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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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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제2기 개각팀에 대한 시스템적 전망

19990526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제2기 개각팀에 대한 시스템적 전망

무엇인가  달라지기를 기다리던 국민에게 개각팀의 전모가 드러났다. 개
각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반응은 "끼리끼리 돌아간다"는 식의 표현이다.
외부  영입자는 3명뿐이고, 나머지는 자리만 바꿨다. 50%가 호남출신이고,
대부분이  DJ측근들이라는 게 이번 개각을 보는 시각이다. 정부가 이번 인
물들의 성격을 전문성.개혁성.참신성으로 표현했지만, 국민이 보는 시각은
전혀 딴판인 셈이다.

  미국 감사(監査) 지침서 첫 부분에 등장하는 말이 있다. '부정은 심복으
로부터'라는  말이다. 최고권자의 신임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패한다.
바위틈에서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찾아내 놓고도, 이들을 이중 삼중으
로 감시했던 박 전 대통령 밑에서도 부패한 관료들은 존재했다. 기업을 보
자.  사장은 자기의 심복들을 구매과장, 경리과장, 지출과장, 회계과장 등
재산관리 요직들에 앉힌다. 사장의 신임을 얻은 이들 심복은 검은 돈을 사
장보다 더 많이 챙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시스템을 믿지, 사람을 믿지 않는다. 현 정부가 가
장  먼저 손을 댄 것은 기업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시늉만 냈고, 공기업
구조조정은  시작도 안했다. 심복들이 앉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가
기업을  개혁하는 방법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 즉 시
스템을 만들어 놓고 시스템으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손'을 번뜩이면서 손질을 했다. 이는 "너희들은  내 손에  달렸다"
는 팬터마임이다. "내 손에 달렸다"는 말은 부정을 유혹하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스템에 의해 경제개혁을 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다시 은행객장의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으로 돌아가보자. 수십년간 무질서
했던  은행객장에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청원경찰이 나서서
'보이는 손'을 가지고 질서를 잡는 것이 아니라,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질서를 잡고 있다. 청경의 힘은 미미하다. 그러
나 시스템의 힘은 엄청난 것이다.

  정부는  은행객장의 질서를 시스템에 의해 잡으려하지 않고 '심복'을 내
세워   잡으려  하고 있다. 심복들이 기업을 쇄신하겠다며 빅딜, 워크아웃,
살생부를   주도했다. 기업이 죽고 사는 것이 '내손에 달렸다'는데 위험한
기업 치고 그들을 찾고 싶지 않을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심복들로 채워진
이번  개각이 계속해서 '보이는 손'으로 기업을 주무른다면 현정권의 도덕
성에 엄청난 위기가 도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재벌을 개혁하기 위한 시스
템은 1998년 11월 25일 본 칼럼에 기술돼 있다.

  참모진이  심복으로 포진하면 리더십이 실종된다. 1960년대 월남 파병시
에 주월사령부 장군들은 사이공에서 '내로라'하는 저택들을 하나씩 차지했
다.   공관에서는 매일 같이 국제 파티가 열렸다. 조금만 방심하면 실수가
잇따랐다.  처음엔 30여명의 공관요원들이 남남들로 구성됐다. 모두 다 나
의 일처럼 열심히 일했다.

  어느날, 장군의 친척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후부터 공관 분위기는 냉랭
하게  변했다. 주인의식을 가졌던 요원들이 방관자로 변했다. 그 친척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 무리들이 꼬여들었다. 그 모습이 분위기를 흐렸다. 그
다음엔  친척 스스로가 금전 문제를 일으켰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 기
업인들은  자기 식구를 다른 기업으로 내보내지, 절대로 자기 기업에 두지
않는다.  정말로 국가 리더십을 생각한다면 "끼리끼리 해먹는다"라는 인식
을 주어서는 안된다.

  물론 정부에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자고 정권 잡는 게 아니냐"고.
그러나  이러한 말은 국가적 리더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대선 유세
때 당시 김대중 후보가 했던 명언을 기억한다. "공을 세운  사람에겐 상을
주고, 공직은 능력있는 사람에게 줄 것이다."

  지금  정부는 경제가 V자 커브를 신나게 올려 그린다며 만족해하는 모양
이다.  그러나 약간의 성장과 일자리는 정부가 100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팔아  그 빚에 털어넣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높이 쌓여있는 가랑잎이 활활 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씀씀이는 오히려 늘어나고, GNP의 50%를 쓰고 있는 공기업과 정
부 산하기관의 경영방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빅딜은 소리만 요란했지 오히
려  부정적 효과만 증폭시켰고, 재벌기업은 지난 1년간 오히려 더 많은 빚
을 졌고 몸체도 더 키웠다. 개혁이라는 말만 무성했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혁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지난 1년반 동안 우리 경제에
혼란은 있었어도 발전된 것은 없어 보인다. 경제팀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
다고   과거 식대로 해서는 안된다. 일하는 방법부터 바꾸어 '보이지 않는
손'을  먼저 만들고, 그 손에 의해 개혁이 착실히 수행되도록 해주기 바란
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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