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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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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공무원 조사대상 취급

[문화일보] 1997-03-22 (해설) 칼럼.논단 07면 1734자

◎문제점발굴 협력관계 바람직

감사원에 두가지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나는 ‘사전감사’에 눈을 떴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감사원이 나서서 공무원의 그릇된 행정을 리드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감사는 계획과 실적을 비교해서 차질이 나면 지적하고 처벌하는 경찰관식 사무감사였다. 몇년전 충주댐이 건설됐다. 충주댐이 건설되면 영월철교가 물에 잠겨 무너지기 때문에 철도청이 새로운 철교를 건설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경제기획원은 건설부 공사비만 예산에 반영하고, 철도청 공사비는 반영하지 않았다. 예상했던대로 충주댐이 건설되자 영월철교가 홍수에 무너져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다. 이는 교량건설비보다 높은 것이었다. 감사원이 선진국처럼 국가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균형성과 사업비의 타당성을 사전에 지도 감독하는 체제였더라면 이러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감사원이 ‘물관리 대책’으로 계획된 댐건설 계획들을 점검한 결과 댐이 건설되면 고속도로가 수몰된다는 엄청난 사실을 사전에 적발해냈다. 이것이 선진국 감사다.
감사원이 중소기업의 민원을 받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허울만 좋았던 ‘행정쇄신위’가 왜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사례였다. 행정쇄신위는 각부처로부터 규제대상 항목을 스스로 내놓으라고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일을 했다. 행정쇄신위는 모든 민원을 받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업을 빨리 뛰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행정과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현대행정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어야 했다.
감사는 수사가 아니다. 감사의 제1목표는 국가자원을 보호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명하여 개선방향을 유도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 감사원에는 인력구성과 감사방법에 재고할 여지가 많다.
지금은 감사원장과 감사관들의 대부분이 법학분야 전문가들이지만 앞으로는 극히 소수의 법학분야의 전문가와 90%이상의 경영진단 전문가 및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내부자 시각’을 가지고 국가를 직접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감사원장은 ‘외부자 시각’을 가지고 국가경영을 진단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감사원은 선진국들처럼 행정부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국회에 소속되는 것이 낫다.
문제의 발견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모범기업들에서는 매년 근로자당 평균 50∼80개의 문제가 제기된다. 문제의 수만큼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우리는 잘못이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지만, 그들은 잘못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교훈을 추출한다. 능동적으로 잘해보려는 간부들이 어쩔수 없이 저지른 결과에 대해 처벌을 한다면 모든 간부들은 무소신주의로 나가게 되어 훌륭한 간부가 탄생할 수 없다. 우리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이유는 일을 많이 한 간부에게 그만큼 더 많은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감사관들은 이제까지 공무원들을 조사해서 인격적 모멸감을 갖도록 해온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시스템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법규, 조례, 조직, 리더십 상의 제반 문제를 발견해 내는 데 감사의 중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은 감사관들의 조사대상이 아니라 문제 발굴의 협력자여야 한다.
감사원이 서류감사만 하면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지 않고 앉아서 탁상서류만 정리한다. 감사원이 낡은 법규나 조례에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부여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무원을 처벌하려고만 한다면 국가자원은 천문학적으로 낭비되고 행정은 영원히 퇴화된다.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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