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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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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장비 평가할 안목이 없다(무기수입무엇이 문제인가:5)

[중앙일보] 1993-12-25 (해설) 기획.연재 05면 2581자

◎정보에 깜깜… 구식수입 예사/우리지형 안맞는 것도 다수

국방이라는 돈통에 돈을 부어주면 잘해야 30%정도 건질 수 있을 뿐이다. 한국군은 전시에 미군이 비축해놓은 구식탄약을 써야한다. 군은 그 훈련을 위해 구식탄약을 소요에 반영했다. 그러나 포수에게 있어 신식탄과 구식탄은 모두 같은 것이다. 포수가 포에 탄약을 넣고 쏘기만 하면 목표지점에 가서 신식탄은 신식으로,구식탄은 구식으로 알아서 작렬하는 것이다.
어느 한사람의 엉뚱한 생각이 아무런 여과과정없이 조달명령으로 이어진다. 한 군수 실무자가 어느 한 업체를 봐주려고 생각하면 무더기 구매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전방에는 어떤 물자는 발길에 채고,어떤 물자는 단 두달도 못가 동이 난다. 실수든 범죄든 이러한 행위가 무사통과될 수 있다는 것은 조직 내의 자동견제 기능이 전혀 없음을 말해준다. 이를 가리켜 1984년 윤성민 국방장관은 「삼국지 군수」라고 했다.

○개발비 날리기도
지금은 3년마다 무기값이 두배로 상승한다. 실무자들은 영어를 낯설어 하고 무기정보에 어둡다. 자연히 오퍼상에 의존하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사용된 장비가 오퍼상들에 의해 비로소 소개된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있지만 그들도 세계 무기발전 추세를 모르고 있다. 개발해 놓고 나서 구식이라고 판명돼 개발비만 날려버린 예가 수두룩하다.
오퍼상이 없다면 군은 아무 무기도 살 수 없다. 소수의 전문가들만 모아 놓아도 오퍼상의 도움 따위는 필요없다.
고급 장비를 평가하는 일을 수십개 부서에 분산된 수백명의 야전장교들과 퇴화된 문관들 손에 맡겨왔다. 오퍼상들의 민원처리 시스팀이다. 급행료가 없을 수 없다. 이렇게 한심한 문서수발 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10년이 허송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도태돼 수리부품이 고갈되었을 때에야 무기가 들어왔다. 수리부품을 구하지 못해 방치된 장비 수는 엄청 많다. 국민의 대표가 이를 조사한다면 모든 국방비를 회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많다.
이번 탄약 상인과 같은 고물상들이 미국에는 부지기수다. 수리부품을 구해내기만 하면 골동품 가격이다. 2∼10%의 커미션을 받는게 아니라 몇배로 마진을 남긴다. 자동차 정비사라면 10분에 해낼 수 있는 일을 문외한들은 몇년을 헤맬 것이다. 이와같은 일을 바로 한국군이 하고 있다.
미국은 F16을 개발하는데 불과 3년을 보냈다. 그러나 한국은 기종을 선택하는데만 10년을 보냈다. 8년전이면 1조5천억원에 살 수 있었던 것을 지금 5조원에 사고 있다. 분석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북한의 전투기도,탱크도 아니다. 휴전선 동굴속에서 서울을 향해 쏘아댈 대구경포 우박세례다. 여기에 화생무기를 곁들인다면 전의 상실은 시간문제다. 전력증강의 최대 역점은 여기에 두어져야 한다. 이것을 물리치는 방법을 개발하거나 북한이 무서워할 무기를 우리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군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에 3조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쓰려한다. 바로 「비호」와 「천마」라는 사업들이다. 「비호」라는 장비는 장갑차 위에 사정거리 2.5㎞에 불과한 기관총을 얹어놓고 여기에 전차보다 더 비싼 레이다 및 자동조준 장비를 설치한 무기다. 한대에 38억원으로 탱크값의 두배다. 아무리 정확해도 기관총은 대구경포의 적수가 못된다.

○부품 못구해 방치
「천마」라는 장비는 전차에 사정거리 7㎞에 불과한 스팅어급 소형 유도탄 발사장치를 얹어놓고 여기에 전차값의 2.5배에 해당하는 레이다 및 조준장치를 장착한 것이다. 대당가격은 전차의 여섯배나 된다. 스팅어 2백대 값이다. 이들은 모두 유럽형 장비로 한국 지형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사막이나 벌판에서 레이다를 돌린다는 것은 자기 위치를 노출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사막에서는 전차에 이들을 장착해 자리를 수시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의 좁은 계곡에서 차마다 레이다를 빙빙 돌리고 다닌다는 것은 「눈을 가리고 망원경을 보는 것」이나 조금도 다름없다. 레이다의 탐지거리는 20㎞라 하지만 불과 1∼2㎞내에 있는 산에 의해 레이다 전파는 모두 차단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에는 수많은 기술적·전술적 문제들이 내재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차치하고라도 레이다를 전차에 얹어놓고 계곡속을 다닌다는 것은 그 자체 하나만을 가지고도 소가 웃을 일이다.
보병을 보호하기 위한 레이다와 대공포는 주위에 있는 산정에 배치돼야 한다. 경헬기를 가지고도 이들은 산에서 산으로 민첩하게 기동될 수 있다. 포대 단위의 자동화가 안되면 낱개 포단위 자동화는 의미가 없다.

○엉뚱한 사업 돈써
이 사업들이 수정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군은 체면 때문에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업체는 지난 12년간의 노력과 투자 때문에 사업을 강행하고 싶어한다. 사업이 수정되면 소요제기부터 기나긴 행정절차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대구경포 우박세례에 무방비로 방치한채 한국군은 이렇게 의미없는 두개의 사업에만도 3조원을 배정하고 있다. 이따금씩 일본으로 날아갈 노동 1,2호를 막아주겠다고 미·일간에 협의되고 있는 「전역 미사일방어망」(TMD) 계획에 엄청난 돈을 낼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군은 지금의 경영시스팀을 가지고는 국방비를 관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국방비는 관리된 것이 아니라 단순 패스된 것이었다.

<지만원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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