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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종류의 통일은 반대한다/ 한국논단

지만원박사-한국논단/ 나는 이런 종류의 통일은 반대한다

“김정일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북한에게 무기값을 공급해주는, 모든 남침통로를 열어주고 있는, 방위산업 핏줄인 전기까지 대주자는 사람들의 통일은 반대다”

“하나님을 믿느뇨?” 이에 반대할 신도는 없다. 이를 악용하여 “하나님”을 팔아 돈을 횡령하고 이탈자를 탄압하는 사이비 종교인이 있다. 꼬실 때는 친절하고 집요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종이 돼야 한다. 으스스 하지만 바로 이게 DJ 그룹에게 걸려든 우리 국민의 모습이다.

I.“DJ가 주도하는 통일이면 절대 반대하자”

“통일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이에 반대하면 돌팔매를 맞는다. DJ세력은 이 절대적인 명제를 앞세워 남한을 김정일에게 바치려 한다. 이들의 통일은 국민이 바라는 자유민주주주의를 전제로 하는 통일이 아니다

김정일을 식견 있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통일이며, 북한에 무기 값을 공급해주는 사람들의 통일이며, 방위산업의 핏줄인 전기까지 대주자는 사람들의 통일이며, 모든 남침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 사람들의 통일이다.

이제까지의 통일방법은 세 가지 뿐이었다. “무력통일”, “흡수통일”, “평화통일”이었다. 하지만 DJ정부에 들어와 한가지가 더 늘었다. “내통통일”이다. “DJ식 통일”은 “내통통일”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 필자는 최근 100여 회에 걸쳐 수많은 정치인, 공무원, 사회단체, 학생, 교수들을 상대로 통일에 대한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기 전에 필자는 항상 청중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다. “통일이 15년 이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 보라”는 부탁에 평균 80%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통일이 꼭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 보라”는 부탁에는 95%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II. 「여론」을 계도하지 않고 편승하는 정치인들

필자는 이들에게 1시간 여에 걸쳐 어째서 통일이 달성될 수 없으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했다. 강연 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두 가지 질문 에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실상”을 “분석”해 보이니까 “허상”이 사라진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 여론이란 바로 이렇게 바뀌어 질 수 있는 “허상”이었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2중적 의식구조였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당신 논리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일 그런 말을 해보십시오. 통일을 염원해온 국민에게 아마 몰매를 맞을 겁니다.” 분석되지 않은 여론을 일깨워주고 이끌어 가려는 게 아니라 무조건 편승하려는 것이 정치인들의 생리다.

III. 영구분단이 곧 통일이다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한반도에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식의 정치적 통일이다. 평양 정부와 서울 정부를 하나로 합쳐 단 하나의 중앙정부를 만들자는 통일이다. 지난 50년간 남북한은 통일을 외쳐왔다. 남한에서 통일을 외치면 북한이 긴장했고, 북한에서 외치면 남한이 긴장했다. 통일은 곧 긴장이다. 말이 좋아 민족의 염원이지 통일은 먹고 먹히는 게임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통일을 잡으려 했다. 그 결과 통일은커녕 평화마저 깨졌다. 앞으로 50년간 또 똑같은 게임을 반복해보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평화를 얻으려면 통일을 버려야 한다. 이는 한반도에 2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남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현상이 있다. 정부를 포함한 많은 통일 전문가들이 이러한 2국가 2체제의 존재를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통일되기 전까지는 남북한이 어디까지나 “2체제 2국가”가 아니라 “2체제 2집단”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통일국가는 오직 “1체제 1국가”여야하며, 1체제란 민주체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수용할까? 북한을 강제로 흡수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필자는 “영구분단”을 원한다. 첫째, 평화통일과 흡수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통일이 되면 오히려 불행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북한이 “2개의 독립국가”로 갈라서서 사이 좋은 이웃 형제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을 원한다. 주권국가로 갈라서야 남북한 주민은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캐나다와 미국사이처럼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다. 이게 바로 통일이 아닌가?

IV. 통일을 전제로한 평화공존은 불가능

말만으로는 안 된다. 첫째,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고, 둘째, 남북한이 과감하게 군축을 해야 한다. UN감시 하에 상대방을 기습할 수 없는 매우 작은 군사력으로 축소돼야 한다. 셋째, 그 대가로 한.미.일은 북한에 미니 마샬 플랜을 제안해야 한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평화공존 기간을 통일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으로 생각한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그 정차 기간을 20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20년 후에는 곧바로 통일이 돼야 한다. 그러면 남북한은 각기 그 통일을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 벼라 별 일을 다 하게 된다. 군사비도 몰래 증가하고, 불신도 지금보다 훨씬 더 증폭된다.

그러면 그 20년간의 평화공존 기간이 평화기간이겠는가? 불신의 기간이요, 긴장의 기간이요, 군비경쟁의 기간이 될 것이다. 통일을 전제로 하는 평화공존은 가능할 수 없다. 이론과 실제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평화와 통일을 다 같이 한 바구니 속에 담아놓고 수박의 겉만 핥고 있다.

V. 이룰 수 없는 통일에 막연한 기대만 걸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평화공존을 지지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통일을 열렬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평화공존과 통일을 동시에 지지한다는 것은 평화와 통일이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일과 평화가 양립할 수 있다고 국민을 속이며 이 나라를 북한으로 끌고 가려 한다.

한국인들은 통일에 대해서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통일에 대한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 한국인들이 바라는 정치적 통일은 긴장을 수반하고 전쟁까지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노선이다. 이러한 통일은 이뤄질 수도 없지만 유익한 것도 아니다.

한국이 독일식의 정치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에는 엄청난 긴장과 비용을 요한다. 그러나 유럽식 통일은 긴장도 비용도 수반되지 않는다. 남북한이 유럽대륙의 이웃 국가들처럼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공존하면 남북한도 유럽식으로 통일될 수 있다.

서울정부와 평양정부를 합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하나로 합친다면 양 개 도의 주민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합쳐야 하느냐 마느냐, 도청이 들어설 위치를 어디로 정하느냐, 도지사가 어느 지역 사람이 되느냐, 공무원 자리를 어떻게 각 지역 출신들로 공평하게 배당할 것이냐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들 여러 가지 문제 중 긴장과 투쟁을 부르지 않을 문제는 하나도 없다.

여의도 정치 무대를 보자. 죽마고우라도 여당과 야당으로 갈라서면 서로 불신하고 반목한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거나 신사 협정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더구나 남북한 정치 집단간의 신사협정에 의해 하나의 정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더러는 흡수통일에 대한 꿈을 안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하여 북한 내에 무정부 상태가 발생하면 그 때가 바로 북한을 흡수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기라고 믿고 있다. 북한 사회에 혼란이 발생하면 인민군과 북한 경찰이 계엄군으로 전환된다. 계엄령이 선포된 나라를 접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기울어져 가는 북한을 물리적으로 접수하려면 한국군이 먼저 38선을 넘어야 한다. 이는 북한 게엄군과의 전쟁을 의미하며 북침으로 선포된다. 한국군의 힘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주변국들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 국가가 소멸된다면 아프리카에 있는 못사는 나라들은 이미 소멸됐을 것이다.

VI. 김일성이 말하는 ‘연방정부’ 수반은 누구?

한반도에 평화통일은 없어 보인다. 정치집단간의 신사협정을 통해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는 일도 불가능해 보이고, 경제적으로 붕괴하는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일도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는 이룰 수 없는 통일에 막연한 기대를 걸면서, 군비경쟁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통일은 평화공존의 결과물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생명은 영토보다 귀하며, 현재를 사는 국민들이 후손을 위해 희생을 치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다. 남한이라는 반쪽 사회, 북한이라는 반쪽 사회만 가지고도 다같이 열등국가로 침몰시키고 있는 알량한 국가경영능력을 가지고 남북한을 통합해 보라. 아마도 국가는 4분5열 될 것이다. 상이한 체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한 지붕아래 살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체제가 같고 민족이 다르면 한 지붕 아래서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혈육이라 해도 체제가 다르면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 수 없다. 이는 진리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선전용이다.

누구나 통일을 외치지만 1,000명도 채 안 되는 탈북 가족들은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 취직을 시켜주어도 직장에서 견디지 못한다. 시키는 일만 해오다가 경쟁사회에서 살려니 사는 방법 자체를 모른다. 미국인들은 이민족을 미국사회로 수용하기 위해 스폰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민족, 동족” 하면서도 그런 시스템이 없다.

부자지간은 민족보다 더 강하다. 부자지간에도 사사건건 생각이 다르고, 생활양식이 다르면 한집에 살지 못한다. 각 기의 주권을 가지고 따로 살아야 부자지간의 정이 유지된다. 부자지간에 처소만 다르게 정해놓고, 가계 예산만은 통합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보자. 사사건건 싸울 것이다. 누가 예산 배분권을 가져야 하느냐, 물가가 올랐는데 지출을 좀 더 늘려달라, 아직도 쓸만한데 왜 새 가구를 사려고 하느냐…등등으로 바람잘 날 없을 것이다.

VII. 길은 흡수통일뿐, 누가 누굴 흡수할까

김일성은 말한다. “미국도, 오스트리아도, 말레지아도 연방공화국인데 우리가 왜 연방공화국을 못하느냐?”. 그가 열거한 이들 연방국가를 보자. 연방정부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 그 막강한 정부의 수반을 누가 할 것인가? 말로는 쉽게 투표에 의해 한다고 하지만 연방정부의 기능, 조직, 인력, 선거방법…등 이루 혜아릴 수 없을 만큼의 복잡한 일을 누가 어떻게 다 해낼 것인가?

아마도 사회가 혼란해지고, 국가가 침몰할 것이다. 북한인들은 똘똘 뭉쳐있고, 남한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남북 동수의 의회를 구성하면 남한은 즉시 공산화되고 만다.

통일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월등히 우세할 때 흡수해버리는 독일식 밖에는 없어 보인다. 과연 김정일이 흡수할 것인가 아니면 DJ가 흡수할 것인가? 지금 DJ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김정일이 흡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한은 서독이 아니라 동독이 될 처지에 있다. 미국식 통일 방안도 있지만, 유럽식 통일 방안도 있다. 이는 유럽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주권국가들간의 연합이다. 남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엄연히 2개의 국가다. UN에도 독립국가로 가입돼 있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닉하게도 한민족 사이에서만 이 엄연한 2개 국가를, 2개 집단으로 강등시키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2개 국가요, 한반도 내에서는 2개 집단인 것이다. 눈감고 아웅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통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겠는가?

VIII. 결론-우리는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이 3가지 중에 어느 것인지를!

제1안: 김일성이 주장하는 미국, 말레지아, 오스트리아 등과 같은 연방정부 즉, 체제를 달리하는 2개 지방정부와, “미국연방정부와 같이 강력한 중앙정부”를 갖는 연방공화국을 택할 것인가?

제2안: “김대중의 3단계 통일방안”처럼, 체제를 달리하는 2개 “임시집단”이 연합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평화적으로 공존하다가, 훗날 2체제1국가로 통일하고, 그 다음에 1체제1국가로 통일할 것인가?

제3안: 남북한을 각기 2개의 주권 국가로 격상시키고, EU처럼 “연합협의체”를 만들어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공동 번영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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