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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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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통일논의의 함정들

20000517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통일논의의 함정들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통일은 한반도에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통일이다. 통일이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믿고들 있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다.
평화적  통일엔   두  가지가 있다. 흡수통일과 신사협정에 의한 통일이다.
이 두 가지가 어째서 쉽지 않은지를 생각해보자

  경제가  어려워 북한에 소요가 발생하고 무정부사태가 이어지면 바로 그
때 북한을 흡수하자는 것이 흡수통일론자들의 생각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
까? 북한사회가 혼란해지면 인민군이 계엄군으로 무장된다. 부뚜막의 소금
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북한사회를 실제적으로 접수하려면 먼저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질서를 잡아줘야 한다. 38선을 넘으면 무장한 인민 계엄군과
전쟁을 하게 된다. 이는 북침이다.

  6.25를  상기해 보자. 당시 남한사회는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다. 질서
도  없고,  군대도 일천했다. 반면에 북한 동조세력들은 엄청났다. 김일성
은 38선만 넘으면 남한사회를 쉽게 접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50
년  전에도  국제사회는 김일성의 남침을 불법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세상에 어떻게 북침이 가능하겠는가? 한국군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주변국들도 이를 좌시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권은 망
할 수 있어도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워서 국가가 망한다면 아
프리카 국가들은 벌써 선진국들에 의해 흡수됐을 것이다.

  동독과 북한은 다르다. 동독정권은 구 소련이 세운 꼭두각시였기 때문에
구 소련이 버리면 버려질 수 있었다. 그래서 고르바초프가 서독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군대를 장악한 상태에서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그러나 북
한 정권은 누구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그러면  신사협정을 통해, 서울정부와 평양정부를 하나로 합치는 통일은
가능한 일일까?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다고 생각해보자. 도청 소재지를
경상도에 두느냐 전라도에 두느냐라는 문제를 놓고도 양쪽 주민들이 격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우리사회의 지역주의는 완강하여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의도 정치무대를 보자. 친구지간에도 여.야로 나눠지면
서로 으르렁댄다. 여.야 간에 단 한 번의 신사협정도 있어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이질사회 속에서 살아온  남북한 정치집단간에 두 개의 정부를 하
나로 합칠 수 있을 만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남한 내에서도 16개 광역 정부가 존재하면서 지역별로 잘살기 경쟁을 하
고  있다. 제주도 주민의 애로를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정부는 제주도
정부이지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 정부가 아니다. 평양 주민의 애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부 역시 서울 정부일 수는 없다. 그런데 무엇때문
에 평양정부를 흡수하려 하는가?

  투 코리아로 굳어져버린 미국의 정책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어보인다. 준
러시아 급으로 부상해버린 인민군을 대적할 수 있는 강군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치인도 없어 보인다. 남한은 이미 북한의 무력 앞에 인질이 돼
버렸다. 북한에게 질질 끌려 다니며 무엇이든 주지 못해 애쓰고 있는 것은
강한 북한을 달래기 위한 조공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꽤 있다. 이것이 한국
안보의 현주소다. 우리는 통일을 꿈꿀 것이 아니라 통일 당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천여년  전에 고구려, 백제, 신라는 헤이룽장(黑龍江) 동쪽의 넓은 지역
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에 통일이 안됐다면 아마도 3국은 지금까지 그
넓은 땅을 나눠 가지고 사이좋은 형제 국가들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때
만일 세 개의 형제국들이 각기의 주권을 존중해주고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평화협정을 맺고 외침에 공동으로 대응해 왔다면 민족적 수모를 겪지 않아
도 됐을 것이다.

  우리는 김춘추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위인으로 배웠다. 그러나 요즈음
필자는  그를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
는  그 넓은 땅을 다 남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고려와 조선에 걸친 천여년
의 세월을 내내 중국에 조공이나 바치며 살게 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통일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사이좋은 2국
시대를   여느냐? 이문제는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우선은 남북한이 서
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가 보장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경제
전쟁에 민족적으로 공동 대응하는 길부터 모색되어야 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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