이다.
입찰공고 내용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과제도 있다. 한 개 과제에 포함될 기관이 충남도, 서울 강남구, 천안시, 연기군이다. 이질적 단체가 한 개 과제에 포함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리엔지니어링의 기본문제를 보자. 서울시를 예로 들면 첫째 시청조직과 구청조직을 어떻게 유기화하느냐가 문제이고 둘째 구청업무의 재설계, 행정양식과 절차의 재설계, 데이터베이스 설계, 부정근절을 위한 시스템 설계 등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조직과 시청조직은 2홉, 4홉들이 식으로 닮았다. 이는 구청이 하는 일을 시청이 중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의 임무는 구청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구청이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해야한다. 그러려면 시청조직은 구청과 달라야 한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청과 충남도청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엮으란 말인가. 진실되게 해답을 찾으려는 자세가 아니라 요식절차로 한번 해본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돈만 쓰고 개혁에는 접근할 줄 모르는 정부에 대해 불안하기까지 하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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