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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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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IMF 1년의 평가

신정부는 경제를 낙관한다. 흑자행진, 저금리, 환율안정, 외국인 투자증
가,  외환보유고 4백50억달러, 재고감소 등 제반 경제지표가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 경제를 걱정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
나  위에  열거된 현상들은 실물경제가 호전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악화돼 가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현정부는  지난 1년간 구조개혁을 주도했다. 그 결과를 평가한다면 대략
세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자유방임과 규제 사이를 온탕냉탕식으로
왔다갔다하는  중이다. 둘째,  '보이지 않는 손' 은 만들지 않고  '보이는
손' 으로 칼질만 하고 있다. 셋째, 돈을 풀어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뿐 국
가경영은 보이지 않는다.

  규제는  생산성에 역기능적이다. 규제를 풀면 이는 곧 자유방임이다. 그
러나 규제는 자유방임보다 더 나쁘다. 규제에는 공무원의 부정을 유혹하는
인.허가  기능만  있고, 감독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감독기능이 없는 규제
는 곧 자유방임이다. 따라서  '규제 = 자유방임+공무원 부정' 이라는 등식
이 성립한다. 규제혁파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순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손' 은 이 사회가 생기면서 사회속에 내장돼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겉만 낳을
뿐  속을 낳을 수 없다' . 마찬가지로 선조들은 사회라는 하드웨어만 물려
주었을 뿐, 그 사회를 선진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물려주지 않았다.

  은행 객장을 보자. 8년전에 순번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우리가 개발
한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것이다. 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 설치
하니까 은행질서가 선진국이 됐다. 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 설치할 줄 모르
고,  우리는  과거 수십년간 은행의 무질서를 가리키며 애꿎은 국민의식만
탓했다.

  그  좁은 은행객장도 시스템 없이는 무질서가 판을 치는데, 하물며 수천
만  경제적 동물들이 각축하는 경제사회에 시스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
니  그 무질서가 어느 정도였겠는가? 오늘날의 경제사고는 그 무질서가 초
래한  사고였다. 순번번호표 시스템은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 않는다. 질서
가  유지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이  '보이지 않
는 손' 이다. 지금의 경제개혁은 시스템 황무지에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
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혁은  '보이지 않는 손' , 즉 시스템을 설치하
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손' 에 의해 경제현상을 강
제로 통제하고 있다.

  부실은행에 돈을 풀어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 부실기업에
워크아웃이라는  희한한  개념을 도입해 은행돈을 대주고 있다. 정부는 부
실은행의  주인이 됐고, 그 은행은 부실기업의 주인이 됐다. 한편으로는 1
백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외치면서도, 정부는 지금 사기업을 공기업
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살생부도, 빅딜도 반시스템적 통제행위다.  '보이
지  않는 손' 에 의해 기업이 퇴출되도록 하는 시스템, 기업이 스스로 M&A
를 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은 분명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혁세력
들은 스스로 칼질만 계속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구조조정이란 반시
스템적이며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구조조정  때문에 일자리가 축소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드
는 것은 구조조정 때문이 아니다. 첫째, 과거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었
던 외국 기업들이 더이상 조립공장을 세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낙후
된 경영과 기술을 가지고 안이하게 돈을 벌어온 기업들이 무한경쟁에서 패
배하기 때문이다. 셋째, 결제기율(紀律)이 없기 때문에 흑자도산이 속출하
고, 경제활동에 대한 의욕 자체가 죽어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일시적 변화
는 찻잔 속의 변화다. 찻잔 자체는 지금도 심연을 향해 가라앉고 있다. 달
러값이 높은 것은 부정유출되는 달러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 수입이 줄고
있는  것은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본부터 다시 생
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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