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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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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린다와 이완용 류의 사람들

20000510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린다와 이완용 류의 사람들

이양호씨는  린다에게  백두사업을  바쳤을까? 이에 대해 국민은 검찰에게
조사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검찰은 '금전거래'에 대한 확증이
없다며 머뭇거리고 있다. 연정관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금전 이
상의 영향력을 갖는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나라와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
다"는 말이 있듯이.

  이양호씨  본인은 그녀와의 관계가 백두사업 집행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공직자는 양심을 믿어달라고 말
할 수 없다. 나타나 보이는 행적이 객관성을 잃으면 범법인 것이다.

  첫째,   이양호씨는  백두사업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둘째,
그는  린다가  백두사업  로비스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셋째, 율곡사업 관
리 체계는 너무나 허술해서 국방장관 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사
랑하는 연인'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 넷째, 율곡사업은 언제나 로비에 대
책없이  열려져 있다. 다섯째, 5년간 지지부진해 오던 사업이 린다가 이양
호   장관을 만나면서부터 그 진행속도가 율곡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비상 사태도 아니었는데, 하루에 간부회의를 두 번씩
이나  열고, 그 다음 날 대통령 재가를 얻어내는 정도의 긴급 작전이 수행
됐다.  1996년 3월에 린다가 이양호씨를 만난 이후부터 불과 3개월만에 대통
령 재가를 얻어내고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여섯째, 린다가 팔려는 장비
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종이 위에 그려진 약속에 불과했다. 앞으
로 연구개발을 해서 장관이 원하는대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경쟁 업체들의 제품은 이미 세상에 나와 그 성능이 증명된 장비들이
었다. '태어나지도 않은 개념뿐인 장비'와 '이미 태어나서 성인이 돼 있는
장비'를 맞비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은  그렇다   치고 규정상으로는 어떠한가. 26년간 율곡사업 관리의
바이블로 사용돼온 무기체계획득관리규정에는 구매사업 절차와 연구개발사
업 절차가 따로 구분돼 있다. 전자는 매우 간단하고, 후자는 복잡하다. 린
다의  사업은 연구개발 사업이다. 연구개발사업은 통상 10년 이상 걸린다.
설계도를 작성하고, 시험용으로 한 대의 장비를 만들어 4차례에 걸친 시험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직구매 사업과 연구개발 사업은 엄격히
구분돼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장비는 직구매사업의 대상이다. 그런데 군은 린다의
연구개발사업을  직구매사업으로 둔갑시켜 주면서까지 사업을 린다에게 안
겨주었다.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행이자 규정 위반이다. 만일 검찰이
이러한 줄거리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추궁해 들어가면 린다는 차치하고서라
도 이양호씨의 범법사실은 금방 규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검찰은 매우
답답하게도 금전관계만 노래하고 앉아있다. 수사의 제1차 초점은 이양호씨이
지 린다가 아니다.

  백두사업으로  미국에 지출해야 할 예산은 2천2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앞으로 돈과 시간은 미국정부가 요구
하는  대로 주어야 한다. 미국정부에게 E시스템사의 연구개발에 대한 감독
권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바보짓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
가 간과되고 있다.

  백두사업의 목표는 미국으로부터의 정보독립이다. 만일 다른 경쟁국들과
계약을  했다면 한국군은 국민의 숙원인 정보 독립화의 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계약함으로써 이러한 숙원은 물 건너갔다. 전자장비의 핵
은  소프트웨어다.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팔 때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주
지 않았다. 모든 유지를 미국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경쟁국들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즉 '소스 코드'를 통채로 한국
에 넘겨주고, 시스템 로직과 플로우차트 일체를 한국군에게 넘겨줌과 동시
에  한국군 스스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소스코드 자체를 주지 않을
것이며,  한국군의 정보 자생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도 시켜주지 않는
다.  그렇기는 커녕 한국이 미국의 영원한 기술 속국이기를 바라는 미국은
한국의 정보 기술 자생력을 적극적인 방법으로 방해할 것이다.

  백두장비의 구성요소 중에는 cipher라고 하는 암호기가 있다. 이 암호기
는 송.수신되는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해독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역
시 미군이 만들어주는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안방에 미국의 몰
래  카메라를 설치해주는 셈이다. 린다와 관계를 맺은 고관들은 그래서 이
완용과에 속한 사람들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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