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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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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대통령이 나서라/지만원 (시론)

[중앙일보] 1997-12-10 (해설) 칼럼.논단 06면 1916자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내용은 국제상식이다. 스스로 경제선진국 클럽에 가입해놓고 이제 와서 ‘한국적 상황’을 내세우며 저항하는 것은 국제적 조소감이다. IMF 권고안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보다 더 가혹한 자기 발전을 기도해야 한다. 방황하는 양떼처럼 위기상황 중계방송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목전의 상황처리는 재정경제원 장관에게 맡기고 구조조정 작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사계의 전문가를 모아 ‘긴급팀’을 만들어 최소한 다음 몇가지 긴급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정부 축소작업이다. 재경원·내무부·총무처 등을 축소하자는 의견들이 나와 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작은 정부’와 ‘현대적인 정부’를 만들지 못한다.
개인적 직관으로는 93만 공무원을 30만명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 50만 준정부 기관 인원도 5만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선진국 정부들이 국민총생산(GNP)의 20%미만을 세금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준조세를 포함, 40%를 넘는 돈을 과학적 분석과 설계 없이 탕진하는데 어찌 부도사태가 나지 않겠는가. 공무원을 줄이고 사업을 확대해야 고용이 증대되지 않는가.
둘째, 시·군·구 단위의 샘플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2백59개의 시·군·구가 있다. 서울의 구청 규모는 공무원 2천명, 연간예산 8백억원 정도다. 행정이 느리고 세금도둑이 심하다. 한 개의 구청을 표본으로 해 현대적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훌륭한 과제책임자에게 맡기면 10억원으로 1년 이내에 완성할 수 있다. 그러면 5백명과 5백억원 미만으로도 수백배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연간 6조원 정도의 예산이 절약된다. 세금도둑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원 스톱 민원행정과 신속한 행정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예산관리제도 개혁작업이다. 예산제도 현대화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중에는 이것을 외친 사람이 없다. 정경유착·부실공사·도로파기와 같은 중복공사 등 수많은 낭비현상이 속수무책으로 확산된 것은 바로 예산관리제도의 부재 때문이었다.
넷째, 군사비 축소다. 육군은 57만명이지만 전투인력은 31만명이다. 육·해·공군 전투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 이외의 모든 중복기구를 통폐합해야 한다. 아이로닉하게도 그래야만 전투력이 향상된다. 20만 인력과 연간 2조원의 운영비가 절약될 수 있다. 군은 ‘신규 율곡사업’들을 3년간 동결해야 한다. 지금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은 정경유착 사업이자 급하지도 않은 사업들이다.
주한미군이 있는 이상 이렇게 해도 절대로 전쟁위협이 증가되지 않는다. 또 급하지 않은 6조원 사업을 강행한다고 3일 전쟁감이 4일 전쟁감으로 향상되지는 않는다. 군은 툭하면 다른 나라들이 GNP의 몇%를 국방비로 사용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돈을 얼마나 값지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군은 앞으로 3년간 매년 6조원의 예산을 IMF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일자리’ 공황이 시작되고 있다. 이럴 때 군의 자세는 ‘내 식구 보호하기’다. 바로 이런 자세가 한국병이다. 군사주권을 미국에 내준지 반세기가 지나 이제 경제주권까지 내주게 됐다. 군의 부실과 과다한 국방비가 여기에 한몫 했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 아울러 대통령은 지금 ‘유엔 감시하의 상호군축’을 제의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관광사업에 빨리 착수하자. 기술산업 부흥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관광사업은 노력만 하면 즉시 가동된다. 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산업이다. 14개 장관에게 쥐어져 있는 칼자루를 하나로 합쳐 ‘달러’도 벌고 실업자도 흡수해야 한다. ‘한강변 일류공원화사업’과 ‘환경정화사업’은 관광산업의 절대적인 인프라지만 국가가 어려울 때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사업들이다. 수십만 인파가 한강을 가꾸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신선한 충격과 뉴스가 될 것이다. 허리띠만 졸라서 해결될 수 있는 위기라면 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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