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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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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국방정책의 허실/지만원 군사평론가(특별기고)

[동아일보] 1997-10-03 () 칼럼.논단 07면 1905자

◎본보향군 주최 안보강연회를 보고
4인의 대통령후보가 향군회관에서 안보관을 피력했다. 조순후보는 내년도 국방운영유지비를 4천5백억원씩이나 삭감한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비싼 장비의 수명을 단축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강연에는 통일 및 평화같이 커다란 항목은 빠져 있는 반면 비정규전이나 운영유지비 같은 비교적 지엽적인 내용들이 많은 시간을 메웠다.

○정리안된 대북관
이론적으로는 운영유지비를 삭감하는 것이 사기와 훈련, 장비수명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하나 현실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계룡대는 육해공군 본부가 들어있는 시설이지만 규모로 볼 때는 중령급 장교가 이끄는 부대 하나로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도 육해공군은 각각 준장급 장군이 이끄는 3개의 부대를 따로 두고 층수를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따로 밥상」은 방대한 군수부대 학교 통신부대 행정사령부 등에도 만연돼 있다. 이들은 통합되어야만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합된다면 20만 인력과 2조원 이상의 예산이 절감될 수 있다. 이 모두가 운영유지비다. 이래도 운영유지비를 늘려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재고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후보의 메시지 내용은 단순하지만 우선은 균형있는 구도를 갖췄다. 첫째는 북한에 보내는 세가지 메시지다. 『적화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파멸뿐이다. 흡수통일에 대한 의사가 없다. 화해와 협력만이 살길이다』 이 세가지 메시지가 힘을 얻으려면 강력한 안보태세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 안보태세는 사기, 군의 과학화 및 정보화, 3군의균형,한미안보체제,4강외교로 갖추어진다는 점을 명시했다.
평소 그는 안보와 통일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확실한 이론 및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엔 웬일인지 나열식으로만 정리해 그가 가진 철학의 깊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듯하다.
그는 정경분리원칙을 제안했다. 대만이 중국에 사양산업을 투자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원들과 북한공산당원들 간에는 신뢰도에 차이가 있다. 대북정보가 풍부한 미국관리들조차 북한인들을 예측하기 어려운 집단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미국조차 북한에 대해서는 정경분리원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말만으로는 아무리 흡수통일의지가 없다고 강조해도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흡수통일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회창 후보의 강연 내용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국방비를 늘려 율곡예산을 지금 국방비의 29%에서 35%로 올리며 연구개발비를 10% 수준으로 올리고 복지비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율곡예산을 35%로 올리려면 국방비는 아마도 3조원 이상 증액해야 할것 같다. 지금의 연구개발비는 국방비의 2% 수준이다. 이 2%를 쓰면서도 자원 낭비가 많고 성과가 없다. 돈만 더 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필 후보의 강연 내용에는 많은 철학이 들어 있다. 『군비통제 없는 평화공존은 있을 수 없다』『2국가 2체제식 분단고착화가 독일 통일을 가져왔다』『궁극적으로는 통일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평화다』 통일은 평화공존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결론인 듯싶다.

○통일관 바로잡는 계기
『흡수통일은 환상이다』『돈으로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항공모함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도 우리에겐 지나친 것들이다』『완벽한 독자군사력은 없다』『군사비를 올릴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고 군을 기술집약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는 그가 안보에 대해 비교적 굵은 맥을 제대로 잡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들이었다.
가장 반갑고 의미있는 것은 김대중후보와 김종필후보가 「평화공존」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환상적인 통일론에 빠져 있는 왜곡된 통일관을 바로잡는 데 절대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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