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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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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품질 개선책 (포럼)

[문화일보] 1999-06-11 (독자) 칼럼.논단 06면 03판 2268자

선진국 국회의원은 법을 제조하지만, 한국 국회의원은 행정부에서 만들어주는 법안에 대해 당수의 명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만 표시한다. 왜 그렇게 됐나. 훌륭한 지도자는 권력과 돈이 없이도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반수 이상의 거수기를 확보해야만 뜻을 펼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든 산물의 품질은 시스템이 결정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품질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런 품질만 생산할 수밖에 없는 정치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우리는 어떤 품질의 정치인을 원하는가.문제해결능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국형 국회의원을 원한다.

**한국 국회의원은 마피아인가**
단편지식만 나열하는 사람에겐 창의력이 없다. 경험을 내세우는 사람에겐 고정관념이 높다. 경험지식을 강조하는 사람은 진취성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박식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과 체계적인 이론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분석가들을 필요로 한다.
능력이 있어도 발표력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이는 마치 최고급의 뮤직 시스템에 10달러짜리 잡음나는 스피커를 단 것과 같다. 몸으로 때우며 지역구를 누빈 사람, 남이 써준 대사를 가지고 인기 탤런트가 된 사람들에게 그런 발표력이 있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선진국 정치시스템은 법안을 만들어낼줄 아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그들로 하여금 새벽에 출근해 늦게까지 연구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 정치시스템은 ‘마피아’ 실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옥스퍼드 사전에 의하면 마피아는 뒷골목에서 비밀리에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지역구에서 조직을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일단 뽑히면 패싸움에 동원되고, 지역구를 관리하고, 뒷돈을 벌어야 한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면 두뇌가 퇴화될 수밖에 없다.
후진국 당수는 이런 문화권에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니 두뇌가 퇴화된 집단의 보스인 셈이다. 이런 정치인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후진국의 비극이다. 명예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마피아 문화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국회는 악화들만 수용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양질의 정치인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첫째, 이해 당사자인 현 정치인들에게 정치시스템의 수정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 때 이해당사자 배제의 원칙이 있다. 정책과 시스템을 이해 당사자들이 만들면 모두가 아전인수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엔 이러한 원칙이 없다. 모든 규정·제도·정책을 이해당사자들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냈다. 선거법과 국회운영법 역시 다수당과 현직 국회의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하루라도 빨리 시민단체가 나서서 시스템을 짜고, 이를 여론의 힘으로 강요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이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으면 독립성이 파괴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소수로부터 큰돈을 받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입출금에 대한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이 짜여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코묻은 돈을 받으려면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돈을 뿌려서는 코묻은 돈을 많이 얻을 수 없다.
셋째, 지구당을 없애고 대선거구제를 택해야 한다. 서울 전체를 한 광역구로 해서 득표수에 따라 1등에서 20등까지 뽑아보자. 지역이 너무나 넓기 때문에 돈과 조직의 위력이 필명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지역구를 팔아야 당비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둘째, 선거구제가 바뀌면 깨끗하고 분석력 있는 사람들이 뽑히고, 구 정치인들이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시스템개혁 시민단체 나서야**
최근의 ‘스캔들’들도 시스템의 산물이다. 개혁세력이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먼저 ‘보이지 않는 손’을 설치하고 그 손에 의해 업체들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게 아니라, ‘보이는 손’으로 재단하고 있다. “내손에 달렸다”는데 어찌 뒷거래가 성행하지 않겠는가. 개혁의 강도가 높을수록 부패의 확산도 빨라진다. 현 시스템대로라면 부패 및 경제 몰락의 속도가 빨라질 것같아 걱정이다. 국가안보가 좌우되는 대북정책도 치밀한 구조적 분석이 결여된 것 같다. 시동은 한국이 걸었어도 그 운명은 북한과 미국에 달렸다. 5일째 계속되는 북한경비정의 영해침범에 속수무책인 것도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데서 온 결과다. 개념과 조직 정비가 시급하다.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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