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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제2차 정부조직 개편의 성적표

19990310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제2차 정부조직 개편의 성적표

기획예산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정부부처에 대한 경영진단 과제를 민간
컨설팅회사들에  의뢰했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8일에  공청회를 열었다.
130여명의 전문가가 동원됐다는 면에서 건국 이래 가장 의미있는 노력으로
자체 평가되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보겠다는 노력이 돋보이
고,   1년전의 제1차 조직개편보다는 훨씬 더 참신한데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첫째, 발상의 전환이 보여지지 않고 있다. 둘째, 혁신의
노하우가 보이지 않는다.

  논리와  노하우가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대두될 수많은 반발로
부터  개혁안을 방어해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거스르는 말
은 '사업조직을 기능조직으로' 바꿨다는 말이다. 기능조직이란 1940년대에
태어난   가장 오랜 조직으로, 이는 선진국에서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조직이다.

  기능조직이란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한 코너에 모아놓은 조직이다.
회계과는  회계인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하나의 과제가 수행되려면 수많은
기능조직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을  통할하기  위해 피라미드 조직이 형
성됐고, 행정이 관료화돼 왔다. 부서간의 핑퐁으로 세월만 보내고, 도장값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조직이다. 그런데 그런 조직이 이번에도 바
뀌지 않았다.

  요사이  조직이론에서 유행되는 말이 핵심역량(Core Competence) 조직이
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는 이를 맥가이버 조직이라고 표현해 왔다. 하
나의   팀속에 여러 종류의 능력자가 포함돼 있고, 한 사람의 능력이 여러
가지여서  그야말로 못할게 없는 맥가이버팀이다. 조직이 핵심역량 단위로
구성된다는  것은 두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 하나는 결재선이 팀장 한사람
뿐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여러 팀들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
다.

  핵심역량이라는 용어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팀에서도 가장 중요한 용어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 개혁된 대안에는 이 철학이 반영돼 있지 않다. 혹
시  이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우선 정부조
직을  두개의 집단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정책부서들이고, 다른
하나는 인프라부서들이다. 정책부서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끄는 부서이고,
인프라부서는 전문가들이  이끄는  부서다. 정책부서는 정치인들의 영항력
이 미치는 곳이지만, 인프라부서는 그런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정책부서의 핵심역량은  분석능력이다. 분석능력을 갖추려면 소수의 유능
한  행정가들과 다수의 민간 두뇌집단과의 콤비플레이 시스템을 갖춰야 한
다.  민간 두뇌집단이 많으면 사회가 두뇌집단에 의해 경영돼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의 제1요건이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
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경제주체인 정부가 고속전철 사업을 위시한 수
많은  사업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다. 분석력 부족 때문이다.
그런데 개편안의 그 어디에도 정책부서들이 분석능력이라는 핵심역량 단위
로 개편돼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현재  언론 등에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정책부서와 예산부서를 일원화해
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인프라 부서군에는 예
산  기능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부, 사업관리부, 회계부, 감사원,
안전부 등 5개 부서가 있어야 한다.

  사업관리부는 정부가 수행하는 모든 공사와 연구개발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노하우 집단이다. 정책부서는 사업에 대한 소요만 제기해야 한다.
사업관리   능력이 부족한  일반직 장관들에게  사업관리를 맡겼기 때문에
사업관리가 제대로 될 리도 없었고, 정부부처가 정책개발은 도외시하고 젯
밥에만  눈독을 들여온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율곡사업의 경우에도 군
은 소요만 제기하고, 사업집행은 사업관리부에서 맡아야 한다.

  정부회계는 각 부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거의가 가짜회계다. 그래서 한
국엔  믿을만한 통계자료가 없다. 각 부처에서는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양
식에  따라 단말기에 입력만 시키고 회계자료는 회계부에서 생산하여 거꾸
로  각 부처에 배부해야 한다. 거래발생 실시간에 회계자료가 입력되면 정
부부처의 기록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감사원은 법관출신들로 채워진 '공무원 취조기관'이다. 그러나 감
사원은 경영진단 인력으로 다시 채워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자리를 마련
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교통안전공단 등 각종 안전기관들
이 우후죽순처럼 늘어서 있다. 정부부처에도 사고예방팀들이 들어있다. 이
들은  사고가 나면 서로 미루기에 바빴다. 사고의 예방과 처리를 시스템화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비상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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