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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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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절도범과 공권력의 게임

19990421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절도범과 공권력의 게임

절도범 김강용씨의 진술이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고 있다. 집권
세력은  일개 절도범의 진술을 가지고 자기들을 음해하려 한다고 서운해하
고 있다. 야당의 행동은 집권세력에게 못마땅하게 보일 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에게는 이러한 집권세력이 못마땅해 보일 지 모른다.

  공직자의 투명성은 '양심에 의해'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외향적 행적에
의해(by appearance)' 증명된다.  개혁세력들의  양심이  아무리 깨끗해도
외향적 행적이 투명하고 공명정대하지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의혹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이 지금까지 취해온 외향적 행적은 깨끗한
행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먼저  경제개혁을 위한 행정을 보자.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즉 시스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따라서 경제개혁은 '낙후된 시스
템'을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고치고, 그 개선된 시스템에 의해 경제가 저
절로  개혁되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경제개혁은 처음부터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들려진 칼자루에 의해 집행됐다.

  개혁세력이  기업체의 살생부를 만들었다. 위태로운 기업들은 그 살생부
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워크아웃에 의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에게는 경영권을 빼앗겠다고 으름장도 놓았고, 마음에 드는 기업은 봐
줄  수도 있었다. DJ정부의 개혁세력이라 해서 100% 도덕적 천사로만 구성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더러 어떤 기업은 개혁세력에게 돈가방을 가져다 줄
수도 있었다.

  개혁실세들이   경제개혁을 '보이는 손'을 가지고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돈을 갖다 달라'고 유혹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실세들
집에서   돈다발과 금괴가 쏟아져나왔다 해도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을  보면 그 시스템이 낳는 결과는 안봐도 충분히 짐작이 가기 때문
이다.

  대통령이   어느 부서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그 부서에 줄을 대려는
돈뭉치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은 한국 세태의 역사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
하면   정부 부서 중 금융감독원에 힘이 가장 많이 실렸다고 한다. 금감원
간부들에게 줄을 대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들도 들린다. 대통령의
경제   자문 제1호는 실세중의 실세로 알려졌다. 그런 인사에게라면 빈 데
없이  채워진 달러가방 하나쯤은 충분히 선물로 줄 수 있는 세태라고 생각
한다.

  국민은 검찰이 아니라서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여부
를 떠나 그리고 양심 여부를 떠나, 집권세력 전체의 외향적 행적은 상당수
의   국민들로 하여금 "아! 맞아.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야"하고 끄덕이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집권세력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절도
범 사건 하나하나가 진실이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는 작은 문제다. 더 중요
한 문제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강용이라는 절도범에 대한 국민의 감
정이 미묘하게 형성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강용씨의 형량이 무거울까 또는 가벼울까에 대한 분석은 현 정부의 도
덕성을   판가름하는데 일조가 될 것이다. 만일 김강용씨가 계산있는 고급
절도범이라면, 그가 붙잡혔을 때 그의 말대로 다섯 명의 고관들 중에서 우
선  세 고관들을 희생시켜서, 나머지 두 고관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그 두
고관들의 힘으로 형량을 가볍게 하려고 기도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김강용씨는 그가 희생시킨 세 고관들에 대한 증
거를  확실히 해서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 그러나 실세들이 살기 위해서는
김강용씨의  신뢰를 떨어뜨려야만 한다. 만일 세 고관들에 대해 그가 진술
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가 숨겨준 두 고관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구원
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는가?

  아닐  것이다. 설사 김강용씨의 진술이 신뢰성을 얻지 못했을 경우라 해
도, 나머지 두 장관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은 그들의 명예에 치명적일 수
있다.   남아 있는 장관들을 살리는 것은 집권당을 살리는 길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실세가 절도범의 형량을 가볍게 해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만일
그의 형량이 통념에 비해 가벼워지면 이 또한 의혹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국민은 갇혀있는 절도범 김강용씨의 두뇌 플레이와 공권
력간의 암투를 지켜봐야 하는, 실로 허탈한 재미(?)를 맛봐야 하는 기막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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