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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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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통일에 대한 허상

20000531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통일에 대한 허상

필자는  최근 100여 회에 걸쳐 수많은 정치인, 공무원, 사회단체, 학생,
교수들을 상대로 통일에 대한 강의를 했다. 강의를 하기 전에 필자는 항상
청중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다. "통일이 15년 이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
각하면  손을 들어 보라"는 부탁에 평균 80%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통
일이  꼭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 보라"는 질문에는 95%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필자는 이들에게 1시간여에 걸쳐 어째서 통일이 달성될 수 없으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인지에 대해 강연을 했다. 강연 후 똑같은 질문을 던
졌다.  두 가지 질문에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실상'을 '분석'해
보이니까  '허상'이 사라진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 여론이란 바로 이렇
게 바뀌어질 수 있는 허상이었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2중적 의식구조였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당신 논리
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일 그런 말을 해보십시오. 통일을 염원해온
국민에게 아마 몰매를 맞을 겁니다." 분석되지 않은 여론을 일깨워주고 이
끌어 가려는 게 아니라 무조건 편승하려는 것이 정치인들의 생리였다.

  필자는  197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공항에 도착하니 40대 미국
인  부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미국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스
폰서  역할을 자청했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파티를 열어 그의 친구들을 초
대해주었다.  이들이 각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이는 단시간내에
미국생활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더러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일에 안내자 역할도 해주었고, 더러는 가구를
옮기는 데 트럭도 내주었고, 더러는 사고를 당했을 때 먼길에까지 와서 차
를  견인해주기도 했고, 더러는 집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피부색이 다른
이국인들에게!  그뿐이 아니었다. 한국 부모들이 버린 고아와 장애아를 입
양해 키우고도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통일이 염원이라며 울면서 기도하는 이들은 많지만, 이
웃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돌봐주는 사람은 없다. 탈북자들이 사회에 적
응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쫓겨나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 많은 가정이 구
입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가재들을 버리고 있다. 부녀회에서 이들을 수집
해 놓으면 못사는 사람들과 탈북자들에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탈북자들은,
잘사는  아파트의   쓰레기장만 뒤져도 살림을 장만할 수 있다고 호소하지
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1980년도   이후 탈북자 수는 불과 8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숫자의  탈북 동포마저도 외면하면서 무슨 수로 2천만명이 넘는 북한 동포
를  수용할 수 있단 말인가. 동독 인구는 서독 인구의 25%에 불과했다. 북
한  인구는 남한의 50%나 되지 않는가. 동독의 경제는 북한 경제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서독의 경제력과 사회경영능력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도  통일을 후회하며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껍데기만 통일인 것
이다.

  한반도에서는  우선 통일이 불가능해 보인다. 동독 정권은 구 소련이 세
웠기  때문에 고르바초프가 서독에 돈을 받고 내줄 수 있었지만 북한 정권
은   다르다. 설사 통일이 됐다 해도 우리는 더 불행해 진다. 남한은 지난
50년간  안보주권을 미국에 의탁해왔다. 그것을 되찾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경제 주권까지 내주고 말았다. 경제는 지금 침몰되고 있는 중이다. 반쪽만
의 사회마저 제대로 경영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통일돼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싫어할 사람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50
년간의   이질 생활과, 분단으로 굳어진 두 개 체제는 이러한 염원을 이미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막상 통일이 돼 보자. 이질 사회에서 살아온
북한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한 채, 매일 같이 분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로
인한  갈등과 반목은 지역 갈등과는 비교조차 안될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부자지간에도  따로 살아야 정이 유지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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