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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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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예측」과학화가 급선무(무기수입무엇이 문제인가:2)

[중앙일보] 1993-12-21 (해설) 약력 05면 2504자

◎「소요예측」 과학화가 급선무/전년도 구매계획만 답습/경제적 재고관리 관심밖

미국군 군수장교들은 일반업체의 스카우트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군 군수는 한국군중에서도 가장 낙후돼 있는 곳이다.
1960년대 맥나마라 미 국방장관의 과학적 경영기법은 전세계에 엄청난 선풍을 일으켰다. 그는 바로 군수중령 출신이었다. 최고급 응용수학들이 군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됐고,국방장관 밑에는 경영수학기법으로 무장된 시스팀 분석가 사단이 편성됐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시스팀 분석가치고 군수분야에서 과제를 수행해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군수관리는 과학적 경영의 꽃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경영학은 대개 당위론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군수경영은 1백%가 방법론이다.
경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데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리과학적 접근방법이며,다른 하나는 행동과학적 접근방법이다. 다음호에서는 행동과학적 접근방법이 소개될 것이다.
재래식 경영학의 선두주자들이 군을 향해 질책했다. 노후장비를 과감히 도태시키지 않으니까 운영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군은 국방정책서에 「노후장비의 과감한 도태」를 정책항목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예를들어 지프의 경우 몇만㎞를 도태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낼 수 있는 수학이 경영수학이다. 1970년대에 선진국에서는 OR(Operations Research)라고 하는 경영수학이 정부·대형업체의 거의 모든 의사결정과 제도개발을 도맡아왔다. 최고경영자의 직감이나 일반적 여론은 의사결정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OR를 품질관리분야에 가장 창의적으로 이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수리과학적 분석과정이 없는 경영은 영세한 것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한국사회 전체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최소한 5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
군은 수십만개의 품목을 해마다 구매해 사용한다. 각 품목에 대해 매년 몇개가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소요예측이다.
한국군수의 문제는 소요예측 단계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품목은 쓰고 넘칠 만큼의 많은 양을 구매하기도 하고,또 어떤 품목은 단 3개월도 못가 재고가 고갈되도록 구매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사단들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인내하고,남으면 남는대로 낭비시키고 있다. 행정채널상 멀고 먼 곳에 위치해 있는 군수지휘부는 그 다음해에도 전년도의 구매계획을 반복해왔다. 엉터리 소요예측에 의해 물자를 일괄 구매한 다음 이를 강제로 사단에 배급해주는 매우 단순하고 경직된 배급방법이 한국군수의 현주소다.
정확한 소요를 예측해내는 통계수학 기법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한국군 군수인들은 이러한 기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낙후된 왕국에 분석가들이 접근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저항해왔다.
경제적인 재고통제는 군수관리의 핵이다. 이는 신문팔이 소년의 고민을 수학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재고를 유지하는 것도 낭비요,필요할 때 재고가 없는 것도 낭비다. 품목마다 적정량의 재고가 얼마인지를 계산해내는 일은 「가감승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품목마다 몇개 남아있을 때 재주문해야 하며 재주문때 몇개를 주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솔로몬의 지혜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이들은 경영과 군수에 관리정보체계나 사무자동화 기법이 동원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여기에 고급수학이 동원돼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낯설어한다. 그만큼 한국경영은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다.
위 몇가지 예는 가장 초보적인 것이긴 하지만 경영에 왜 수리과학이 필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군수에서 근무하는 사무직들이 경영수학을 익힐 수는 없다. 그러나 소요예측 모델과 경제적인 재고관리 모델을 개발해 이를 전산 소프트웨어로 기계화시키는 일에 전문가를 동원시킬 줄은 알아야 한다.
한국 군수인들은 그들이 가장 전문가라고 착각하고 있다. 군의 고급 장교들도 군수분야에 오래 근무한 사람을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군수의 제도개선을 그들에게 일임해온 이유다. 그리고 군수인들은 그들의 좁은 시각과 기술을 가지고 함량미달의 개선을 꾀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개선이라는 탈을 쓰고 제도를 아전인수격으로 고쳐왔다.
개선이 돼도,개악이 돼도 그 폭은 모두가 얼굴분장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만원씨 약력/육사 22기 대령예편… 국내 첫 국방경영학 박사
지만원씨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방경영을 전공한 예비역 대령출신 군사평론가다. 강원도 횡성출신인 필자는 육사졸업(22기)후 월남전때 포대장으로 근무했고 정보본부 해외정보수집장교,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미 해군대학원에서 행정과학 및 경영과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87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필자는 2년간 미 해군대학 부교수로 국방경영을 강의했고,귀국후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하나』『군축시대의 한국군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상·하),그리고 최근엔 국방경영을 다룬 『신바람이냐 시스템이냐』를 출간했다.

<지만원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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