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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대북정책의 핵심이 애매하다

20000426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대북정책의 핵심이 애매하다

조선일보는  3면에 "남북정상회담   이렇게 하자"는  제언란을 마련했고,
4.26일자에 이상우 서강대 교수의 글을 첫 번째로 실었다. 같은  신문  제
7면에는 김경원 교수의 대북관계 칼럼이 실려있다. 이 두 교수들은 통일정
책에  대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교수들의 생각은 따로따
로였다.   부뚜막에 널려진 소금을 정부가 아직도 집어넣지를 못한 느낌이
든다.

  이상우  교수의  글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대목이 있
다. "평화공존   체제는 우리가 이루려는 통일로 가는 중간  단계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우리의 통일 의지, 우리의  구
상, 우리의 통일 원칙을 분명하게 북측에 전달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평화공존이 통일로 가는 중간단
계"라고   정의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남한 식의 통일을 강조하면
김정일은 북한 식의 통일을 강조할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평화공존에   대한   이상우 교수의 개념에 대부분의 한국 정치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평화공존은 통일
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
와 통일은 대등한 가치를 갖는 두 개의 대립된 개념이다. 우리는 이 두 개
중 무엇을 가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평화공존은 왜 통일의 중간단계가 될 수 없는가? 남북한이 예를 들어 20
년   후에  통일하기로 하고 그때까지의 20년간을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에
합의했다고 치자. 그러면 남북한은 21년째 오는 통일을 각기 자기 쪽에 유
리하게   만들기 위해 실력을 쌓고 잔꾀를 부릴 것이다. 그러면 그 20년이
평화로운 기간이겠는가, 또는 긴장과 대결과 불신의 기간이겠는가? 따라서
통일을  전제로 하는 평화공존은 가능할 수가 없다. 필자는 이들 정치학자
들의 생각을 분석되지 않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평화공존은  1km 앞의 토끼요, 통일은 같은 방향으로 뛰는 2km앞의 토끼
라고  많은 정치학자들이 믿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통일은 서쪽으로 뛰는
토끼이고, 평화는 동쪽으로 뛰는 토끼라고 믿고 있다. 하나를 잡으려면 하
나는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는 통일이라는 토끼를 잡으려 했다. 그 결과 우리는
통일은 커녕 평화마저 잃었다. 말이 좋아 통일이지 통일은 먹고 먹히는 게
임이다.  남북한은 각기 통일 당하지 않기 위해 군비를 증강시켜온 것이다.
통일을  목표로  하는  한, 남북한 관계는 대립과 긴장과 군비경쟁에서 벗
어날 수 없다.

  통일에  대한 목소리를 북한에서 높일 때마다 남한은 긴장하면서 군비를
올렸다. 통일의 목소리를 남한에서 높일 때마다 북한도 그렇게 했다. 통일
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면 키울수록 긴장만 더 고조돼 온 것이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바로 이러한 식으로 통일이 평화를 깨고 있는 모습을 충분히
보아왔다.  앞으로 50년간 똑같은 방법으로 통일을 외쳐보자. 긴장과 군비
경쟁만 이어질 것이다.

  만일  우리가 서쪽으로 뛰는 통일을 내버리고, 방향을 동쪽으로 돌려 평
화라는  토끼를 잡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평화와 통일 모두를 얻을 수
있다. 평화를 잡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원히 통일하지 말고 남
북한이   각기 자기 식대로 살아가면서, 미국과 캐나다처럼 사이좋은 이웃
국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갈라서야  제몫이 보장되고, 제몫이 보장돼야 평화가 오고, 평화가 와야
캐나다와  미국처럼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남북한 주민이 대량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바로 그것이 통일이 아닌가? 더러는 이를 "사실상의 통
일"이라고 부른다.

  일개   당수 자리도 내놓지 않으려고 이전투구를 하는 판에 김정일과 그
수호집단에게 정권을 내놓고 남한에 통합되라고 한다면 그들이 응할까? 이
렇듯  막연한 통일, 막연한 평화를 입으로만 떠들었기 때문에 남북한 모두
가 엄청난 낭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통일이냐 평화냐, 딱 부러지게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둘째, 평화
를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장치를 제안해야 한다. (1)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하자.  (2)UN 감시 하에 10만으로 군을 감축하자. 10만은 상대방을 절
대로 공격할 수 없는 군사력이다. (3)그 대가로 한.미.일 3국이 주축이 되
어 북한에 미니 마샬 플랜을 제공한다.

  필자는  한반도에 한 사람의 대통령을 갖는 식의 법률적 통일을 원치 않
는다. 이런 통일은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가능하다 해도 싫다. 모두가 불
행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한 논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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